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박물관
새로운 아스테카를
만나는 시간
글. 정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 학예연구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2022. 5. 3. ~ 8. 28.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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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주요 문명 전시의 하나로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을 선보인다.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은 대중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와 역사의 다양성을 경험하도록 이집트, 그리스, 로마, 이슬람 등 세계 주요 문명과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을 개최해왔다.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증은 해외여행을 어렵게 하였고, 새로운 문화와 역사에 대한 대중의 문화향유 갈증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대중의 발이 되어 외국의 주요 문화재를 국내에서 즐길 기회를 마련하였다.

5부 ‘세상의 중심, 신성구역과 템플로 마요르’ 제단 미디어아트

이번에 소개할 ‘아스테카’는 2009년에 전시한 잉카 및 2012년의 마야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 3대 문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아스테카는 우리에게 꽤 낯설다. 그들의 역사와 문화 대신, 전쟁과 인신 공양의 잔혹한 이미지와 스페인 정복자를 자신의 신으로 오해한 멸망 이야기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스테카는 메소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 가운데 하나였으며 견고한 통치체제 위에서 번영하였다. 활발한 정복 활동과 공물 시스템은 메소아메리카 전역을 하나로 연결하였으며, 예술과 지식의 발전도 상당했다. 국내에서 처음 아스테카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우리가 관심 가지지 않았던 아스테카의 역사와 문화의 실제 모습을 살펴볼 것이다. 최근 연구와 발굴조사 결과, 아스테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아메리카 대륙 침략을 정당화하고 새로운 종교를 강요하였던 유럽 정복자의 과장과 왜곡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전시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잔혹함으로 치부하였던 그들의 희생제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스테카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종교 시스템은 그들의 독특하고 복잡한 세계관과 우주관을 바탕으로 한다. 아스테카 사람들은 신들의 희생으로 태양과 세상이 탄생하고 올바르게 작동한다고 여겼으며, 인간 역시 이러한 신들 덕분에 존재하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들의 희생에 보답하고 세상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신성한 제의와 성스러운 제물을 바쳐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사람의 피와 심장도 포함되었다. 전시에서는 먼저 아스테카 사회를 지배하였던 그들의 세계관을 소개한 뒤 자연, 경제, 전쟁, 정치, 예술, 지식, 제의 순으로 아스테카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우주 → 멕시코 중앙고원 → 아스테카의 중심지 테노츠티틀란 → 신성 구역과 대신전 순으로 구성하여 공간적으로 아스테카 중심부로 이동하며 관람객의 몰입도와 이야기를 심화시켜 나갔다. 1부는 아스테카 최고의 조각품인 ‘태양의 돌’, 그리고 다양한 전시품과 연동된 영상으로 아스테카 사람들이 이해한 세상의 모습과 그들의 신비로운 신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25톤에 달하는 태양의 돌을 3D데이터로 제작한 정교한 재현품과 영상은 관람객에게 아스테카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이다.

1부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태양의 돌 미디어아트 전시전경
  • 물과 풍요의 신 찰치우틀리쿠에 화로 Brazier in the Shape of Chalchiuhtlicue, the Goddess of Water and Fertili 아스테카 16세기 초, 토기,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
  • 두개골가면 Skull Mask 아스테카 15세기, 사람의 뼈·부싯돌·조개껍데기·황철석, 멕시코 템플로마요르박물관

2부는 고원건조지역에서 열대우림지역까지 다양한 생태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갔던 아스테카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한다.
그들의 생활 속에 녹아있는 제의의 일면을 살펴보는 한편, 옥수수와 선인장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음식문화와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특히 아스테카의 문화를 원주민 그림문자로 담은 〈멘도사 고문서〉 속 이미지를 활용하여 아스테카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문화를 소개한다. 마치 아스테카 사람들을 눈앞에서 보듯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3부는 멕시코 중앙고원을 넘어 멕시코 전역을 하나로 연결하였던 아스테카의 활발한 정복 전쟁과 공물 시스템을 살펴본다. 뛰어난 군사력을 바탕으로 멕시코 중앙고원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 아스테카는 정복지로부터 많은 양의 공물을 받았다.
공물 징수 시스템은 먼 거리의 정복 도시국가를 효과적으로 통치하는 수단이었으며, 아스테카 번영의 발판이 되었다. 여러 생태환경 속에서 생산한 물자는 이렇게 유통이 촉진되었고, 각 지역 원주민의 문화와 사고도 함께 공유되어 멕시코 전역이 연결되었다.

3부 ‘정복과 공물로 세운 아스테카’ 전경

4부에서는 아스테카의 중심 도시, 테노츠티틀란으로 들어선다. 테스코코 호수의 늪지 섬이었던 테노츠티틀란은 1325년에 아스테카 사람들이 정착한 이후, 15-16세기에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1519년, 테노츠티틀란에 처음 도착한 스페인 사람들은 도시의 규모와 발전 수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도시 곳곳을 장식하였던 아름다운 건축 자재와 아스테카의 귀족들이 사용한 고급 토기, 그리고 그들의 수준 높은 지식수준을 엿볼 수 있는 고문서 등이 전시된다.

4부 ‘번영의 도시 테노츠티틀란’ 전경

마지막 5부는 아스테카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으로 여겼던 테노츠티틀란의 신성 구역으로 향한다. 이곳은 아스테카의 종교 중심지인 동시에 정치·경제적 행위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사제들은 태양, 즉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희생을 감내한 신들에 대한 보답으로 멕시코 전역에서 가져온 공물들을 한데 모아 신께 봉헌하고 신성한 희생제의를 거행했다.
특히 197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대신전 ‘템플로 마요르’ 일대의 고고학 발굴 성과를 중심으로 그동안 잔혹함에 가려졌던 아스테카 사람들의 세상을 지키기 위한 헌신에 귀 기울여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5부 ‘세상의 중심, 신성 구역과 템플로 마요르’ 전경
5부 ‘세상의 중심, 신성 구역과 템플로 마요르’ 전경
  • 바람의 신 에에카틀 Ehecatl, the Wind God 아스테카 1480-1519년, 안산암, 독일 쾰른 라우텐스트라우흐-외스트박물관
  • 비의 신 틀랄록 항아리 Jar Depicting Tlaloc, the Rain God 아스테카 16세기 초, 토기, 멕시코 템플로마요르박물관
  •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Mictlantecuhtli, the Lord of the Underworld 아스테카 1430-1502년, 점토, 멕시코 템플로마요르박물관
  • 신전을 장식한 독수리 머리 석상 Eagle Head 아스테카 14세기 중반-1521년, 돌, 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
5부 ‘세상의 중심, 신성 구역과 템플로 마요르’ 전경
4부 ‘번영의 도시 테노치티틀란 ’전경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 아스테카가 소개되는 만큼 그들의 역사, 문화, 신화 등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다루고자 했다.
이를 위해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 및 독일 린덴박물관, 네덜란드 국립세계문화박물관 등 멕시코와 유럽 11개 박물관의 소장품 208점을 선보인다. 또한 이들과 협력하여 전시의 학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최신 연구와 발굴조사 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특히, 많은 멕시코와 유럽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도록은 향후 아스테카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아스테카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디지털 매핑, 애니메이션 기법 등을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여 보다 쉽고 재미있게 아스테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또한 피라미드 신전과 신성 구역 모형은 AR기술을 적용하여 관람객이 더욱 전시에 몰입하도록 도울 것이다.
이번 특별전을 개막하기까지 예상치 못한 여러 변수와 싸워야 했다.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코로나19 감염증과 최근 유럽에서 발발한 전쟁은 전시 준비에 큰 어려움을 주었다.
전시품 운송을 담당한 해외박물관 호송관이 입국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전시품 운송 예정 화물기가 갑자기 취소되는 등 여러 돌발 상황이 발생하여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게 했다. 그러나 해외박물관과의 유기적인 협력과 우리 노력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전시를 열 수 있었다.

멀게만 느껴지던 아스테카는 사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현대 ‘멕시코’의 국명과 수도 ‘멕시코시티’는 아스테카의 또 다른 이름 ‘메시카’에서 유래하였고 국기에는 아스테카의 건국 신화가 담겨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많은 식재료가 아스테카에서 왔으며, 전 세계 사람들이 그들의 음식을 즐기고 있다.
올해는 한국과 멕시코가 수교를 맺은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아스테카 달력에서 태양력과 제의력이 다시 만나는 ‘52년 주기’처럼, 한국과 멕시코가 친구가 된지 ‘60년’이 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전시가 그동안 역사와 신화가 혼재하고 과장과 왜곡으로 가려졌던 아스테카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3부 ‘정복과 공물로 세운 아스테카’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