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박물관
신라 도리천忉利天
세상 속으로
글. 김동완 국립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낭산, 도리천 忉利天 가는 길〉
2022. 6. 15. ~ 2022. 9. 12.
국립경주박물관
전시 바로가기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인들이 각별하게 여긴 경주 ‘낭산’에 대해 소개하고 낭산에 분포한 여러 문화유산의 의미와 낭산의 역사적 성격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특별전을 마련하였다. 낭산은 월성의 동남쪽에 자리하며, 높이는 100m에 불과하다. 낭산과 관련해서는 신라 제27대 왕인 선덕여왕(재위 632~647)이 내가 죽거든 도리천忉利天에 장사 지내 달라고 유언하자 신하들은 거기가 어디인지 몰라 당황했고, 왕은 낭산의 남쪽이라고 알려주었다는 흥미로운 일화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불경에는 사천왕천四天王天 위에 도리천이 있다고 하였는데, 문무왕대에 낭산 남쪽 기슭에 사천왕사가 세워졌고 신라인들은 그제야 선덕여왕의 신령하고 성스러움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주 ‘낭산’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낭산은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경주 ‘남산’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전시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낭산이 신라인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낭산의 성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전시는 모두 5개의 주제로 구성하였다.

문무왕릉비文武王陵碑 통일신라 681-682년, 높이 60.0cm, 경주338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낭산으로의 초대’는 경주 분지에서 낭산의 위치와 낭산에 분포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낭산 일원에 사천왕사와 망덕사, 전傳 황복사, 능지탑을 비롯해 선덕여왕릉, 전 신문왕릉, 전 진평왕릉, 독서당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분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Ⅰ부 ‘신들이 노닐던 세계’는 사천왕사와 전 황복사 등 낭산의 사찰에서 다양한 신장상神將像이 만들어진 배경을 다룬다.
사천왕사가 세워진 곳은 원래 신들이 노닐던 숲이라는 의미의 신유림神遊林이 있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사천왕사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토착 신앙의 성지였던 낭산은 신장상의 조성 등을 통해 불교라는 새로운 사상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낭산이 신성한 공간이라는 인식과 낭산에 머무는 신들이 국가를 지켜준다는 상징성만큼은 변함없이 이어졌음을 강조한다.
아울러 사천왕사 목탑 터에서 출토된 상단부가 결실된 녹유 신장상 벽전綠釉神將像甓塼은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활용하여 결실된 부분을 재현했고, 파손된 유물에 디지털 기법을 접목해 색다르게 전시하는 방식을 제시하였다.

Ⅰ부 ‘신들이 노닐던 세계’ 전경
사천왕사 출토 토제 탑土製 塔 통일신라-고려, 높이 20.6cm, 경주178

Ⅱ부 ‘왕들이 잠든 세상’은 진평왕릉과 선덕여왕릉이 낭산 일원에 들어서면서 낭산 일대가 신라왕들의 영원한 안식처로 자리매김 하였고, 그 과정에서 왕의 명복을 비는 사찰이 건립되었음을 소개한다.
1942년 전 황복사 삼층석탑에서 수습된 사리 장엄구는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주는데, 국보로 지정된 금제 불상 2점을 비롯한 사리 장엄구가 세상에 나온 지 80년 만에 처음으로 일괄 전시되어 이번 특별전의 의미를 더한다.

Ⅱ부 ‘왕들이 잠든 세상’ 전경
전 황복사 삼층석탑 사리 장엄구傳 皇福寺 三層石塔 舍利莊嚴具 통일신라 692년 및 706년, 금동 외함, 높이 21.8cm, 본관14754 등, 국립중앙·경주박물관

Ⅲ부 ‘소망과 포용의 공간’은 낭산이 국가와 왕실의 안녕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소망을 기원하던 공간으로 성격이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능지탑 출토품을 한자리에 선보이며, 능지탑의 원형을 짐작케 하는 상륜부 장식과 벽전甓塼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아울러 일제강점기에 낭산 서쪽 자락에서 발견되었다가 서울로 옮겨진 약사불 좌상과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진 십일면관음보살상을 처음으로 함께 전시한다.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십일면관음보살상과 약사불 좌상은 현실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기도하던 신라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Ⅲ부 ‘소망과 포용의 공간’ 전경
낭산 출토 약사불 좌상藥師佛 坐像 통일신라, 높이 128.5cm, 덕수4809, 국립중앙박물관
능지탑 출토 석조불 좌상石造佛 坐像 고려, 단국대2302, 단국대학교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
  • 금제 여래입상金製如來立像 통일신라, 높이 14cm,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본관14753
  • 금제 여래좌상金製如來坐像 통일신라, 높이 12.2cm,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본관14752

에필로그인 ‘전시를 마치며’에서는 사역寺域의 대부분이 발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찰의 명칭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전 황복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낭산의 문화유산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신라인들은 낭산을 신성하게 여기며 보호했고, 조선시대까지 낭산은 경주를 수호하는 진산鎭山으로 인식되었다. 일제강점기에 낭산이 지닌 이러한 상징성을 훼손하고자 일본인들은 낭산을 가로지르듯 철길을 놓았다. 우리 역사의 가슴 아픈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얼마 전 낭산을 짓누르던 철길이 걷혔고, 낭산이 제 모습을 되찾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러한 시점에 발맞추어 이번 특별전은 그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던 경주 낭산과 그 문화유산의 역사성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경주 낭산의 문화유산과 그 역사 속 이야기들이 국민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바쁜 일상으로 작은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요즘, 신라의 도리천을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