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박물관
임인년,
호랑이로 통하다
글. 허문행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2022년 임인년 맞이 호랑이 그림Ⅰ
2021. 12. 29. ~ 2022. 5. 1.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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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이하여 상설전시관 서화실에서 호랑이 그림을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故 이건희[1942~2020]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기증한 〈월하송림호족도月下松林虎族圖〉를 비롯해도1,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용호도龍虎圖〉[덕수2300]도2, 〈호렵도虎獵圖〉[덕수4501]도3 등 모두 15건 18점의 조선시대 호랑이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

호랑이의 나라, 조선

“창덕궁 안에서 어미 호랑이가 새끼를 쳤는데 한두 마리가 아니라고 한다”01
“한양 근교에서 호랑이가 출몰하므로 군영에서 포수를 동원해 호랑이를 잡도록 하였다”02

지금은 호랑이를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도성이었던 한양에도 호랑이가 심심치 않게 출몰했다. 그 수가 어찌나 많았던지 나라에서 호랑이를 잡기 위한 특수부대를 운영 하거나03 호랑이를 잡은 사람에게 후한 포상을 내려주는 제도가 마련될 정도였다.04 사람에게 해를 많이 끼친 포악한 호랑이를 잡으면 신분에 따라 벼슬이나 재물을 받았는데 노비의 경우 천민의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호랑이는 호분위虎賁衛나 용호영龍虎營 등 군대의 이름으로 사용되었는데, 호랑이가 용맹함을 상징하는 존재로 널리 알려졌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호랑이에 대해 많은 기록을 남겼는데, 17세기의 문인 정두경鄭斗卿[1597~1673]은 「산군전山君傳」에서, 18세기의 문인 박지원朴趾源[1737~1805]은 「호질虎叱」에서 호랑이를 의인화하여 소개했다. 이를 통해 호랑이가 친숙한 존재로도 인식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01 『선조실록宣祖實錄』 권214, 선조 40년[1607] 7월 18일 무신戊申
02 『숙종실록肅宗實錄』 권38, 숙종 29년[1703] 11월 26일 정묘丁卯
03 『대전통편大全通編』 병전兵典, 시취試取, 착호갑사捉虎甲士
04 『수교집록受敎輯錄』 병전兵典, 포호捕虎, 숙종 9년[1683] 전교
도1 월하송림호족도 月下松林虎族圖 조선 19세기, 종이에 색, 199.0X460.0㎝, 이건희 기증
도3 호렵도虎獵圖, 이인문, 조선 18세기 말 - 19세기 초, 종이에 엷은 색, 38.2X59.1㎝, 덕수4501

호랑이 그림에 담긴 의미

조선시대에는 한 해의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새해 첫 날 문간에 그림[세화歲畫]을 붙이는 문배門排라는 풍속이 유행했다. 선조들은 호랑이가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여겨 새해가 되면 집집마다 ‘까치와 호랑이’, ‘용과 호랑이’ 등 여러 호랑이 그림을 붙여두곤 했다. 호랑이가 단독으로 그려진 그림은 주로 용맹한 모습을 보이지만, 다른 대상과 함께 그려지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호랑이와 용이 함께 등장하는 ‘용호도龍虎圖’는 용맹과 위엄을 상징한다. 용과 호랑이는 하늘과 땅을 대표하는 신성한 존재이면서도 라이벌로 여겨졌는데, 한 폭에 위아래로 표현하거나 두 폭에 나누어 서로 마주 보도록 그린 점이 특징이다. ‘용호도’에는 두 동물의 용맹함과 신성함을 빌어 좋은 기운을 불러오고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도2,4

(왼쪽)도2 용호도 龍虎圖, 조선, 비단에 색, 각 155.5X108.0㎝, 덕수2300
(오른쪽)도4 용호도 龍虎圖, 조선 19세기, 종이에 색, 93.0X31.5㎝, 이건희 기증

까치와 호랑이 그림으로 잘 알려진 ‘호작도虎鵲圖’에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나쁜 가운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반영되어있다. 호작도에서 호랑이들은 백수의 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해학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호랑이 주변에는 까치들이 지저귀는 모습이나 장수를 상징하는 매미나 불로초不老草가 함께 그려져 있어, 수복강녕을 염원한 마음도 살펴볼 수 있다.도5,6 이외에도 호랑이와 산신의 모습을 그린 ‘산신도山神圖’는 호랑이를 신앙의 존재로 표현하였고, 호랑이 가죽 무늬를 그린 ‘호피도虎皮圖’는 위엄과 수호의 의미가 반영되어 공간을 장식하거나 잡귀를 쫓는 용도로 활용되었다.

  • 도5 호작도 虎鵲圖 조선 19세기, 종이에 색, 118.0X73.0㎝, 이건희 기증
  • 도6 호작도 虎鵲圖 조선 19세기, 종이에 색, 157.0X91.0㎝, 이건희 기증

임인년을 상징하는 검은 호랑이 그림

2022년 임인년은 동양에서 연도를 표시하는 육십갑자의 순서 중에 39번째에 해당한다. ‘임壬’은 검은색 ‘인寅’은 호랑이를 의미하므로 올해는 ‘검은 호랑이해’가 되는데, 전시품 가운데 검은 호랑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도7 이 그림은 호작도의 일종으로 온 몸이 검은 털로 뒤덮인 호랑이가 포효하는 장면을 잘 묘사했다. 검은 털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동자와 새빨간 입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검은 호랑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존재이나, 조선시대에는 무섭고 사나운 동물로 알려졌다. 18세기 이후 민간의 이야기를 수록한 『청구야담靑邱野談』에 따르면 “검은 호랑이[黑虎]는 여느 호랑이보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흉측하고 사납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인식이 호랑이 그림에도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7 호작도 虎鵲圖 조선 19세기, 종이에 색, 116.0X77.3cm, 이건희 기증

조선시대 호랑이 그림은 위엄 있으면서도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동시에 집안에 행복을 들이고자 했던 선조들의 바램이 잘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5월 1일(일)까지 “2022년 임인년 맞이 '호랑이 그림Ⅰ' ”을 공개하며, 5월 3일(화)부터 9월 4일(일)까지 '호랑이 그림 Ⅱ'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림 속 호랑이들의 힘찬 기운으로 코로나19가 빠른 시일 내 종식되고,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희망한다.

서화실 전시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