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호부터의
    현장 에세이를 전해 드립니다

    1970년 시작된 이야기
    박물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다

박물관 존재의 가치

김정완(前 국립김해박물관 관장)
『박물관신문』 1986년 6월 30일(통권 178호)

유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영구히 보존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박물관 기능 중에 으뜸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이의 한 방안으로 보존과학이 발달하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들어 각 대학박물관 등이 관심을 갖고 보존 처리 시설을 마련하고 있어 고무적인 현상으로 생각된다.

어렵게 발굴한 유물들이 박물관에 와서 썩어 내려앉는 것을 보노라면 그때처럼 마음 상하는 일도 없다. 차라리 그냥 땅속에 묻혀 있었더라면 훨씬 더 오래 보존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이럴 때면 그래도 그냥 불도저에 밀려 없어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자위해보기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립박물관 중 유물을 긴급 보존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으로는 중앙박물관과 경주박물관이 있다.

그러나 이들 두 박물관의 처리 능력은 자체 유물만으로도 부족한 형편이라 다른 박물관의 유물을 맡아서 처리해준다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생각도 할 수 없다.

국립박물관은 그 나라 문화의 중심 기관이며 여기에 전시되는 유물은 그 민족의 얼굴이다. 또한 국립박물관의 유물 보존과 관리 등은 다른 대학박물관이나 사설 박물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립박물관의 수장 유물이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을 때 다른 박물관에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올해 서울의 중앙박물관이 새로 개관하게 되면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국제적인 규모의 박물관이 들어서는 셈이다. 그리고 새로운 국립지방박물관의 신축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렇게 박물관을 확장하고 새로 짓는 것도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하겠지만, 박물관 하나하나가 그 기능을 올바르게 수행해나가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두더지의 辯’은 1970년 『박물관신문』 창간과 함께 수록된 박물관 사람들의 현장 에세이입니다.
본 원고에서는 원문을 현대 표기법에 맞춰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