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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글. 박혜선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 학예연구사
국립중앙박물관, 유리건판으로 보는 100년 전 기록
- 유리건판 온라인 영상 콘텐츠 -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 나오는 주인공 헨리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시간여행을 떠나듯 삶을 살아간다. 영화 속 그의 시간여행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는 설정이지만 피곤하고 지친 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내는 현대인들에게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그의 삶이 한편 부럽기도 할 것이다.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시간여행을 꿈꾼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힘든 상황에서는 더욱 매력적인 단어로 다가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국민에게 휴식과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온라인 영상 콘텐츠 ‘유리건판으로 보는 100년 전 기록’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상은 소장하고 있는 유리건판 사진 중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을 대상으로 과거 100년 전 궁궐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영상을 보고 있는 동안 마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과 함께 계절감 있고 생동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했다.

경복궁 광화문 경복궁 광화문
경복궁 근정문勤政門 내측 경복궁 근정문勤政門 내측


유리건판琉璃乾板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메라 필름(투명하고 얇은 유연성이 있는 플라스틱 지지체 위에 감광유제를 도포한 것)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사용된 흑백사진 필름유제의 원형이다.
유리원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할로겐화은을 포함한 감광유제를 유리판에 바른 후 건조시킨 것이다.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된 지금이야 사진 한 장 찍는 것이 그리 대단치 않은 일이 되었지만, 이전에는 사진 한 장을 촬영하려면 셔터 혹은 터치 한 번 하는 지금과는 달리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편함이 수반되어야 했다. 그나마 유리건판이 탄생함으로써 사진 촬영이 좀 더 용이해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은 총 38,170장으로 대부분 1909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고적 조사사업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만주지역을 조사하고 촬영한 결과물이다. 조선총독부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가 광복 이후 국립박물관으로 유물들과 함께 일괄 접수되었다. 비록 철저하게 그들의 시각에서 촬영된 사진이지만 당시 모습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리건판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번 동영상은 조선시대 궁궐 중 북궐에 해당하는 경복궁과 동궐에 해당하는 창덕궁, 창덕궁의 모습을 당시의 유리건판 사진과 함께 현재의 궁궐 모습과 교차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촬영·편집했다. 자칫 지루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유리건판 사진을 포토 콜라주 애니메이션 기법(사진에서 필요한 부분을 잘라내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편집 방법)을 사용해 영상을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특히, 궁궐 사진의 경우 훼손되기 이전 모습들도 다수 남아 있어 주목을 끈다. 경복궁 근정전의 모습, 제자리에 걸려 있던 각종 현판들, 자경전 꽃담의 본래 모습 등 유리건판 사진을 통해 100년 전 그날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시길 바란다.
사전 공개된 2020년 유리건판 프리뷰 영상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되는 이번 동영상 2편은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채널에서 언제든지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나만의 공간에서 유리건판 사진 영상전을 통해 궁궐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편안하게 감상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누구나, 어디서나, 모두를 위한 박물관’을 목표로 다양한 방식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여 모든 국민이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
향후 궁궐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덕수궁·경희궁 편과 오랜 시간 개보수 공사를 거치고 새롭게 단장한 익산 미륵사지 편도 순차적으로 제작·공개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창덕궁 후원 주합루宙合樓, 어수문魚水門 전경 창덕궁 후원 주합루宙合樓, 어수문魚水門 전경
창덕궁 후원 애련정(愛蓮亭) 창덕궁 후원 애련정(愛蓮亭)
창덕궁 인정전仁政殿 창덕궁 인정전(仁政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