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박물관
빛의 향연
예산 수덕사 괘불
글. 유수란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빛의 향연 - 예산 수덕사 괘불
2022.4.13. ~ 10.16.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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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2022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열일곱 번째 괘불전 ‘빛의 향연-예산 수덕사 괘불’을 국립중앙박물관 2층 서화관 불교회화실에서 개최한다.

1673년(현종14)에 조성된 〈예산 수덕사 괘불〉은 화면 바깥을 꾸미는 장황을 포함한 전체 높이가 10미터에 달하는 괘불이다.도1 법당 앞마당에 걸리면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부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사찰에서 괘불을 직접 볼 기회는 매우 드물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괘불을 거는 데 필요한 괘불지주나 괘불대가 훼손된 경우가 많고, 200~300kg 가까이 되는 괘불함을 무사히 옮겨서 괘불을 마당에 거는 일 역시 경험이 없으면 쉽지 않다. 사세가 기운 사찰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괘불을 걸 기회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괘불과 마주할 수 있는 날이 흔치 않기에 그 옛날에도 괘불이 걸린 날에는 모두 함께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도2

도1. 예산 수덕사 괘불 禮山 修德寺 掛佛 응열 등 4명, 조선 1673년, 삼베에 색, 전체 1,071×744cm, 화면 907×700cm, 예산 수덕사 보물 ⓒ 성보문화재연구원

폭이 25~36cm 가량 되는 삼베 22폭을 이어 만든 바탕에는 신비로운 빛이 갖가지 색으로 피어나고, 화려하게 장엄된 부처와 부처를 향해 모여드는 이들이 화면 가득 자리한다. 한정된 화면에 여러 존상을 배치하려면 각각을 겹쳐서 그려야 하는데, 〈예산 수덕사 괘불〉에서는 존상 사이에 여백을 표현해 화면 곳곳에 퍼진 빛과 중앙에 자리한 부처에게 오히려 시선이 집중된다. 부처를 중심으로 피어나는 빛은 부처의 초월적인 힘을 강조하는 듯하다.
화면 중심에는 두 손을 어깨 위로 들어 설법인을 취한 부처가 그려져 있다.
부처의 초록색 두광에는 ‘원만보신 노사나불圓滿報身盧舍那佛’이란 존명이 적혀 있다. 노사나불은 오랜 수행으로 공덕을 쌓아 부처가 된 보신불報身佛로, 보관을 쓰고 화려한 영락으로 신체를 장식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불상 뒤에 봉안되는 후불화에서는 노사나불이 단독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이처럼 화면 중심에 노사나불이 서 있는 괘불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거대한 화폭에 누가 자리했는지도 중요하지만, 괘불은 그 자체로 우리를 한순간에 압도한다. 불교의 사상과 교리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괘불을 마주하면 여래의 존재감과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전율이 온몸을 감싸는 듯하다. 한정된 색채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왔던 옛사람들에게 괘불은 어떤 느낌을 주었을까?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고 수행한 승려들에게 눈 앞에 펼쳐진 화려한 빛의 세계는 어떤 의미였을까? 수묵화처럼 담백한 수행과 정진만 있을 것 같은 조선의 불교문화에도 이처럼 화려한 형상으로 사람들을 압도하는 괘불이 전해져왔다.
가르침을 전하는 부처뿐만 아니라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는 보살과 제자들, 그 가르침을 수호하는 수많은 신의 존재는 서양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만큼이나 다채롭다.

도2. 1954년에 촬영한 예산 수덕사 괘불 ⓒ 수덕사

이번 괘불전에는 수덕사의 또 다른 보물 〈수덕사 대웅전 목조연화대좌〉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도3 고려 14세기에 조성된 이 연화대좌는 지금까지 확인된 유일한 고려시대 목조연화대좌로,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사찰 밖에 나왔다. 나무를 깎아 연꽃 형태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금빛 선과 화려한 문양으로 꽃잎 표면을 장식했다.
잎 중앙과 가장자리에는 동심원 형태의 꽃 장식과 당초무늬가 가득하다. 1308년 건립된 수덕사 대웅전에는 불교 세계관의 중심에 자리한 수미산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3단 형식의 수미단이 놓여 있었고, 이 목조연화대좌는 그 위에 올려져 있었다. 높은 수미단 위에 연화대좌가 올려진 모습은 고려시대 불상이나 불화, 사경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수덕사 대웅전 목조연화대좌〉의 형태와 장식은 고려 후기 불상이나 불화에 표현된 대좌와 매우 비슷하다. 일부 수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고려시대 목조대좌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 중요한 작품이다. 연꽃은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고귀함과 청정함을 상징한다. 연꽃 모양 대좌 위에 앉았을 고려의 불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불교문화가 찬란하게 꽃피웠던 고려시대의 불상과 공예품은 대부분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그 흔적이 희미해졌으나, 수덕사 대웅전의 목조연화대좌는 여전히 남아 화려했던 옛 모습을 전해준다.

도3. 수덕사 대웅전 목조연화대좌 修德寺 大雄殿 木造蓮華臺座 고려 14세기, 높이 24.7, 지름 124.3cm, 예산 수덕사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