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속에서
함께 걷는 박물관
아름답게 나이 드는 우리
글. 편집팀
오랜 친구와 함께 나선 박물관 나들이
전시 바로가기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는 여정. 나이에 맞춰 성숙해지고픈 바람은 누구나 비슷할 테지만, 명쾌히 떠올리는 이상향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숨 가쁜 삶을 지나, 도란도란 박물관을 둘러보는 삶. 한 번쯤 다짐한 소망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근사한 나이 듦’의 현장 속 단아하게 빛나는 두 사람을 만났다. 자주, 때론 가까이서 문화예술을 누리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조온순, 최경애 씨다.

“얘, 경애야.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봐.”
친구를 부르는 조온순 씨의 목소리가 정답다.
손짓을 따라 가보니, 으뜸홀을 누비는 전시안내 로봇 ‘큐아이’가 서 있다.
“헬로?” 최경애 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 본다.
“뉴스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인공지능 로봇이 생겼단 소식을 보긴 했는데 실물로는 처음 만나 보네요.”
평소 국립중앙박물관에 자주 방문한다는 두 사람은 여고 동창으로 일흔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사이라며 서로를 소개했다. 동창모임 ‘수선화’가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데 오늘은 박물관을 모임장소로 잡았다고, 먼저 도착한 두 사람은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던 참이라 했다.

자주 오시는 만큼 국립중앙박물관의 면면을 잘 아시겠어요. 오늘은 어디를 둘러보셨나요?

조온순: 청자실이요. 청자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청자실을 보고 또 보고 해요. 특히 최근에는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관람하면서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청자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거든요. 해서 오늘도 고려시대 청자의 아름다움을 두루 살펴봤지요.
최경애: 전시를 보고 문화상품점도 구경했어요. 특별전, 기획전에 맞춰서 새로 나오는 상품들을 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박물관에서 만드는 문화상품은 시중의 일반 상품들보단 예술적인 측면이 돋보여요. 장인의 손길이 담긴 수제품도 멋스럽고요. 저는 손녀들이 외국에 살고 있어서 생일이나 명절 때면 박물관에서 파는 엽서를 구매해 거기에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해요. 주로 미술 작품이 담긴 엽서를 고르는데 받는 사람도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평소 박물관의 소식은 어디서 접하시고, 어떤 프로그램과 편의시설을 이용해보셨나요?

최경애: 주로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때론 친구에게 전해 듣기도 합니다. 주로 전시 관람 위주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인문학 강의를 매주 챙겨 듣곤 했어요. 강의를 들은 뒤에 정원 산책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 오늘 하루 멋지게 보냈다’ 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낙이 있었어요.
조온순: 우리는 전시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박물관 주변 공원에서 꽃구경을 하는 것도 좋아해요. 이곳의 조경은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거든요. 산책하면서 친구들과 얘기 나누는 시간이 참 소중해요. 원래는 산행을 즐겼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몸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도심 속 고궁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지를 자주 다니고 있어요. 한번은 작약이 만개했을 무렵 박물관 정원에서 친구들끼리 떡과 김밥, 음료 등등을 챙겨와 점심을 먹기도 했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오는 관람객 분들에게 박물관을 즐기는 팁을 알려주신다면요?

조온순: 자주 조금씩 보세요. 박물관을 한번에 둘러보려 하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제대로 살펴볼 수 없어요. 기회가 된다면 틈틈이 오셔서 조금씩 세세히 살펴보시고, 좋았던 전시나 공간은 여러 번 둘러보길 권합니다.
최경애: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곳이지만, 저는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박물관에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도심 한가운데에 전시와 자연과 유익한 체험프로그램까지 풍성한 즐길 거리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게다가 65세 이상이면 특별전을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이러한 혜택을 충분히 누리면서 풍성한 즐거움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몸과 마음의 휴식처로 삼았다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오랜 친구와 함께하는 박물관 산책.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