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박물관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교감
어느 수집가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글. 이현숙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디자인전문경력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2022. 4. 28. ~ 8. 28.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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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중앙박물관 기증품을 중심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7개의 기관 기증품 355점에 달하는 전시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어느 수집가’의 이야기가 담긴 집과 그곳으로의 초대라는 기획으로 관람객이 수집의 의미와 수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집’은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곳으로 건축적 의미의 주택 가옥이란 의미도 있지만, 가정과 집안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집’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수집가와 수집품이라는 틀로 접근하고자 했다. 1실은 수집가의 집을, 2실은 수집가의 수집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구성해 관람객들에게 낯설고 어려운 전시가 아니라 ‘어느 수집가의 집’으로 초대하는 개념을 구현했다.

제1실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는 ‘어느 수집가’의 안목과 취향이 반영된 수집품을 즐기는 공간이다. 공간개념으로 현관을 지나 응접실, 중정, 화실, 서재, 후원을 둘러보면서 집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개념을 설정했다.
환영의 메시지와 함께 석인상이 관람객을 반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2개의 창으로 ‘어느 수집가’의 집 내부를 엿볼 수 있다. 그렇게 손님은 어느새 향긋한 차향 가득한 ‘어느 수집가’의 응접실에 도착하게 된다. 초대한 손님에게 차를 직접 대접할 수는 없지만, 찻잎을 덖어낸 향으로 따뜻하게 반기고자 하는 의도를 담아 공간을 조성했다. 차향이 가득한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주변을 살피다 보면 엄숙한 전시실이 아닌 ‘어느 수집가의 집’에 초대받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제1실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 전경

전시실 내에서는 8개의 ‘창’으로 집안의 전경과 집밖의 풍경을 모두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현관에서 응접실을 바라보는 두 개의 창이 있고 응접실에서 바깥 나뭇가지가 보이는 창이 있다. 중정 벽에는 후원이 보이는 창이 있고, 그 옆에는 나뭇가지 그림자가 드리운다. 화실에는 밤하늘 둥근 달이 뜬 창과 서재가 보이는 창이 있으며 서재에서는 ‘어느 수집가의 집’ 뒷산이 보이는 창이 있다. 열린 창은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관통하는 미감과 수집가의 마음이 관람객에게 전달되는 열린 통로가 될 것이다.

제1실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 전경

<백자 달항아리>와 김환기의 <작품>은 한지로 마감된 공간에 놓여 은은한 달빛을 연출한 미디어와 함께 푸근하고 아늑한 기운으로 ‘어느 수집가’의 안목을 느낄 수 있으며, <제주 동자석>과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창으로 서로 연결되어 시대와 문화는 달라도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1실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의 <제주 동자석>

제2실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는 수집품에 담긴 인류의 이야기를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편안하고 쉽게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방대한 양의 작품을 주어진 공간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전시배치계획에서 영상은 최소한으로 사용하되, 작품의 세부를 보여주는 영상은 작품 주변에 배치했다.
1실 ‘어느 수집가의 집’에서 그림자와 달빛, 집 밖 풍경영상으로 관람객들이 좀 더 감각적으로 집을 경험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한다. 관람객들이 끌로드 모네의 다른 작품 <수련이 있는 연못>은 음향, 물 표면의 흐름, 수련의 모습을 연출한 영상으로 수련을 오감으로 느끼며 더욱 새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제2실 3부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의 <범종>에서 관람객들은 잠시 의자에 앉아 국립경주박물관 성덕대왕신종의 소리와 그 파장을 시각적으로 연출한 미디어아트로 웅장한 종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2실에는 3개의 포켓 공간을 만들어 ‘어느 수집가의 수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전달한다. 두 번째 포켓 공간은 ‘봄・여름・가을・겨울’로 해당 계절이 어울리는 작품 한 점씩을 한 달씩 전시한다. 작품 맞은편에 의자를 배치하여 오롯이 감상을 하고 감상의 여운을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도 숲속의 향을 가미해 자연에서 감상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제2실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 전시 전경
제2실 <고려시대 범종>과 미디어아트 전시 전경

시간을 갖고 전시품 사이를 거닐다 보면 수집품 사이에 마련된 의자와 마주치게 된다. 전시실에서 휴게 의자는 쉬어가는 쉼표 역할도 하지만 관람객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시퀀스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1실의 응접실과 목가구 앞, 2실의 범종에서 꼭 잠시 앉아 주변을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함께 나누는 기증전이라는 취지에 맞게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 공간 조성부터 점자 및 수어 해설, 촉각 전시물 등 전시를 전달하는 방법에까지 다양하게 관람객을 고려하는 마음을 담았다.
우리는 관람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수많은 의견과 관점을 주고받으며 이 전시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로 옛 유물과 현대작품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잘 전달되어 관람객들에게 ‘어느 수집가’의 수집철학, 시대와 문화를 관통하는 예술세계가 따뜻하게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2실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 2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