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다음
소통 가능한 로봇과
문화전시 공간의 동행
글. 이원형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
관람객들과 상호작용하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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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라는 말은 체코어의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 ‘robota’에서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즉,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위한 기계장치가 고안되면서 생겨난 용어가 로봇(robot)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된 곳은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차페크(Karel Capek)의 희곡 ‘R.U.R.(Rosuum’s Universal Robots)‘에서였고, 로봇을 공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로봇공학(robotics)이라는 용어도 미국의 과학자이자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의 단편소설인 ‘런어라운드’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 즉, 로봇의 개념은 굉장히 공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문학작품을 통해 문화 한가운데에서 탄생한 공학과 문학의 합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로봇은 산업계뿐만이 아니라 문화계 내에서도 다양한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왔다.

소통 가능한 로봇의 발전

로봇 분야는 공장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자동화 로봇을 시작으로 발전하였으나,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로봇은 공장을 벗어나 극한환경, 의료 환경, 나아가 가정환경과 문화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 로봇은 사람의 소통 기능을 모방하면서 발달했으며,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은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표정과 몸동작, 성별과 나이를 구분할 수 있고, 마이크를 통해 사람의 목소리를 인지하고, 사용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목소리의 높낮이는 어떤지를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대화 내용에 따라 인공지능 스스로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그 대답을 소리로 합성하여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발화하는 기능까지 개발되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주행기술은 로봇이 실내외를 자동으로 이동하고, 사람과 장애물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더불어,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은 사람과 같은 외형을 가지며, 다양한 제스처와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 설명한 예시 이외에도 터치스크린을 통한 상호작용이나, 스마트폰과의 연동, 5G 기술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활용 등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징을 이용해서도 풍부한 소통 기능을 담아내는 기술들이 로봇에 접목되고 있다.

큐레이팅봇 ‘큐아이’

문화전시 공간에서 로봇 활용의 변화

이처럼 인공지능 로봇의 소통 기능이 발전하면서, 문화전시 공간에서 로봇의 활용도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박물관 등의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 안내를 해주는 로봇 안내인(로봇 도슨트)의 등장이다. 앞서 이야기한 인공지능 로봇의 소통 기능의 발달로 인해, 사람의 고유 영역이었던 전시 설명 및 안내 기능은 로봇으로 완전히 대체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활용되고 있는 로봇 ‘큐아이’는 전시공간을 자율주행하며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해주고 있으며, 간단한 대화와 머리에 달린 디스플레이로 눈 표정도 가능하다. ‘큐아이’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국악박물관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기능의 로봇으로 인천공항에는 공항안내로봇 ‘에어스타’가 다년간 활용되고 있으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퓨처로봇社의 안내로봇이 마스코트 ‘수호랑’의 얼굴로 안내를 해주기도 했었다.

마산 로봇랜드 해양로봇관에 설치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및 로봇 고래. 관람객의 손인사에 따라 색을 바꾸기도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의 전시관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디지털 실감영상 <태평성시도>처럼 관람객이 직접 만지며 상호작용하거나 전시물이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다이내믹하게 자동으로 변하는 인터랙티브 전시물들이 종종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인터랙티브 전시물에는 인공지능 소통 로봇의 요소 기능들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곧, 소통 로봇 자체가 다양한 모습으로 인터랙티브 전시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최근 마산로봇랜드 해양로봇관에는 전시공간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고래 로봇이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와 함께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인해 문화전시 공간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로봇 활용들도 늘어나고 있다. 외부 활동이 불편해진 상황 속에서 가정에서도 텔레프레젠스 로봇을 통해 전시물을 원격관람할 수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로봇을 통해 사용자는 로봇에 원격으로 접속해 전시공간을 이동하며 자신이 원하는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전시관에 오지 못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가상 전시공간을 만들어 VR기기를 통해 전시관을 관람하게 하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는데, 최근 메타버스의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관람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랜드에서 활용되고 있는 로봇. 이 로봇은 외형뿐 아니라 움직임까지도 흡사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 준다.

문화전시 공간의 변화에 대한 기대

문화전시 공간에서 소통 로봇 및 관련 기술들의 활용이 다양해지면서, 문화전시 공간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때로는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로봇만의 특징을 더한 특별한 모습으로 문화전시공간 속에서 관람객들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의 모습은 관람객과 로봇이 함께 전시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하고 선명하게 보여 준다.
또한, 코로나19 비대면 시대를 지나며 새롭게 전환된 생활양식으로 인해,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누구나 문화정보를 가치 있게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문화전시 공간의 서비스들이 다양해지기를 기대해 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소통 로봇의 기술적 한계들로 인해 아직 더 발전해야 할 부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보여주기식의 과도한 기대감 향상보다는 관람객 중심의 발전이 문화전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 본다.

텔레프레젠스 로봇 ‘Double’

이원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 동(同)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소셜 로봇과 원격 조종 지원 로봇(Tele-operated assistive robot) 분야를 연구했다. 지난 2019년 한동대에 부임, 소셜 및 상호작용 로봇 연구실(SIRLab, Social Interactive Robotics Laboratory)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를 알아보고 표정에 반응하는 로봇 등을 개발했다. 주요관심 분야는 인공지능, 인간을 위한 로봇, 가상현실 등이다. 2011~2014년 KAIST 연구성과 평가 우수상, 2017년 IEEE SMC 최고학생논문상, 2018년 ACM/IEEE HRI 최우수비디오상, 2019년 IFAC WROCO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