박물관을 읽어드립니다 - 사람
시간을 되돌리는 시간
장연희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학예연구사
글. 편집팀
“세월 속에 흩어진 시간들을 한 땀 한 땀 엮어내는 순간은 늘 설레고 가슴 벅찹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의 업무는 손상된 문화재를 전통 기술과 현대 과학기술을 활용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복원’, 첨단 과학 장비로 문화재 제작 기술을 연구하는 ‘분석’, 문화재에 적합한 최적의 환경을 유지해 손상을 예방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환경관리’의 영역을 아우른다. 문화재의 외형을 넘어, 기억을 복원하고 시대를 분석하며 미래 세대를 향해 문화재 소통 메신저로 활약하는 장연희 학예연구사도 그 일원이다.
“서화·지류 문화재 보존처리를 맡고 있어요. 족자, 액자, 병풍, 첩, 책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장황 裝潢 (책이나 서화첩을 꾸며 만드는 일)한 것을 말합니다. 이런 서화·지류 문화재는 장황 형식 및 보관 환경에 따라 손상 양상이 매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정밀하게 파악해서 그 원인을 제거하고 원래의 장황 형식으로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연희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을 통해 들어온 미국 오벌린 대학교 알랜기념관 소장 ‘왕의 행차’ 병풍 보존처리 작업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한다. 1886년부터1926년까지 국내에서 교육·의료·선교 활동한 달젤 벙커와 애니 앨런스 벙커 부부가 소장한 뒤 1933년 오벌린 대학교에 기증한 병풍이다.
2019~2021년까지 보존처리를 진행한 끝에 원 형태를 되찾아 온전한 모습으로 소장처로 되돌려보낼 당시의 성취감과 뿌듯함은 깊은 사명감을 안겨주었다.
“현재 ‘자수영모팔곡병풍’ 보존처리에 몰두하고 있어요. 총 8폭 병풍 중간 부분이 분리되어 있고, 오염과 변색 열화가 진행되고 있어 전체 해체를 통해 다시 복원하고 있습니다.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온라인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복원 완성의 정도가 어디냐는 질문에 “욕심이 나는 때가 그만둬야 하는 순간이다”라고 장연희 학예연구사는 말한다. 작업하는 자신이 아니라 유물이 먼저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깨끗하게 지우는 일이 아니라 남겨둘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한마디가 긴 여운을 남긴다.

족자 관련 보존처리 과정

1 건식 크리닝(먼지 등 이물질을 부드러운 붓으로 털어주기)
2 해체 및 습식 크리닝(상·하축, 표장을 해체한 뒤 증류수를 여과해 크리닝)
3 안료의 접착력 강화(1%의 토끼아교를 2회 더하기)
4 구 1차배접지 제거(건식 배접지 제거법으로 처리)
5 결손부 보강(보강용 비단을 천연 염색해 결손부 보강)
6 배접(한지와 소맥전분풀을 사용해 1~4회 덧붙여줌)
7 보관 상자 제작(굵게말이축, 오동나무 상자를 제작해 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