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호부터의
    현장 에세이를 전해 드립니다

    1970년 시작된 이야기
    박물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다

한 사립대학의 용기

이강승(前 국립부여박물관 관장)
『박물관신문』 1981년 3월 1일(제115호)

X선은 1895년 빌헬름 뢴트겐 교수가 발견한 이래 100년 가까이 지났다. 그가 발견한 투과성이 강한 복사선은 물리학계의 혁신이라 할 만한 것이다. 금속공업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의료분야에도 널리 응용되어 신체의 투사 사진이나 암·피부치료에도 쓰이는 등, 이용 분야가 대단히 넓다. 고고학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예를 들면 금속유물의 제작수법이나 밖에서 볼 수 없는 내부구조를 밝히는 데 크게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여 년 전에 금동미륵반가상의 제작수법을 확인하기 위하여 원자력 연소와 국립박물관이 공동으로 X선 촬영을 실시한 적이 있다. 연전에 고령 지산동 가야고분에서 출토한 철검鐵劍을 모 대학 박물관에서 보존처리를 하는 중 X선 촬영을 통하여 녹에 뒤덮여 보이지 않았던 은상감당초문양을 발견하였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기사는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재관계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고고학사에 남을 만한 획기적인 것이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지방의 한 사립대학박물관팀에 의하여 이제까지 시도된바 없었던 X선 촬영을 처음으로 유물보존 처리 과정에 도입하였다는 점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X선 촬영을 이용하여 숨겨진 상감명문이나 문양을 찾아내는 일이 적지 않았으나 우리는 이제야 당초문양을 발견하는 실마리가 된 것이다. 최근에 보존과학에 관한 문제가 크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로 반가운 현상이다. 이것은 이미 발굴된 부식성腐蝕性 유물의 보존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무계획한 발굴에 대한 반성도 일어나게 되어 발굴이 파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관념이 점차 변하고 있다. 이제는 출토유물을 보존 처리해야 한다는 것도 상식처럼 되었다.
우리의 보존시설은 인력人力과 함께 투자가 빈약하여 발굴품 처리를 감당하기에는 아직도 요원하지만, 앞에 말한 사립대학발물관의 과감한 시도는 고무적인 현상임이 틀림없다. 국립기관도 감당하기 어려운 예산을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투자한 대학 당국의 후원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면서 여러 유물이 허투로 사라지는 일이 없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싶다.

‘두더지의 辯’은 1970년 『박물관신문』 창간과 함께 수록된 박물관 사람들의 현장 에세이입니다.
본 원고에서는 원문을 현대 표기법에 맞춰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