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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안위, 위안과 감동
〈일본 불교조각의 세계〉를 만나다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일본실
‘일본 불교조각의 세계’ 산책
글. 이원진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부 학예연구사
  • 세계문화관 일본실에서는 4월부터 〈일본 불교조각의 세계〉를 열어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불교조각품 다섯 점을 특별 공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으로부터 장기 대여 협력을 받아 이루어졌고, 내년 10월 9일까지 계속된다. 평소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일본 불교조각품을 상설전시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 3F 일본실

세계문화관 일본실에서는 4월부터 〈일본 불교조각의 세계〉를 열어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불교조각품 다섯 점을 특별 공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으로부터 장기 대여 협력을 받아 이루어졌고, 내년 10월 9일까지 계속된다. 평소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일본 불교조각품을 상설전시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좌측부터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목조아미타여래입상, 목조대일여래좌상

일본의 불교미술은 6세기 이후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한국과 중국의 영향을 받은 불상을 만들었으나, 9세기에 이르러서부터는 일본의 독자적인 불교문화가 꽃피었다. 이 시기부터 일본에서는 주문과 의식으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밀교密敎와 서쪽의 극락정토極樂淨土에서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비는 정토교淨土敎 신앙이 성행했다. 일본 고유의 신앙과 불교가 합해진 신불습합神佛習合 또한 한국과 중국에서는 없는 일본의 독특한 불교문화이다.

전시는 이러한 일본의 밀교, 정토교, 신불습합을 대표하는 12~13세기 불교조각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 점의 전시품은 일본 밀교의 대일여래좌상과 정토교 신앙의 아미타여래좌상·아미타여래입상, 그리고 신불습합을 보여주는 남신좌상·여신좌상이다.
그중에서도 부처이면서도 보살의 모습을 한 대일여래좌상과 불교 존상이면서도 귀족 부부의 모습을 한 남신좌상·여신좌상은 한국에서 거의 제작되지 않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이번 전시에서 일본의 불교조각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담고자 했기에 전시품을 보다 가까이 볼 수 있도록 연출에 신경을 썼고, 일본 불교조각의 특징에 대한 설명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마련했다.

목조대일여래좌상 木彫大日如來坐像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92, 12세기 나무, 칠, 높이 96.0cm,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사진 출처: ColBase(https://colbase.nich.go.jp)
목조아미타여래입상 木彫阿彌陀如來立像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 1192~1333, 13세기 나무, 칠, 옥안 높이 89.3cm,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사진 출처: ColBase (https://colbase.nich.go.jp)
목조아미타여래좌상 木彫阿彌陀如來坐像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92), 12세기, 나무, 높이 48.5cm,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사진 출처: ColBase (https://colbase.nich.go.jp)
목조여신좌상, 목조남신좌상 전시전경

이번 전시에서 주목한 일본 불교조각의 특징은 주요 불상들이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소위 고유의 국풍國風 문화가 발전했다고 일컬어지는 헤이안 시대(794~1192)부터 목조불木造佛이 중심이 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으나, 헤이안 시대부터 불상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구리나 인도·동남아시아에서만 자라는 전단나무 같은 기존의 값비싼 재료를 대체하기 위해 일본에서 자생하여 구하기 쉬운 나무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일본에서는 오래된 나무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영목신앙靈木信仰’이 있었다. 신령스러운 나무에 부처의 모습을 새겨 드러낸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나무가 불교조각의 주재료로 자리잡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보면 대일여래, 아미타여래와 같은 불상들은 목조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표면이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고 나무 여러 개를 조립하여 만드는 요세기즈쿠리寄木造 기법으로 세부까지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일본 불교조각 장인들의 나무를 다루는 정교한 기술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12~13세기라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작되었음에도 지금까지 그 상태를 잘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우리 눈앞에 놓인 불교조각품은 일본에서 팔백 여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 많은 이에게 위안과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의 행복과 안위를 비는 마음은 오늘날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전시가 성사되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도쿄국립박물관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무사히 예정된 일정에 맞춰 선보일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먼 바다를 건너 우리를 찾아온 부처와 만나, 그 염원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일본실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일본 불교조각의 세계〉와 더불어 새롭게 교체된 일본 회화 작품들을 놓치지 말고 함께 보기를 권한다. 일본실의 회화 작품은 빛에 취약한 특성 때문에 정기적으로 교체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 고전문학의 소재인 우지강이 흐르는 다리 아래 버드나무와 물레방아를 표현한 금병풍 〈유교수차도柳橋水車圖〉와 600년 전 이상적인 봄 풍경을 그린 수묵산수화, 그리고 에도(도쿄의 옛 이름)에서 교토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채색판화 『도카이도 53 역참』 등을 선보인다.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불교조각품 특별 공개와 더불어 회화 작품 교체 전시로 일본실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유교수차도(오른폭) 柳橋水車圖 에도 시대(江戶時代, 1603~1868), 17세기, 6곡 병풍 1쌍, 종이에 금지 채색, 156.7×352.0cm, 구3056
일본실 전시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