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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대나무에 표출된 독립을 향한 강한 의지
일주 김진우의 대나무 그림
글. 허문행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8월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날 푸른 대나무를 보면 더위가 한결 물러가는 듯하다. 대나무는 그 모습이 올곧고 사시사철 시들지 않아 예로부터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대나무를 즐겨 그린 서화가이자 독립운동가 김진우金振宇(1883~1950)의 생애와 그의 작품 〈대나무〉(동원 2617)를 소개하고자 한다.

독립운동가 김진우

김진우의 본관은 강릉江陵 호는 일주一州 , 금강산인金剛山人이다.도1 그는 일제의 한국 침략에 맞서 의병義兵으로 활동했다고 전하며,01 1919년 3·1 운동 직후 중국 상하이로 떠나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강원도의원’으로 선출되었다. 1920년 일본 상하이 총영사관이 외무성으로 보낸 ‘임시정부의 활동과 요인 정보’관련 기밀문서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독립운동에 깊이 관여했다.02,도2 1921년 6월 압록강을 건너 고국으로 돌아오던 중 신의주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황해도 서흥 감옥에서 2년간 옥고를 치렀다.03 출소한 후 그는 서화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며 대나무 그림으로 항일의지를 표출했다.

01 최완수. 「일주 김진우 연구」, 『간송문화』 40(1991), 59-61쪽. 02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국외 항일운동 자료-일본 외무성 기록, 『不逞團關係雜件-朝鮮人의 部-上海假政府 2』, 「機密 제89호-上海不逞鮮人에 관한 건」(1920년 6월 9일 상하이 총영사관 발송) 제53면. 03 「逮捕된 金振宇公判」, 『동아일보』, 1921년 7월 25일; 「金振宇氏出獄」, 『조선일보』, 1923년 5월 23일.
  • 도1 일주 김진우 ⓒ간송미술문화재단
  • 도2 김진우의 독립운동 관련 일본 외무성 문서 ⓒ국사편찬위원회

서화가 김진우와 대나무 그림

김진우의 대나무 그림은 1918년 『매일신보』에 실리기도 하고, 간송미술관 소장 1919년 작품처럼 완성도 높은 그림을 남기는 등 화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그는 서흥 감옥에서 자리밥을 뜯어 붓을 만들고 맹물로 마룻바닥에 대나무 치는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고 전하는데, 출옥 후 그는 사군자四君子 로 명성이 높아져 경성의 유명 인사로 회자되었다.04

그의 대나무 그림은 1925년 『동아일보』 신년휘호로 실렸으며, 1926년 〈제5회 조선미술전람회(이하 미전)〉에 출품한 〈가을 대나무秋竹〉도3 이 특선을 받았다. 〈가을 대나무〉는 그의 무르익은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짧은 대나무 잎을 리듬감 있게 배치하고 대나무 마디를 탄력적으로 표현했다. 특선 수상을 계기로 그는 ‘대나무 그림’에 전념했다. 그의 대나무는 힘차면서도 예리했다.
1928년 당대 최고 비평가 김복진은 그의 대나무 그림을 ‘특제청시特製靑矢’라고 지칭했다. ‘특별한 푸른 화살’과 같은 대나무로 그는 일제에 대한 저항 의지를 드러냈을 것이다.
이 시기 김진우는 민족지사에게 자신의 대나무 그림을 선사하며 교유하고 독립운동을 후원했다.05

04 及愚生, 「書畵界로 觀한 京城」, 『개벽』 제48호, 1924년 6월 1일. 05 이우정, 「一州 金振宇(1883-1950)의 생애와 작품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2021). 27-30쪽.
도3 〈秋竹〉 김진우, 1926년, 국립중앙박물관 건판24494

본래 곧고 굳은 천고의 절개를 가지고 있어 自有貞堅千古節
창밖의 차가운 눈과 서리를 상관하지 않는다 不關牕外雪霜寒
계유년 (1933) 2월 금남의 보문산에서 쓰다. 時癸酉仲春 寫於錦南之寶文山中
「진우지인 振宇之印 」, 「금강산인 金剛山人 」

도4 〈대나무〉 김진우, 1933년, 종이에 먹, 214.3×92.3cm, 동원2617

곧고 굳은 절개를 드러내는 김진우의 〈대나무〉

국립중앙박물관은 이홍근실(205호)에서 6월부터 10월까지 김진우의 〈대나무〉도4를 전시한다. 2.14m 높이의 큰 화면에 우뚝 솟은 대나무는 매우 강렬하다. 대나무 줄기 오른쪽과 마디 아래를 어둡게 칠해 입체적으로 표현하여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대나무를 이렇게 당당하게 표현한 화가의 의도를 화면 위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굵고 힘찬 대나무를 그리면서 ‘곧고 굳은 절개’를 표출했다. 봄이 다가오는 2월에 이 곧고 굵은 대나무를 그리면서, 반드시 우리나라가 해방될 것이라는 믿음을 굳건히 지켰던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용기를 잃지 않은 애국지사의 믿음과 희망으로 1945년 8월, 우리나라는 독립을 이루었다.

독립운동가이자 서화가 김진우의 〈대나무〉는
국립중앙박물관 이홍근실(205)과
e뮤지엄(www.emuseum.go.kr)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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