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읽어드립니다 - 사람
변하고 변치 않은,
뉴노멀 시대의 전시 해설
김현지 국립중앙박물관 고객지원팀 영어전시해설사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코로나19로 인해 오래 고요했던 박물관에도 점차 사람들의 생기가 채워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전면 중단되는 시련을 겪었던 전시 해설 사업 역시 지난 11월에야 재개되어 조금씩 자리를 되찾고 있다. 김현지 영어전시해설사를 만나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해설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Q. ‘전시를 해설해주는 사람’이라는 단편적 정의 이상으로, ‘전시해설자가 생각하는 전시해설자’란 무엇일까요.

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사람입니다. 유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다루지만, 이를 일반 관람객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에요. 전문적 영역과 대중적 영역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인 셈이죠.

Q. 전시 해설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궁금해요.

먼저, 전시와 유물에 대해 공부하고 대본을 작성하고, 준비한 해설을 동료 해설사 앞에서 시연하여 의견을 받아요. 두 차례 시연을 통해 수정을 거친 다음에야 최종 해설이 완성된답니다. 외국어 전시 해설은 한국어로 1차 시연하여 내용의 정확도와 해설 태도를 먼저 살피고, 2차 시연은 외국어로 진행해 세부 대본을 점검하죠.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 해설 프로그램은 관람객 타깃층, 주제, 해설 방식, 시기에 따라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전체를 한국어 2명, 영어 2명, 중국어/일본어 각 1명까지 총 6명의 전시해설사가 함께 준비해 운영하고 있어요.

Q. 한국어 해설과 외국어 해설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 역사에 대해 기본 배경지식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시대순으로 해설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편 우리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 관람객에게는 큰 시대 흐름을 짚어주는 게 중요해요. 해서 상설전의 경우 선사·고대관부터 시작해 역사적 순서를 따라가며 해설합니다.
고구려실에는 설명 패널과 함께 옛 지도가 하나 붙어있는데요. 외국인 관광객에게 “여러분이 지금 있는 서울을 지도에서 찾아보라”고 하면 대개 평양으로 잘못 가리키더라고요. 이처럼 세부적인 지식 전달에 앞서 시대적, 지리적 감각을 익히도록 하는 게 외국인 해설에서 우선 고려해야할 부분이에요. 또 전시 외적으로도 우리 문화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공기놀이와 같은 전통놀이를 비롯한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기도 합니다.

Q. 전시 해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관람객이 궁금한 것’을 ‘정확하고’, ‘흥미롭게’ 전달한다는 세 가지 사항에 중점을 둡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선배로부터 “전시 해설은 뉴스가 아니라 홈쇼핑처럼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딱딱하고 진지하기보단 통통 튀고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그렇다고 해서 과장된 몸짓이나 목소리로 시선을 모으라는 건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전시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적절한 경쾌함을 유지해야 하죠.
저는 외국인 관람객이 지루해할 때쯤 “There is a interesting story.” 하면서 흩어진 이목을 집중시키곤 해요. 이처럼 한 시간가량 이어지는 해설 동안 관람객이 전시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합니다.

Q.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설이 멈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우리는 이 시간을 해설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로 만들었어요. 기존의 해설 프로그램을 정비하고 신규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해설에 필요한 태블릿PC를 새로 교체하고 기기에 맞는 해설 앱과 전시 주제도 개발했어요.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외국어 해설 영상도 만들었는데, 특히 시각 자료가 풍부하게 실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온/오프라인에 걸쳐 변화를 꾀한 전시 해설 프로그램은 조금씩 과거의 활기를 찾아가고 있어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관람객에게 더 좋은 전시 해설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달라진 해설을 접한 관람객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지난달 태플릿PC를 이용한 전시 해설 프로그램인 ‘스마트 큐레이터’에서 〈유물 속 여성 이야기〉라는 새 주제를 시범 운영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이런 전시 해설이 있는 줄 몰랐다”며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시더라고요. 열심히 보강해온 전시 해설 프로그램들이 요즘 새 주제와 더불어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어 뿌듯합니다.

Q. 〈박물관신문〉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전시 해설은 그 모습과 내용이 점차 달라지고는 있지만 ‘관람객에게 전시와 유물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본질은 한결같습니다. 전시 해설 프로그램들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으니, 많이들 보고 들으러 와주세요. 특히 우리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이라면 꼭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러 해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길 바랍니다.

김현지 전시해설사가 추천합니다

봄꽃이 만개한 야외정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석조물정원을 비롯해 네 개의 연못 주위로 야외정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석탑과 석불 등 옛 유물들 사이로 화사하게 피어난 꽃을 보며 봄을 만끽해보세요. 계절 따라 달라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야외정원은 특히 이맘때 매화와 진달래가 가장 예쁘게 피는 시기랍니다.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北漢山 新羅 眞興王 巡狩碑)

하나의 유물에서 세 개의 시대 흔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선사·고대관의 신라실에서 볼 수 있는 이 순수비는 진흥왕(재위 540~576)이 한강 유역을 점령하면서 영토를 확장한 것을 기념하여 북한산 비봉 정상에 세운 비석으로, 앞면에 이 내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후 순수비의 존재는 한참 잊혔다가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가 우연히 이를 발견해 비석 오른쪽에 기록을 남겼습니다. 마지막으로 뒷면에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총탄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