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톺아보기
문화재,
문화 상품이 되다
글. 최유미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학장 디자인대학원장
전통문화 기반 상품 개발의 가능성

최근 삼국시대 문화재인 반가사유상 형상의 굿즈가 인기를 끌었다. 과거에는 한국 전통문화가 고리타분하고 상품성이 없다고 우리 스스로 평가했다. 그러나 반가사유상 굿즈는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도 히트 상품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쳐

박물관, 미술관에서는 복고풍의 트렌드에 발맞추어 MZ세대 등 새로운 소비자를 겨냥하여 우리나라 전통, 역사, 문화재 등을 소재로 한 문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2021년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판매한 전통문화 상품 중에서 왕과 왕비 수저 등의 생활소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자개 텀블러와 같은 공예품, 익산 미륵사지석탑 금제 항아리무늬로 만든 스카프, 전통수첩이나 달력과 같은 사무문구류 등이 인기이다. 이러한 상품군에는 전통문화를 그대로 상품화한 ‘전통문화 상품화’와 일상제품에 전통적인 요소가 가미된 ‘상품의 전통문화화’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이미지를 디자인한 상품이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요와 공급의 역학 관계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 보자. 요즘 생활용품은 물론 사치품이나 기호품의 경우에도 소비자들은 품질이나 기능보다 고유한 특징과 디자인적인 요소가 갖추어진 상품을 원한다. 최근 인기 있는 굿즈를 보면 전통문화를 적절하게 현대적으로 변형하여 판매소구점으로서의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자체적으로 역량 있는 디자이너를 확보하여 외부의 감각 있는 전문상품기획자와 협업함으로써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에게 소구하는 감각적인 상품을 만든 결과이다.

수요측면을 보자. 무엇보다도 MZ세대로 소비자층이 확대된 점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전통에 익숙한 장년노년층 소비자층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할 때 전통문화 상품을 구매하는 패턴이었으나 최근에는 MZ세대들이 소비자층으로 가세했다. 이들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재미 중시, 가치 소비 등을 중시하는 세대이다. 특히 디자인, 감각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세대로서 반가사유상과 같은 전통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감각의 상품이 이들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또한 MZ세대는 SNS를 통해 구매한 제품 인증샷을 올리고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데, 굿즈는 재미와 인증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켰고, 구전효과로 수요의 재확산에 기여했다.
이는 전통문화 상품이 대중화, 산업화의 길목을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층이 확대되었다는 것은 공급측면에서 보면, 규모의 경제가 달성할 수 있고 공급자들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경쟁력 있는 공급자들이 진입하고 서로 경쟁을 통해 좀 더 좋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양의 피드백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상품이 판매되는 요인으로 수요가 먼저냐 공급이 먼저냐의 논란이 과거부터 있어왔다. 수요가 있어야 기업이 여기에 맞춰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좋은 상품을 공급하면 수요가 저절로 따라온다는 주장도 있다. 애플의 아이폰의 경우, 터치스크린, 증강현실 등을 응용한 획기적인 제품을 시중에 내놓으니 폭발적인 수요가 뒤따라온 것은 공급이 수요를 견인한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제품의 특징, 라이프사이클, 잠재적 수요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전통문화의 디자인 상품개발은 공급이 수요를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도 많은 전통문화 굿즈가 있었지만 최근 전통문화 상품 붐이 일어난 것은 우수한 디자인상품이 공급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초충도 실크 양장수첩(꽃)
자개텀블러
고려청자케이스

이번 붐을 계기로 전통문화 상품이 개발되고 대량으로 판매된다면, 공예가, 예술가, 디자이너 등 전통문화로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나 장인들에게 수익을 가져오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알리고 대중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정부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문화재와 전통을 활용하여 만든 상품이 히트한다면 이를 접한 한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전통문화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가지게 된다.
이보다 더 좋은 한국 전통문화 홍보수단이 없을 것이다. 반가사유상 굿즈가 나온 이후 반가사유상이라는 역사적 유물의 가치를 비로소 알게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앞으로 전통문화 상품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첫째, 전통문화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데 마케팅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상품의 기획에서부터 상품의 개발, 유통채널의 개발, 광고홍보의 전개 등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상품도 일반 마케팅의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팔릴만한 상품을 기획하고 유통창구를 다원화하며, 아이돌과 같은 스타마케팅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봄 직하다. 둘째, 명품으로의 개척이 필요하다. 전통문화 자산을 상품화하는 데에는 대중화된 상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예술가나 장인들이 만드는 고가의 우수한 상품은 명품화할 수 있다. 전통문화 상품을 대중제품과 명품제품으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특히 사치품의 경우에는 고급이미지와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면 고가의 명품으로 팔릴 수 있다. 이를 좀 더 확장시켜 본다면, 중국의 술, 차, 도자기, 일본의 스시, 프랑스의 와인 등과 같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한국의 전통 상품을 현대적으로 개발하여 국가적인 스타상품화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할 일이 많다. 수요확대를 위해서 전통문화에 대한 리터러시의 제고가 필요하다. 전통문화의 교육은 전통문화를 이해시킴으로써 민족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고양하는 동시에 산업화에도 기여하는 부수 효과가 있다. 또한 한국 전통문화 상품을 개발하고 응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싶다. 전통문화와 첨단기술과의 융합, 타 산업에서의 전통문화 활용 등을 위한 기초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전통문화 상품이 해외로 진출하여 글로벌 상품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과 연구개발투자가 필요하다.
끝으로 전통문화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연결되므로 보존과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존과 관리 외에도 이를 활용하는 전략도 전통문화를 알리고 홍보하는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을 거쳐 현재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콘텐츠, 문화예술경영, 한류 등 일찍부터 이 분야를 연구한 전문가로서 많은 논문, 저서, 보고서 등을 저술했고, 정부자문, 평가, 컨설팅 등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