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MZ세대는 왜 아트테크에
빠져 들었을까
글.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제공. (사)부산화랑협회
희소성, 디지털, 대중화가 맞물린 아트테크 열풍

최근 아트와 재테크가 더해진 ‘아트테크’라는 신조어가 여기저기서 자주 쓰이고 있다. 그런데 아트테크와 연관된 검색어로 항상 ‘MZ세대’가 뜬다. 예술과 MZ세대.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2022 제11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전경

예술, 감상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미술품 같은 예술작품이 부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고 있다. MZ세대들이 그 변화의 진원지다. 이들은 예술작품을 더 이상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나와는 다른 세상의 어떤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마치 나만의 ‘희귀템’을 갖는 것처럼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MZ세대가 예술작품을 훨씬 더 친숙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갖는 것이 자기만의 힙한 개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여기는 그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건 K팝 가수들의 SNS를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이나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의 SNS에는 그들이 좋아하거나 소장한 미술작품들이 종종 포착된다.
미국의 유명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미술 컬렉터 50인’에도 들어있는 지드래곤은 영향력 있는 미술작품 컬렉터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집에서 찍은 듯한 SNS에 올라온 그의 사진 속에는 약 400만 달러(45억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유명 화가 리처드 프린스의 ‘간호사’ 시리즈 작품이 걸려 있었다.
역시 미술 컬렉터로 알려진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의 SNS에도 그가 좋아하는 윤형근 화백의 개인전이나 미국 출신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 카우스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수 지드래곤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미국의 화가 리처드 프린스의 ‘간호사’ 시리즈 작품이 걸려 있는 거실 사진을 올린 바 있다. 출처: 지드래곤 인스타그램
방탄소년단의 멤버 알엠은 팝아티스트 카우스의 작품과 일본 작가 이즈미 카토의 작품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출처: 알엠 인스타그램

물론 여기 거론되는 작품들은 유명 K팝 가수들 같은 부자들이나 소유할 수 있는 고가의 예술작품들이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소시민들 역시 이러한 고가의 예술작품들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른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의 등장이다. 이 플랫폼을 통하면 여럿이 미술품이나 전시에 공동으로 투자할 수 있다. 작게는 1만 원에서부터 10만 원 사이의 최소 금액을 책정해 놓고 투자를 할 수 있고, 향후 미술품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전시 결과가 좋으면 차익을 나눠 가질 수도 있다. 이른바 ‘아트테크(아트+재테크)’의 시대가 열린 것.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한 미술품 투자 플랫폼 회사에서는 앤디 워홀의 작품을 최소 천원의 금액으로 분할 소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100%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아트테크에 대한 투자가 특히 MZ세대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발간하는 ‘아트마켓 보고서 2021’에 의하면 미국, 영국, 중국, 멕시코 등 10개국 고액 자산가 그룹의 밀레니얼 세대가 2020년 예술작품을 구입한 액수가 평균 22만8천 달러(약 2억5805만 원)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평균 구매 액수인 10만9천 달러를 두 배 이상 넘어섰다고 밝혔다.

MZ세대가 특히 아트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MZ세대가 아트테크에 이처럼 열광하게 된 데는 저축보다는 투자에 더 적극적인 이 세대들의 달라진 재테크 대상과 관련이 있다. 즉 전통적인 투자방식이었던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보다 좀 더 안정적이면서도 투자가치가 높은 대상으로서 예술작품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부동산은 일단 너무 가격이 치솟아 투자여력이 만만찮고 주식 투자는 개미들로서는 리스크가 적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투자가 주목받기도 했지만 아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거의 모험에 가깝다는 이유로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 예술작품은 명품이나 한정판 같은 ‘희귀템’들의 중고거래 등을 통해 투자가 익숙해진 MZ세대들의 궁극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명품들이 상품에서 머물지 않고 작품이 되려는 욕망을 보이며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컬래버를 내놓기 시작했고, ‘희소성’ 개념으로 한정판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MZ세대들은 이걸 하나의 ‘작품’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백화점 같은 쇼케이스에서도 이제는 작가들의 전시를 유치함으로써, 그 공간에서 파는 상품들과 전시된 작품들 사이에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MZ세대들은 예술작품의 희소성이 매력적인 투자가치가 된다는 걸 이미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게다가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이 복제 개념으로 누구나 똑같은 경험들만 내놓는 세계에서 일찍이 자신만의 유일한 경험이나 소유에 대한 더 큰 욕망을 갖게 됐다. 마치 디지털 세상의 반대급부로서 아날로그의 아우라를 혼자 오롯이 소유하고픈 욕망이랄까. 예술작품이 갖는 희소성이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다. 아트테크에 대한 열망은 그래서 최근 들어 MZ세대들이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에 특히 관심을 갖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 디지털 이미지에 대체 불가 토큰을 부여해 유일한 이미지를 소유하는 이 방식은, 디지털 상품에도 일종의 ‘한정판’ 같은 희소성을 부여하려는 데서 나온 것이다.

디지털 문화는 결국 복제 개념으로 누구나 쉽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소비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 소비는 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트테크나 NFT는 이렇게 복제 개념의 디지털 사회에 오히려 커진 ‘나만의 것(경험, 소유)’에 얼마나 MZ세대들이 목말라 하는가를 말해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앞서도 말했듯 지드래곤, RM 같은 힙한 K팝 가수들의 SNS는 MZ세대들에게 예술작품을 훨씬 더 친숙한 어떤 것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특히 최근에는 미술에 관심을 갖는 연예인들이 부쩍 늘었다. 하정우, 나얼, 이혜영, 송민호 같은 이들이 그들이다. 물론 이들의 예술적 성취는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누구나 예술에 참여할 수 있고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이들의 행보는 분명히 보여준다. 그만큼 예술작품이 멀리 있는 ‘저들의 세계’가 아니고 우리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

연예계 대표 ‘아트테이너 (Art+Entertainer)’로 손꼽히는 가수 송민호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 전시에 초청받아 전시를 열었다. 이에 소감과 함께 자신의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바 있다. 출처: 송민호 인스타그램

부동산 정책, 세제 혜택, 코로나19, 플렉스 문화

아트테크가 갑자기 대중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20년 정도부터다. 부동산 주식 투자 같은 것에 심지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까지 해서 뛰어들었던 MZ세대들이 ‘현실의 벽’을 느끼기 시작하던 시기다. 부동산 규제가 늘고 주식 투자에 불안감을 느끼는 MZ세대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고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아트테크였다.
아트테크는 먼저 세제 혜택이 많았다. 취득세는 물론이고 보유세 부담도 있는 부동산과 달리 예술작품은 거래할 때 내는 양도세를 빼고는 세금이 없다.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아트테크의 경우 양도가액 6천만 원 이상인 작품에 대해 80% 필요경비를 인정받고, 10년 이상 보유하거나 양도가액이 1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90%까지 경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양도차익의 10% 수준의 세금 정도만 내면 되는 것이다. 재테크에서 세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에게 아트테크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특히 MZ세대들이 아트테크에 빠져드는 건 이들 특유의 플렉스(Flex)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30만 원에 거래되는 VVIP 티켓을 소비하고 이를 SNS에 해시태그를 붙여 올리는 것으로 플렉스를 과시하는 MZ세대 특유의 문화가 아트시장 전체에 활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SNS를 타고 쏠리는 예술작품에 대한 관심들은 이제 자신들도 직접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공동구매 플랫폼 같은 IT기술과 만나면서 이러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아트테크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전시회장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SNS를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작품을 파악한 후 투자하는 것 역시 이러한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들의 특징이 묻어난 결과다. 여기에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래도록 집콕 생활을 해오던 이들이 아트페어 같은 오프라인 전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아트 쇼핑’을 즐기는 새로운 경향이 만들어진 것. 물론 아트테크 열풍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적어도 이 열풍을 주도할 이들이 누구냐는 것이다. MZ세대들이 바로 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