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박물관
청자로 음미하는
멋과 풍류
글. 최명지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고려음高麗飮, 청자에 담긴 차와 술 문화>
2021. 12. 13. ~ 2022. 3. 20.
국립광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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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왕실 귀족층과 관료 문인들의 문화 향유

국립광주박물관은 2021년을 마무리하고 2022년을 여는 특별전으로<고려음高麗飮 , 청자에 담긴 차와 술 문화>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고려청자 다구茶具(차를 만들고 마시기 위해 필요한 도구)와 주기酒器 (술을 마실 때 사용하는 도자기)를 전시해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고려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생각을 보여주고자 마련했다. 최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고려 왕실은 중국에서 들여온 도자 제작 기술을 발전시켜 최고급 소재로 고려청자를 만들었다. 다양한 기물器物 은 정교한 청자로 만들었고, 그 기능은 형태뿐 아니라 예술적 색감까지 더해져 ‘천하제일 비색청자’를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고려시대에 유행한 차와 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청자로 제작한 다구나 주기가 많이 남아 있음에도 관련 회화나 문헌 등 자료가 적은 탓에 근래까지도 이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차 문화의 시대적 변천이나 주자注子와 잔의 용도에 대한 세부적 고증을 위해 중국 차와 술에 대한 장면을 묘사한 <소익잠난정도蕭翼賺蘭亭圖 >, <한희재야연도韓熙載夜宴圖 >, <문회도文會圖 >, <십팔학사도권十八學士圖卷 >, <연다도攆茶圖 > 같은 그림이나 벽화 등을 참고해 유물과 함께 소개했다. 나아가 고려 무덤의 발굴품 출토 상황 등을 검토해 다구나 주기의 조합 양상 등을 여러 측면에서 고민했다.

차에 대한 자료는 삼국시대부터 확인할 수 있고, 당나라에서 중국 차를 들여와 왕실이나 사찰 등에서 마셨다는 기록이 여럿 남아 있다. 또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사찰 터에서 차를 만들고 마시던 도구들이 확인된다.
이를 통해 차를 음용하는 방법의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 다구가 더 이 제작된 것은 왕실 귀족층과 관료 문인들의 차에 대한 관심과 애호로 인해 차 문화가 유행했을 뿐 아니라 청자의 발전이 음료 문화의 발전과 문화를 향유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고려사高麗史 』에는 차를 약 藥 ·향 香 등과 함께 귀한 품목으로 여긴 것은 물론 왕실의 하사품 및 의례의 필수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려의 차 문화는 12세기에 더욱 발전했고, 다채로운 청자 기술이 더해져 차 준비를 위한 행다용구行茶用具 , 차를 마시는 음다용구飮茶用具 등 세련미 넘치는 청자 다구가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고려시대는 차 문화와 함께 술 문화도 발전했다. 왕실은 술을 공식 제사·향연·사신 접대·약용·하사품 등으로 사용했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외교 사절품 역할을 하여 양온서良醞署, 사온서 司醞署 등의 담당 부서를 두어 관리했다.
이와 관련한 명문이 있는 청자는 술과 연관된 주기임을 알 수 있다. 여러 기록을 통해 주기는 청자 외에도 금·은·유리 등 다양한 재질로 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왕실용 주기는 대부분 청자다. 고려시대의 차, 술과 관련한 내용은 여러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으나 실제로 그 형태에 관해서는 자료가 부족한 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 술에 대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과 벽화 속의 장면을 검토해 주기의 형태와 기능을 추정해보고, 고려청자로 만든 잔과 잔받침·주자와 승반·병 등을 다양하게 선보임으로써 고려의 찻잔이나 술잔 등 다양한 쓰임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다.

  • 청자 구름 학무늬 완 靑磁壓出陽刻雲鶴文碗 고려 12세기, 높이 5.5㎝, 본관2045
  • 청자 국화무늬 꽃모양 잔과 받침 靑磁象嵌菊折枝文托盞 고려, 높이 10.6㎝, 덕수4095

1부 ‘고려시대 차와 술 문화의 유행과 수입 도자기’

전시는 차와 술 문화로 나뉜다. 1부에서는 같은 시기 중국 그림이나 벽화 자료를 참고해 공예품으로 제작한 차와 술 관련 도구를 나누어보고 그 사용법을 소개한다. 국내에 새로운 음료 문화가 소개되고 유행하면서 새롭게 제작한 도구들이 어떠한 쓰임새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그림과 영상으로 볼 수 있다.

2부 ‘고려청자, 문화를 마시다’

2부에서는 전성기를 맞은 차 문화와 함께 청자로 제작한 다기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한다.
고려시대 청자와 백자는 차를 마시기 위한 찻잔인 완을 제작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 알려진 고려시대 가마터에서는 완을 제작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초기 청자 가마터로 알려진 경기도 지역 가마의 퇴적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청자는 고려시대인 12~13세기에 기술적으로 가장 발달해 최상의 공예품으로 자리 잡았다.
고려청자 중에서도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청자 찻잔과 찻잔 받침, 주자와 투합, 타호, 다합, 은제 숟가락 등의 차와 관련한 다양한 도구를 통해 화려했던 고려시대 차 문화를 소개한다.
각각의 기능을 살피도록 정리했고, 영상실에서는 고려시대 단차團茶 제작 재현 및차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 청자 시가 새겨진 표주박모양 병 靑磁陽刻蓮唐草文瓢形甁 고려, 높이 38.8㎝, 덕수2857
  • 청자 주자와 받침 靑磁注子및承盤 고려, 높이 27.3㎝, 높이 12.4㎝(받침), 덕수990

3부 ‘고려청자, 예술에 취하다’

3부에서는 시기적 상황과 취향에 따른 청자 주기의 흐름, 주류의 변화가 이를 담는 도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과정을 담았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시가 새겨진 도자기’를 모아 살펴보고, 술이 담긴 병과 술잔에 적힌 문자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풍류와 그 의미를 소개한다. 완성도가 뛰어난 명품들은 전시장 중앙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더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 청자 참외모양 주자 靑磁瓜形注子 고려, 높이 16.5㎝, 본관10200
  • 청자매병 靑磁梅甁 고려, 높이 25.3㎝, 덕수2658

4부 ‘고려청자와 함께 묻히다’

4부에서는 무덤에 함께 묻힌 차와 술 관련 도구를 살펴본다. 고려시대에는 신분에 따라 무덤의 규모와 부장품의 종류가 달랐는데, 부장품 중 가장 많이 확인되는 것이 청자다.
청자는 당시에도 매우 귀하고 값비싼 물품으로, 왕릉과 귀족의 무덤에 주인과 함께 묻혔다.
개경에 위치한 고려 고분 외에 각 지역 무덤에서 확인된 차와 술 관련 부장품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차와 술에 대한 생각이나 고려시대 청자가 지닌 의미와 위상을 알 수있다.
청자로 제작한 다기와 주기는 비색청자, 상감청자로 제작되어 고려시대의 왕실과 귀족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다. 전시에서는 최상급 고려청자가 색과 조형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차와 술을 마시기에 적합한 기능적 면을 지녔음을 소개, 청자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로 고려시대 차와 술 문화의 양상을 소개해 우리가 일상에서 즐기는 대표 음료 문화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느끼는 경험적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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