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MZ세대를 위한
박물관의 적극적 구애
글.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박물관은 어떻게 MZ세대들의 힙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박물관은 살아있다? 영화 제목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박물관들은 박제화된 과거 유물들의 전시장이 아니라, 현재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MZ세대들이 있다.

힙한 반가사유상의 등장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얹고 오른손을 살짝 뺨에 댄 채 뜬 듯 감은 듯한 눈으로 오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불상.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반가사유상’이라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게다. 아마도 기성세대들이라면 미술교과서에서 봤던 걸로 기억할 반가사유상이 MZ세대들에게 힙한 굿즈로 떠올랐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 마련된 ‘사유의 방’을 통해 국보 반가사유상을 공개하면서 박물관 측이 굿즈를 마련하면서다. 어찌 보면 불교예술과 이를 캐릭터화한 굿즈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보이지만 파스텔톤의 색상으로 디자인된 반가사유상은 금세 MZ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특히 방탄소년단 RM이 작업실을 공개할 때 책상 위에 놓여있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2개는 박물관 굿즈 이른바 ‘뮷즈(MU:DS)’로 불리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의 구매 행렬이 이어졌고 뮷즈는 품귀현상까지 일어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는 반가사유상 이전에도 ‘국립 굿즈’라 불릴 정도로 이미 유명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소재로 한 텀블러, ‘이집트 보물전’에 맞춰 나왔던 향수병, 고려청자 형상으로 만들어진 메모지, 갖가지 동양화가 들어간 문구세트 등등. 무언가 유니크한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들은 전통이 들어간 디자인을 힙하게 받아들였다.
유물이나 문화재로서 박제화되어 있던 전통이 현 시대의 감성으로 되살아난 이러한 굿즈들은 박물관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漆, 아시아를 칠하다〉 전시연계상품 나전 스카프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연계상품 청화백자접시

반가사유상 굿즈 같은 ‘발랄한’ 아이디어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최근 박물관은 변화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향한 박물관의 구애는 보다 적극적으로 변했다. 이런 점은 반가사유상 전시와 더불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월드맵에 일종의 가상박물관을 만들어놓은 것에서도 느껴진다. ‘힐링 동산’이라는 이름으로 꾸려진 이 가상박물관에 들어가면 전시실이 아닌 자연 속에서 반가사유상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 가상박물관은 게임적 요소를 가미해 들판 곳곳을 다니며 숨겨진 보석들을 찾아 반가사유상을 빛나게 만들고 신비로운 동굴 속에 들어가 그 특유의 자세를 따라하며 셀피 촬영을 하는 방식을 취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불안하고 답답했던 마음을 잠시 잊고 확 트인 들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그 경험은 다름 아닌 ‘마음의 평화’를 주는 반가사유상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점은 우리 문화재를 해외에 알리는데도 효과적이다.
물론 ‘사유의 방’으로 꾸며진 반가사유상 전시 또한 MZ세대들에게는 힙한 공간으로 떠올랐다. 그저 유리관 안에 전시해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방으로 만들어 그 과정을 체험하게 해준 점이 그렇다.
반가사유상이 주는 고요함이나 편안함을 극대화한 방은 일단 그곳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통과하면서부터 찾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해주는 것. 사유의 방이 관람이 아닌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의 마음을 잡아 끈 이유다.

제페토 힐링 동산 체험
사유의 방 전시 전경

박물관의 힙한 변신은 세계적인 추세

박물관이 변화는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 변화의 핵심은 과거에 머무는 게 아니라 현재와 호흡하며 살아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2018년 비욘세와 제이지의 뮤직비디오 ‘에이프싯(Apeshit)’에 공간을 내준 루브르 박물관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앞에서 노래 부르는 비욘세와 제이지의 모습은, 박물관의 관점에서 보면 관광객들이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모나리자’나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스의 승리의 여신’, ‘메두사호의 뗏목’ 같은 소장품들이 마치 하나하나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뮤직비디오는 현재까지 2억6천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그 해박물관은 처음으로 관람객 1천만 명을 넘겼다. 무엇보다 이 컬래버가 고무적이었던 건 모나리자 그림 앞에만 몰리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동선을 만들어줬다는 점이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17점의 명화를 찾는 투어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THE CARTERS ‘APESHIT(Official Video)’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루브르의 이런 변신은 이미 2006년 영화 〈다빈치 코드〉와의 컬래버를 통해서도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즉 당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영화화될 때 루브르박물관의 내부 촬영을 전격 허용한 것. 그간 자국의 영화감독들을 비롯해 그 누구에게도 내부를 공개하지 않았던 루브르의 이런 결정은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이런 파격적인 결정을 한 이유는 당시 루브르 박물관 역시 ‘고리타분한 이미지로 굳어가는’ 박물관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하는 과제가 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돈디외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우린 역사적인 유적과 박물관이 먼지 쾌쾌한 장소로 기억되길 원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다빈치 코드〉의 흥행은 루브르 박물관 관람객 증가로 이어졌다. 영화 개봉 전 연도와 비교해 70만 명이 늘어난 것. 당시 루브르 박물관에는 ‘다빈치 코드 투어 프로그램’이 생겼을 정도였다.

영화 〈다빈치 코드〉 포스터

한편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던 박물관들이 시도한 SNS를 활용한 프로그램들은 오히려 이에 익숙한 MZ세대들이 예술 작품과 박물관에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대영박물관의 경우 관장이 직접 유튜브 콘텐츠에 참여해 박물관 소장품 중 과거 위기의 순간이 담긴 몇 가지 유물을 선택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구독자들을 끌어 모았고, 반 고흐 미술관의 경우 페이스북에 북클럽을 운영하며 가입된 이들에게 무료 e북을 제공하고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누적 조회수 37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피치 미술관의 경우 숏폼 SNS인 틱톡 계정을 개설함으로써 다소 무거웠던 미술관의 이미지에서 탈피했고 이는 방문자가 전년 대비 약 2배로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 세계 박물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가 변화이고, 그 변화는 현재에 숨 쉬는 것이라는 걸 이들 사례들은 말해준다.

온&오프의 선순환을 꿈꾸는 박물관

사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는 일은 여전히 찬반이 존재하는 논쟁적 이슈다. 작품의 가치나 오라는 현장에서 온전히 작품과 오프라인으로 마주할 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경험할 수 있고, 나아가 셔터소리나 플래시 등이 타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한다는 목소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 활용이 MZ세대들을 겨냥한 박물관 마케팅에 점점 보편화되고 있고, 실제로 이를 통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 터라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는 차원에서의 사진 촬영은 허용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대림미술관은 국내 미술관 최초로 사진 촬영을 허용함으로써 SNS 인증샷을 통한 톡톡한 바이럴 효과를 거둔 바 있다.
또한 박물관은 이제 단지 전시를 보러가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체험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전시는 물론이고 콘서트도 벌어지고 작가와의 대화나 예술 체험, 굿즈 판매 같은 것들이 이뤄지는 것. 이것은 박물관을 찾는 이유가 그저 학구적이고 문화적인 욕구만이 아니라 그저 일상 공간으로서의 다양한 욕망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정한 결과다. 즉 박물관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도 될 수 있고, 조용히 카페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며, 무언가를 배우거나 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열린 공간으로서의 박물관은 그래서 단지 전시와 관람이라는 일차원적인 닫힌 공간의 틀을 깨고 나오고 있다.
MZ세대들은 온라인을 통해 박물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힙하고 핫한 일들을 들여다보고, SNS를 통해 이끌려 박물관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경험한 것들은 사진과 영상에 담아 다시 SNS에 올려 공유한다. 이 선순환을 통해 박물관은 수많은 체험자의 공간으로 되살아난다.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자기만의 유일한 아날로그 경험을 하기를 원하고 그런 경험은 다시 디지털로 공유되는 것.
발터베냐민이 이야기한 것처럼 사진 같은 복제기술은 눈앞에서 직접 봐야 느낄 수 있는 작품 고유의 경험(오라)을 앗아가지만 동시에 작품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게(전시가치) 해준다.
그래서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온&오프의 경험을 동시에 원하고 있다. 그리고 박물관은 이제 이런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며 다가가려 한다. 죽은 유물들의 무덤이 아닌 현재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