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박물관
돌을 예술로 승화시킨
백제인의 테크놀로지
글. 신나현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사, 조효식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부여박물관 특별전 <백제인, 돌을 다스리다 - 治石>
2021. 12. 21. ~ 2022. 5. 8.
국립부여박물관
전시 바로가기

조각·조립·다스림으로 완성한 석조 예술

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소재다. 그런 까닭에 지금도 주변을 둘러보면 돌로 만든 물건을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다. 백제인들은 변하지 않는 소재인 돌을 이용해 다양한 문화를 발전시켰고, 그들이 남긴 문화유산에서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섬세한 기술(테크놀로지)을 엿볼 수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은 사비고고학연구회와 함께 백제인의 돌 가공 테크놀로지를 조명하는 특별전 <백제인, 돌을 다스리다 - 治石>을 마련했다. 많은 것이 쉽게 생산되고 사라지는 지금, 이번 전시로 옛 모습 그대로 우리 곁을 지키고 또 앞으로도 그 자리에 남아 있을 백제의 문화유산이 주는 감동이 전해지길 바란다. 전시는 ‘조각하다’, ‘조립하다’, ‘다스리다’ 세 가지 주제로 구성했다.

1부 ‘백제인, 돌을 조각하다’ 전시실

1부 ‘백제인, 돌을 조각하다’

투박한 돌에 백제 석공의 단단한 정이 부딪히면 하나의 조각품이 탄생한다. 제권역에서는 보령 납석과 익산 황등석 같은 품질 좋은 돌 산지가 많았으며, 여기에 섬세한 손기술을 지닌 장인이 있어 생활용품이 다양하게 제작되었다. 1부에서는 백제권의 풍부한 돌 산지 정보와 돌을 가공한 도구, 생활에서 사용한 백제의 다양한 돌 조각품을 다루었다. 투박하지만 단순함이 특징인 절구, 부피를 재는 용기, 거푸집 등 백제인의 손에서 탄생한 생활용품들을 전시했다. 특히 부여 쌍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웃는 얼굴이 새겨진 가락바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드는 백제인의 해학이 엿보인다도1.

2부 ‘백제인, 돌을 조립하다’ 전시실

2부 ‘백제인, 돌을 조립하다’

2부에서는 백제 석조건축물의 자재로 사용된 돌을 다루었다. 백제인은 단단한 돌들의 면을 각지게 조각하거나 홈과 턱을 만들어 결구하는 방식으로 보다 견고한 건축물을 만들었다. 서로 맞물리게 제작된 건축자재들은 치밀한 설계의 결과물로, 세계 문화유산인 부여 나성, 부여 능산리 왕릉원을 비롯한 백제의 주요 유적에서 이러한 백제인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부여 관북리와 북나성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돌로 만든 도수관導水管(물을 끌어오는 장치)과 부여 나성에서 출토된 ‘백호白虎’ 명문銘文 성돌이 처음으로 전시되었다도2,3.

도1. 웃는 얼굴이 새겨진 가락바퀴 紡錘車 부여 쌍북리, 지름 5.9㎝, 두께 0.8㎝, 부여20378
도2. 도수관 導水管 부여 북나성, 길이 79.8㎝, 너비 18.2㎝, 홈 폭 7.8㎝, 백제역사문화관 소장
도3. ‘백호’ 글자를 새긴 성돌 銘文城石 부여 동나성, 가로 46.0㎝, 세로 36.0㎝, 높이 31.3㎝, 정림사지박물관 소장
3부 '백제인, 돌을 다스리다' 전시실

3부 ‘백제인, 돌을 다스리다’

백제인의 정교한 기술은 차갑고 단단한 돌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3부에서는 돌로 만든 불상과 탑을 다루었다. 불상 공간은 백제의 돌로 만든 불상 가운데 거의 완전한 모습을 지닌 부여 군수리석조여래좌상(보물)도4을 시작으로, 큰 바위의 네 면에 불상을 새겨 넣은 예산 화전리 석조사면불상(보물)의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예산 화전리 석조사면불상의 경우 실제 현장에 남아 있는 불상과 깨진 상태로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던 불두 편 등의 자료를 3D 스캔과 프린팅 작업으로 복원을 시도했다도5. 이 정에서 추가로 확인한 조각과 조립기술의 흔적도 함께 소개했다.
그리고 일출부터 일몰까지의 조명 연출을 시도하여 사면불상의 입체적 모습과 조각미를 선보였다. 탑을 주제로 하는 공간에서는 사리장엄구의 모습과 위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야외 전시 중이던 부여 구아리사지 출토 심초석을 실내로 들여왔다도6.

도4. 부여 군수리 석조여래좌상 扶餘軍守里石造如來坐像 부여 군수리사지, 높이 13.5㎝, 너비 8.6㎝, 두께 4.1㎝, 보물 M435
도6. 심초석 心礎石 부여 구아리사지, 가로 82.0㎝, 세로 90.0㎝, 높이 36.0㎝, 부여380

그리고 돌로 제작한 사리함 뚜껑과 사리 공양품도 함께 소개했다. 특히 석탑의 출발을 알린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목탑 양식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소재를 석재로 전환한 획기적인 탑으로, 백제 석조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백제의 석탑과 백제 탑 조영 기술의 영향을 받은 신라, 일본, 시대를 넘어 고려시대 석탑의 모습은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도5. 예산 화전리 석조사면불상 禮山花田里石造四面佛像 높이 310.0㎝, 너비 140.0㎝,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