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속에서
봄이 드나드는
길목에서
글. 편집팀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정원’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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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준비하고 알린다. 새롭게 움트는 봄을 기다려온 상춘객에게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정원은 그야말로 반가운 봄맞이 명소다. 입춘의 문턱을 갓 지난 3월의 어느 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김영은, 정경아 씨가 이른 봄날의 문턱에 올라섰다.

“가족과 전시 관람을 위해 박물관을 종종 찾았지만 야외정원 산책은 처음이네요.”
경아 씨는 오솔길 따라 나타나는 정원 곳곳의 유물과 풍경을 마주하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영은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만나 동갑내기 친구로 우정을 쌓고 있는 두 사람은 이날만큼은 아이 이야기에서 벗어나, 자연과 유물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남편이 역사에 관심이 많아 유적지 중심으로 나들이를 간다는 영은 씨는 석탑마다의 유래와 정보를 꼼꼼히 살폈다.
“통일신라 석탑과 고려 석탑마다 매력이 다른듯해요. 통일신라 석탑이 비례감이 완벽하다면, 고려 석탑은 개성 있는 조형미를 뽐내네요.”
위엄 있는 모습으로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는 석탑 층층마다 시간의 흔적이 스며있었다. 석조공원을 지나 걸음을 옮긴 두 사람이 잠시 멈춰 섰다. 그들의 시선 끝에 석조불입상을 향해 기도를 드리는 어르신이 있었다. 허리를 굽히고 세우기를 반복하며 정성껏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숙연해진다는 두 사람.
“석조불입상의 온화한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이뤄지는 듯한 느낌이에요. 위안을 얻게 되는 장소네요.”
경아 씨의 말처럼 야외정원을 산책하는 관람객 대부분이 이곳에서는 사색에 잠기듯 고요한 침묵을 즐긴다. 두 사람도 잠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석조불입상의 미소를 응시하며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했다

때마침 잔잔한 바람 소리가 고요함을 깨트리며 대나무숲을 훑고 지나갔다. ‘사라락 사라락’
소리에 작은 대숲으로 향한 두 사람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작은 오솔길을 걸었다. 숲 안으로 들어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두 사람의 얼굴 위로 여린 초봄의 햇살이 반짝였다.
“눈을 감고 있으니 대나무 부딪치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요. 한여름에는 숨은 피서장소로 더할 나위 없겠어요.”
영은 씨의 감상처럼, 세 채의 석탑과 석조불입상 사이에 조성된 작은 대나무 숲은 야외정원을 방문한 관람객 사이에서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늘 푸른 듯 변화하며 생동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전한다.

박물관 후원까지 30분여 남짓 산책을 이어갈 즈음, 두 사람을 반기듯 작은 담장 위로 매화 가지가 빠끔히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해보다 일주일 이상 개화가 늦어졌지만, 움트는 봉오리가 가지마다 맺혔다. 곧 박물관 야외정원을 수놓을 진달래와 철쭉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영은 씨와 경아 씨는 야생화를 비롯해 다양한 수목들로 채워진 야외정원의 진면목을 차근차근 발견해나갈 예정이다. 사계절 고운 빛으로 채색되는 정원에서 두 사람의 추억도 함께 쌓여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