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박물관
불국토佛國土를 향한
신라인의 염원
글. 신광철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경주박물관 상설전시실 신설 <불교사원실>
2021.11.24. 개막
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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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과 절이 별처럼 많고
탑과 탑이 기러기처럼 연이어있다
(寺寺星張 塔塔雁行)”

신라 왕경王京의 모습을 묘사한 『삼국유사』의 구절이다. 번영을 구가하던 천년왕국 신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오늘날 경주 시내 곳곳에서 당시의 영화榮華를 느낄 수 있는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경주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이유일 텐데 이와 발맞추어 지난 11월 24일에는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 2층이 ‘불교사원실’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기존 황룡사실을 공간과 내용 면에서 크게 확장하여 새롭게 꾸몄는데, 지진에 대비한 면진 진열장과 가시광선 투과율 98~99%의 전면 저반사 유리를 설치함으로써 문화재 안전과 최적화된 전시 관람 환경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또한, 신라미술관 중층의 환경을 개선하고 2층 계단 홀 공간을 전시 일부로 편입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중층을 거쳐 2층 불교사원실로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통일신라 후기의 사리기

‘불교 사원’으로의 진입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불교사원실 입구에 전시된 황룡사 출토 치미이다. 경주의 대표 사원 황룡사의 대형 치미를 전시하여 불교 사원으로의 본격적인 진입을 예고하고자 하였다. 치미의 진열대 높이도 관람객 눈높이에 맞게 낮추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더불어 전시 도입부에 석조물을 배치함으로써 과거 번성했던 신라 사원의 모습을 상상함과 동시에 사원 외부와 내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부여하였다.

도1. 황룡사 찰주본기  皇龍寺 刹柱本記 통일신라 872년 높이 22.5㎝, 너비 94.0㎝  보물 신수2323 도1. 황룡사 찰주본기 皇龍寺 刹柱本記 통일신라 872년, 높이 22.5㎝, 너비 94.0㎝, 보물, 신수2323

신라 사찰의 역사적 흐름을 조망

1. 전시 내용과 주요 전시품 신라 왕경과 지방의 주요 사찰 유적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 탑 장식, 불상, 기와 등을 활용하여 신라 사찰의 역사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황룡사 사리기 외함 표면에 새겨진 찰주본기刹柱本記,도1 사천왕사 녹유신장상벽전綠釉神將像甓塼도2과 감은사 서탑 사리장엄구도3를 비롯하여 통일신라 후기의 봉화 서동리·창녕 술정리·함양 승안사·포항 법광사의 사리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와 함께 신라 최초 사찰인 흥륜사를 비롯한 주요 사찰의 기와와 전돌 190여 점을 대형 벽부장에 전시함으로써 당시 사원 건축의 면모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하였다.

2. 새로운 과학적 조사 결과 각 재질의 성분 분석을 통해 유물에 깃든 가치에 다가가고자 했다. 황룡사 구층목탑 심초석 하부에서 출토된 백자호의 작은 흰색 물질 3점은 조개껍데기로 밝혀졌다. 구층목탑 사리공에 봉안되었던 연꽃 모양 받침은 <찰주본기>에 언급된 ‘금은고좌金銀高座’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는데 재질 분석 결과, 가운데 부분이 은, 바깥 부분이 금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하였다.
분황사 은제합에 들어있던 직물은 능조직을 바탕으로 한 무늬가 없는 무문릉無紋綾 또는 소릉素綾으로 밝혀졌다. 능조직은 사선(능선)이 보이는 직물 구조로 고려시대 불복장佛腹藏 직물에서 다수 확인된다. 분황사의 것은 황색과 녹색 2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역시 고려시대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자료는 창건 당시와 고려시대의 봉안품이 혼재된 분황사 사리장엄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되고 있다.

도2사천왕사 녹유신장상 벽전 四天王寺 綠釉神將像甓塼 통일신라 높이 88.5~90.0㎝ 경주119 등 도2. 사천왕사 녹유신장상 벽전 四天王寺 綠釉神將像甓塼 통일신라, 높이 88.5~90.0㎝, 경주119 등
도3. 감은사 서삼층석탑 출토 사리기  感恩寺 西三層石塔 出土 舍利器 통일신라 682년 높이 60.0㎝, 가로 50.0㎝, 세로50.0㎝  보물 신수606, 신수607, 신수608 도3. 감은사 서삼층석탑 출토 사리기 感恩寺 西三層石塔 出土 舍利器 통일신라 682년, 높이 60.0㎝, 가로 50.0㎝, 세로50.0㎝, 보물, 신수606, 신수607, 신수608

공간감과 출토 맥락을 고려한 전시 연출

1. 시간 축의 설정과 과거와 현재의 조화 시간순으로 전시된 사리장엄구 진열장을 중심축으로 양옆에 여러 절터에서 수습된 기와와 전돌, 불교 신앙의 대상과 사천왕사 녹유신장상 벽전을 전시하였다. 도입부에는 절터에서 수습한 석탑 부재, 완결부에는 신라 사원의 현재를 몽환적으로 포착한 장-줄리앙 푸스의 영상을 배치하여 시간의 궤적을 그려냈다.
전시실 천장은 전통 목조건축의 지붕 구조를 모티브 삼아 과거와 현재가 조화된 분위기를 연출하여 장엄한 사원 내부를 구현하였다.

2. 전시품의 맥락을 보여주는 연출 진열장 높낮이에 변화를 주어 직관적으로 유물의 출토 상황을 느낄 수 있도록 황룡사 구층목탑 심초석 하부와 심초석 내 사리공에서 발견된 사리기와 공양품을 전시하였다. 사천왕사 녹유신장상 벽전은 주위에 배치되어 있던 당초문전唐草文塼과 지대석 등을 재현하여 건축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사천왕사 목탑 터 바닥을 장식했던 물결 형태의 녹유전을 전시실 바닥 일부에 재현함으로써 관람객들이 당시 신라인들이 구현하고자 했던 정토의 아름다운 모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하였다.

신설된 불교사원실에서 불국토를 염원했던 신라인의 마음과 신라 불교에 대해 보다 더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황룡사 출토 금동반가사유상 황룡사 출토 금동반가사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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