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호부터의
    현장 에세이를 전해 드립니다

    1970년 시작된 이야기
    박물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다

새 봄의 변화와 만나다

김정완(前 국립김해박물관 관장)
『박물관신문』 1992년 3월 1일(통권 247호)

봄이 움트는 삼월은 새해를 맞는 정월보다도 오히려 감동적일 수 있다. 해 바뀌어 성큼 두 달을 보내고 나서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스며들려할 즈음에 새봄이 가까운 벗 인양 미소 지으며 다가오고 있음은 저으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온갖 만물이 침묵하는 무채색의 겨울로부터 색깔을 부여받게 되는 새봄은 나날의 변화에 눈부신 때이다.

물오른 나무들은 그들 나름대로 색을 토하니 형체에 앞서 빛깔부터 달라지게 된다. 소나무 같은 상록수도 겨울과는 다른 윤택 있는 푸른색이며 복숭아 잔가지는 꽃보다 휠씬 짙은 붉은 빛이다. 새들이 목청을 돋우며 부산한 몸동작을 보이는 것도 단순히 새봄의 기쁨을 노래하는 것만이 아닌 짝을 찾아 둥지를 틀기 위한 엄숙한 행위이기도 하다. 봄을 맞아 너나없이 바빠지는 때, 씨 뿌리는 시절, 올해 계획을 다시 헤아리며 새롭게 다짐하게 된다. 계절은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공간과 가치를 잊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것도 우리의 속성 중의 하나이다.

새봄을 맞아 정녕 새로워지려는 몸부림이 요구된다 하겠다. 온갖 미물들이 예외 없이 변화된 몸짓을 보이는 때 우리들도 자신을 추스리며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새봄의 눈부신 향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변모된 우리들의 자세에서 비롯된다. 삼월은 감동적인 그리고 변화를 인식하는 달이다.

‘두더지의 辯’은 1970년 『박물관신문』 창간과 함께 수록된 박물관 사람들의 현장 에세이입니다.
본 원고에서는 원문을 현대 표기법에 맞춰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