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방
천년의 결을
짓다
글. 편집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17호 안치용 한지장
“천년 그 이상을 이어가는 한지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이
한지장으로서 임무이자 과제입니다.”

닥나무를 베고 찌고 삶고, 말리고, 벗기고, 다시 삶고, 두들기고, 고르게 섞고, 뜨고, 말리는 아흔아홉 번의 손질을 거친 후 마지막 사람이백 번째 만진다 하여 옛사람들이 백지 白紙 라부르기도 한 한지.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명품 종이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데에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명맥을 이어온 장인의 뚝심과 숭고한 정신력이 큰 몫을 차지한다. 지난해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17호로 지정된 안치용 한지장도 한지 제작의 전통을 이어가는 주역이다.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한지장’ 보유자이자, 충북에 자리한 괴산한지체험박물관 관장으로서 41년간 한지 외길을 걷고 있다.
“인간과 자연에 가장 친화적인, 생명력 있는 재료로 만든 것이 바로 한지입니다. ‘오래된 미래’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만큼 이 시대의 신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안치용 관장은 한지를 만드는 기본 요소로 장섬유인 닥나무, 장인의 손실, 항상 신선도를 유지하는 용천수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고도의 숙련된 기술과 장인의 오랜 경험은 명품 한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고되고도 세심한 공정을 거쳐 탄생한 한지는 질기고 오래 가며, 색이 변하지 않고 통기성과 보온성이 뛰어나다. 한지가 세계적으로 고미술품이나 고서, 고가구 복원 등에 쓰이는 마법 같은 재료로 인정받는 이유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신라시대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백지묵서화엄경白紙墨書華嚴經>,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등이 천년을 견뎌낸 것만 봐도 한지의 우수성을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충북 괴산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 한지를 만들고 있는 안치용 관장은 그저 전통을 이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좋은 한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한다.
한지장으로서 작업에 몰두하는 것 외에도 대중과 소통하며 한지의 매력과 우수성을 알리고 전수자를 양성하는 데 사력을 다했다.
그것이 한지장으로서 책임이자 과제라고 여겼다. 2013년 개관한 괴산한지체험박물관은그 노력의 일환이다. 단아한 기와지붕 아래 단층으로 마련된 전시 공간에는 전국에서 수집한 한지 관련 유물과 민속품들로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한지로 만든 옷, 가구는 물론 직접 개발해 특허를 받은 입체문양 한지도 만나볼 수 있다. 황토와 식물로 천연 염색한 벽지 및 장판용 한지와 공예용 한지도 만들어 판매한다. 우리가 인정하는 한지를 세계가 주목하게 하거나, 세계가 관심을 갖는 한지를 역으로 우리가 재조명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행보를 기획하고 펼쳐나갈 생각에서다. “전통을 발전적으로 지키고 이어가기 위해서는 유지와 변화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전통 방식을잘 지켜가되 미래세대를 위해 한지와의 접점을 만들어내고 생산적인 사업으로 확장시키는 변화가 중요하죠.”
안치용 관장은 부드럽고도 거친, 연하고도 질긴 한지의 다채로운 매력에 차곡차곡 그만의 결을 새겨나가고 있다.

한지 제작 주요 과정

1 닥나무 찌기
2 닥나무 껍질 벗기기
3 백피 만들기
4 천연 잿물 만들어 닥섬유 삶기
5 닥섬유 두들겨 찧기
6 닥풀 만들기
7 물질하기
8 탈수와 건조
9 도침搗砧 하기(여러 겹의 종이를 다듬이질)“천년 그 이상을 이어가는 한지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이
한지장으로서 임무이자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