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속에서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
박물관에 바라는 균형
인터뷰. 편집팀
<漆, 아시아를 칠하다>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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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는 김민수, 임현진 씨는 모처럼 전시 데이트에 나섰다.
한때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박물관, 미술관에 자유롭게 방문하기 어려웠다던 이들이 오랜만에 선택한 전시는 <漆, 아시아를 칠하다>이다. 옻칠 공예가 정해조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민수 씨는 전통 기술로만 생각했던 옻칠이 얼마든지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표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칠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단다. “마침 ‘옻칠’을 주제로 한 전시가 있어 관람을 왔는데 옻칠의 역사와 더불어 칠기 제작 과정도 알 수 있어 유익했어요.” 현진 씨도 덧붙였다.
“저는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던 나전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롭더라고요. 영상이나 타임 그래프를 통해 상세한 이해를 돕고 있어서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전시를 보며 특히나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은 부분은 옻나무를 주제로 만든 설치 미디어아트가 있는 프롤로그 공간이다. 나무처럼 높게 뻗은 기다란 천위로 흐르는 흑백의 옻나무 영상은 전시에 앞서 주제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전시 공간에 미디어아트나 AR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실감 콘텐츠를 활용하여 전시 체험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소위 MZ세대에 속하는 두 사람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과거에는 전시 방식이 글이나 그림 또는 사진을 보는 평면적 형식으로 한정되었다면 이제는 대상을 입체적으로 관람하는 체험형 전시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이러한 전시 흐름을 반영하고 있어서 기존에 알던 유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편으로 단지 유행한다는 이유로 최신 기술을 무분별하게 적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보탰다. “모든 걸 뉴미디어아트로 구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실제 작품과 미디어 기술로 재현한 작품 사이에 괴리가 느껴져서 거부감이 들 때도 있거든요. 여전히 어떤 작품들은 그 자체로 두어야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곳에서는 옛 유물을 다루는 만큼 전시물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면 좋겠어요. 이번 전시에서는 미디어아트와 영상, 실제 유물을 적절히 배치해서 균형이 잘 맞더라고요.”
평소 ‘아트허브’와 같은 예술 전문 플랫폼이나 SNS를 통해 전시를 비롯한 문화체험 소식을 접한다는 두 사람은 많은 단체가 SNS 채널과 가상현실 공간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는 방식이 MZ세대 수요자에게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SNS는 고민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줄여주어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선보인 ‘사유의 방’도 이색적이더라고요. 아직은 SNS를 통한 소통 및 홍보 효과가 월등해 보이지만, 앞으로 저희 다음 세대에게는 가상현실 공간이 더 우위를 차지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우리가 있는 실제 현실이 잘 갖춰져야 이러한 시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전 <漆, 아시아를 칠하다>를 관람한 후기를 SNS에 남기려 한다는 두 사람의 손에는 여운을 간직하기 위해 챙긴 전시 팸플릿이 쥐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