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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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편집팀
하비에르 마린(Javier Marín) 멕시코 현대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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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야외 마당에 거대한 원형 조각 2점이 놓였다. 각 지름 5미터, 무게 1.9톤으로 남다른 위용을 자랑하는 이작품의 이름은 〈귀중한 돌, 찰치우이테스Chalchihuites〉, 현대 조각가 하비에르 마린의 대표작이다. 대작大作과 함께 지구 반대편 멕시코로부터 날아왔다는 하비에르 마린이 한국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머물며 우리에게 준 것과 받은 것, 그리고 남긴 바람은 무엇일까.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멕시코 현대 조각가 하비에르 마린(Javier Marín)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의 연계전시에 참여하게 되셨습니다. 이 전시가 가진 의미 그리고 참여 소감이 궁금합니다.

우선 한국-멕시코 수교 60주년을 기념한 이번 전시에 초대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10년 전 양국 수교 50주년 기념 전시에서도 작품을 선보인바 있는데, 이번에는 직접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되어 감회가 더욱 특별합니다.
아스테카 문명을 소개하는 전시와 연계하여 멕시코의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고대 문명이 오늘날 멕시코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어떤 모습으로 현대화되었는지 살펴보고, 또 역으로 멕시코의 현대미술을 통해 오랜 역사를 되짚어 보려는 시도입니다.

작품 〈Chalchihuites〉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제 작업은 대부분 멕시코 문화의 뿌리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Chalchihuites〉는 멕시코에 다양한 방식으로 전승되어온 고대 문명과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죠. 두 개의 원형 조각은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를 상징하는 동시에 삶의 편린을 의미합니다.
‘Chalchihuites’란 단어는 물방울 또는 핏방울을 말합니다. 멕시코에서 ‘두 개의 물방울’이라는 표현은 ‘서로 매우 닮았다’는 의미로 쓰이는데요.
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이다’, ‘우리는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멕시코는 오랜 세월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멕시코란 국가는 스페인 이후에 존재하죠. 저는 이러한 역사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고 생각하며, 또한 우리 사회에서 ‘인류’와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여겨왔습니다. 지배한 자, 지배당한 자 둘 다 결국 인간입니다. 여기, 그리고 이 세계의 다른 편에 존재하고 있는 누구라도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귀중한 돌, 찰치우이테스Chalchihuites 하비에르 마린Javier Marín, 2007, 폴리에스터 레진, 철사각 지름 500cm, 폭 140cm, 무게 1,878kg

작가님은 ‘인간’을 주제로 하는 조각 작품을 주로 선보여 오셨습니다. 다루는 대상이 ‘인간’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이며, 스스로 소개하듯 ‘해체와 재구성에 의한 형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 혹은 이해하는 세계는 바로 인간의 두 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간은 스스로 수천, 수만 가지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서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가 해온 일들에 대해 끝없이 자문해왔습니다.
저의 작업이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스스로 ‘궁금해’하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이 제가한 인간으로서 다른 모든 인간, 인류와 나누는 방식입니다. 형태를 탐구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각 과정은 제 작업을 이루는 조각들입니다.
이러한 요소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 내죠. 이것이 바로 Chalchihuites 정신입니다. 하나의 조각 작품을 완성하면 거기서부터 탐구-해체-재구성의 과정이 다시 이루어집니다. 새로운 조각을 덧입히며 새로운 아이디어, 콘셉트, 작품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죠. 이렇듯 저는 계속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추구합니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 또한 이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보고 배우고 행한 것들, 과거와 현재의 조각이 모여 미래를 만들어나가죠.

국내 최초로 열린 아스테카 문명 전시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작가님은 이번 전시를 어떻게 보셨나요?

전시를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아스테카 문명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현지에 가야만 볼 수 있던 특별한 유물이 이곳에 와 있고, 전시 구성과 큐레이팅 기술 또한 훌륭합니다. 아스테카 문명에 대해 잘 몰랐던 분들이라면 꼭 와보시길 바랍니다.

한국,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다른 문화를 제 눈으로 직접 보고 피부로 느끼는 일은 항상 흥미롭습니다. 비록 원하는 만큼 오래 머물다 가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자 했습니다.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시선을 잃지 않는 태도에 가치를 부여하는 저로서는 한국 전역이 이런 아이디어로 채워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만들어온 것과 만들고 있는 것, 앞으로 만들어갈 것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제가 한국에서 느낀 모든 바가 집약된 공간입니다.
아티스트를 위해 잘 마련된 전시 환경과 이곳이 소장하고 있는 아름다운 유물 또한 인상 깊었지만, 서울의 도심 한가운데 녹음과 더불어 자리 잡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전경 자체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고즈넉한 전통적 분위기의 정자와 그 뒤로 세련된 현대적 건축물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거울못 정원의 풍경에 감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작품과 만나게 될관람객 여러분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작품은 감상자의 시선으로 완성됩니다. 작품을 향해 매 순간 달라지는 시선은 작품에 다시금 가치를 부여하죠.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해석하며, 어떤 대화를 나누든지 다양한 감상의 방식으로 풍요롭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