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방
손에서 손으로 전하며
실로써 실을 잇다
글. 편집팀
김혜순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여러 올의 실을 꼬거나 짜서 만든 끈인 다회多繒01를 다양하게 엮고 묶는 기법인 매듭은 그 성질만큼이나 질기고 긴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문헌상으로 삼국시대에 최초 등장했다는 매듭은 물건을 고정하고 운반하는 등 실용적인 기능에서 출발해 점차 그 기술이 발전하면서 장식기능이 더해지게 되었고 오랫동안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 잡아왔다.

01 순우리말로 끈목

전통매듭을 통해 우리가 엿볼 수 있는 선조들의 면모는 무엇일까요?

매듭이 사용되지 않은 곳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우리 전통 복식인 한복에는 소지품을 넣어둘 곳이 없어서 허리띠에 갖가지 색과 모양으로 만든 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게 일상이었죠.
주머니는 평면으로 바느질해서 만들고, 끈에 꿰어서 입구를 오므리고, 주름을 잡아 형태를 잡았는데, 이때 매듭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밖에 왕실 의장물에서부터 평민들의 생활 도구에 이르기까지 매듭은 옛 생활 전반에 걸쳐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문헌상의 매듭은 삼국시대에 등장하지만 저는 아마도 인류 최초의 발명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옷의 시원이 되는 형태를 ‘유의’라고 하는데, ‘유’는 끈이라는 뜻입니다. 허리에 끈을 돌려 묶은 것이 최초의 옷이라는 말이죠.) 우리 선조들은 매듭 장식을 활용한 멋부림에도 능했습니다. 멋이라고 할 때 저는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걸어가는 한 할아버지를 떠올립니다.
화려한 술이 달린 허리띠에 남색, 연두색, 붉은색 주머니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색色스런 보석으로 줄줄이 꿴 갓끈이 출렁거리고, 한 손에든 부채 끝으로 선추扇錘02가 나풀거리는 모습으로 말이지요. 우리 선조들은 특히 흔들리는 장식을 즐겼던 것 같아요. 신라시대 금관에서도 달랑달랑 흔들리도록 장식된 영락瓔珞03을 볼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 매듭은 긴 수직 형태로 끝에 술이 달린 것이 특징 중 하나인데, 이는 흔들리는 장식을 좋아했던 미감으로 인해 만들어진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02 부채고리에 매다는 매듭 장식
03 구슬을 꿰어 만든 장식

지난해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무대장치, 머리 장식으로 선생님의 작품이 등장하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전통매듭을 가장 아름답게 즐기는 방법이 있을지요.

유재석 씨가 단발머리에 매듭 장식을 하고 싶다고 제작을 의뢰해왔을 때 처음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어요. 이렇게 저는 벌써 구세대랍니다. 젊은 세대에게 제가 제안하기보다는 그들이 생각해 내는 방식대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키링, 팔찌같이 전통매듭을 재해석한 액세서리가 젊은 세대 사이에 인기를 끄는 등 매듭의 새로운 모습이 주목받는다더군요. 그 기발함에 놀라는 동시에 또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소화해낼지 기대가 큽니다.

여러 매듭법 종류 중단 하나만 소개해 주신다면요?

동심결매듭이요. 고04를 양쪽으로 길게 뽑은 형태의 매듭으로, 주로 부채에 장식하는 선추에 사용되었습니다. 가늘고 길게 끈을 만들고 고를 시원하게 길게 뽑아 맺은 후에 나침반이나 침통 같은 장식을 넣고 술을 늘어뜨렸죠. 동심결同心結이란 하나의 마음을 뜻합니다. 요즘 국내외로 갈등이나 단절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요, 우리 사회가 한마음 한뜻이 되길 기원하는 바람으로 이 매듭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04 (순우리말) 고름이나 노끈 따위의 매듭이 풀리지 않도록 한 가닥을 고리처럼 맨 것

전통매듭이 그간 변한 점은 무엇이고 변치 않은 점은 무엇일까요.

우리 오천 년 역사 안에서 전통매듭은 색이나 모양, 사용법 등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요. 주목할 점은 변치 않은 점이겠습니다. 가장 오래된 매듭 유물로 고려시대의 귀주머니가 있어요.
실을 꼬아서 만들 끈으로 주머니에 꿰어 주름을 잡고 매듭을 맺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형태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기본형 매듭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놀랍지요. 한데 그것이 이어져 내려온 방식을 짐작하면 더욱 감탄스럽습니다.

매듭은 그 과정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기록하기가 어렵기에 매듭을 가르칠 때 한 명 한 명 손을 마주 대고 가르쳐야 합니다. 수 세기 역사 속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그 제자가 또 자신의 제자에게 말 그대로 손에서 손으로 전하며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스승이신 故김희진 선생님께서는 제게 매듭 모양이 변함없도록 배운 그대로 전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지요. 이처럼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대 매듭장으로부터 변치 않은 노력이 이어져 왔기에 오늘의 전통매듭이 존재할 수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전통매듭의 가닥[脈]을 이어온 지 50여 년, 김혜순 매듭장의 손은 이제 다른 손들을 마주 대고 있다. 손에서 손으로, 실에서 실로 이어지는 이 가늘고 질긴 인연은 계속해서 새로운 실을 엮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