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호부터의
    현장 에세이를 전해 드립니다

    1970년 시작된 이야기
    박물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다

전시라는 종합예술

강우방(前 국립경주박물관 관장)
『박물관신문』 1991년 1월 1일(제233호)

지난해는 박물관으로서는 시련의 한해였다. 그런 가운데 그런대로 기쁨이 있었다면 지난 가을에 열렸던 ‘삼국시대불교조각전三國時代佛敎彫刻展’에 대한 국내외의 반향이었다. 충분한 것은 아니었지만 관계 학예직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 전시회였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는 사람들은 즐거운 얼굴로 축복을 보내주었다.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은 일본인들이었다. 그들은 늘 우리 것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 체계적인 전시가 주는 한국 고대조각의 인상은 충격적이었던 것 같았다. 일본으로부터 학자들이 연이어 쇄도하였으며 전시장에서 자세한 관찰과 기록에 여념이 없었다. 어떤 미국인은 고마움의 편지를 남기기도 하였다. 전시는 오랜 연구의 총결산이다. 20년 가까이 한 손으로 등을 들고 금동불金銅佛을 조명하여 관찰하고 또 한 손으로는 사진 찍으며 기록하는 동안 내 가슴에 각인된 불상들의 인상을 살려야 한다. 밤잠을 뒤척이며 불상 하나하나의 얼굴 표정을 떠올리며, 이들을 전체적으로 어떠한 분위기 속에 살려야 할까 고심하였다. 그러나 가장 어려웠던 것은 불상들의 배열이었다. 보배가 서 말이라도 꿰야 보배라 했다. 20년 가까운 연구가 없었다면 하나하나 거기에 놓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전시는 오랜 연구의 결산이므로 일생에 기회가 여러 번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 결과를 생각한 대로 여실히 보여주어야 하니 그 꾸며진 전시장은 마치 개인전을 여는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그 전시엔 그것을 기획한 사람의 오랜 구상, 즉 생각과 미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맞춘 강연은 연구와 전시의 내용을 일반인에게 구체적으로 전하는 그 자체가 메시지였다.
전시라는 것은 고대 문화의 복원이며 새로운 해석이며, 동시에 일종의 종합예술임을 통감하였다.

‘두더지의 辯’은 1970년 『박물관신문』 창간과 함께 수록된 박물관 사람들의 현장 에세이입니다.
본 원고에서는 원문을 현대 표기법에 맞춰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