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박물관
호주에서 만난 한국의 얼굴,
창령사 터 오백나한
글. 이나경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춘천박물관·호주 파워하우스뮤지엄 공동 국외전시
〈창령사 터 오백나한, Five Hundred Arhats of Changnyeongsa Temple〉
2021. 12. 2. - 2022. 5. 15.
호주 파워하우스뮤지엄

국립춘천박물관은 한국-호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호주 파워하우스뮤지엄과 공동으로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를 개최하였다. 2021년 12월 2일부터 2022년 5월 15일까지 호주 시드니 파워하우스뮤지엄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국립춘천박물관과 호주 파워하우스뮤지엄이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시드니한국문화원, 호주 외교부 산하 호한재단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으며, 현지 관람객과 언론의 많은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전시는 ‘창령사 터 오백나한’의 첫 해외 순회전시이자 단일한 소속 박물관 소장품만으로 국외 전시가 이루어진 첫 번째 사례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장기간 폐쇄했다가 오래간만에 문을 연 파워하우스뮤지엄이 선택한 첫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신라시대의 금관이나 고려청자 등과 같은 화려한 명품이 아닌 평범한 모습을 한 나한상 50점과 1점의 부처상이 호주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호주 파워하우스뮤지엄 전경, 사진 제공: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마음에서 마음으로

2001년 5월 강원도 영월군 남면 창원리의 주민이 우연히 발견하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이 석조 나한상은 발견자와 발굴기관, 그리고 국립춘천박물관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창령사 터 오백나한’이라는 원래의 이름과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2018년에 ‘올해의 전시’로 선정되었던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시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은 2019~2020년에 국립중앙박물관과 부산시립박물관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현재는 국립춘천박물관 브랜드실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 나에게로 가는 길”에서 항상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언뜻 보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석조 나한상이 이토록 많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창령사 터 오백나한’은 따뜻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순박한 표정이 장인의 손길로 투박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불·보살에 버금가는 신성함을 지닌 존재이지만 희로애락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나와 내 주변에서 본 것 같은 친숙한 모습을 한 ‘창령사 터 오백나한’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한을 통해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일체의 경험을 하게 되곤 한다. 이처럼 말이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창령사 터 오백나한’은 국경을 뛰어 넘어 언어와 생각이 다른 호주에서도 그 생명력을 발하였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 모습

세계에서 통한 한국의 미와 감성

파워하우스뮤지엄에서 개최된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는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의 구성과 연출을 재현하였다. 1부 “성속聖俗을 넘나드는 나한의 얼굴들”에서는 벽돌로 채운 전시실 바닥 위로 나한상 29점을 노출 전시하였다. 나한상을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연출을 통해 신과 인간의 경계, 즉 성과 속의 경계에 머무르며 우리를 깨달음으로 이끌어주는 존재인 나한이 우리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1부 “성속 聖俗 을 넘나드는 나한의 얼굴들” 전경

2부 “일상 속 성찰의 나한”에서는 현대미술 설치 작가인 김승영과 사운드 디자이너 오윤석, 향기 디자이너 에인즐리 워커가 1,157개의 스피커를 쌓아 제작한 “타워”라는 작품에 나한상을 배치하여 전시하였다. 마치 도시의 빌딩숲을 연상시키는 스피커 속에 놓인 나한과 부처님을 보며 일상의 소음에 파묻혀 오랜 시간 잊고 지내온 내면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전시 연출은 현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어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의 문화적 감성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2부 “일상 속 성찰의 나한” 전경 및 관람 모습
2부 “일상 속 성찰의 나한” 세부

“창령사 터 오백나한” 호주전시의 뜨거운 반응은 ‘2022년 가장 아름다운 전시 중 하나(시드니 모닝 헤럴드)’, ‘유물과 현대미술의 이례적인 만남과 감동, 한국이 가진 소박하고 간결한 미 美(더 오스트레일리안)’라는 호주 현지 언론의 호평에서도 알 수 있다. 또한 ‘오징어 게임은 비켜라: 한국의 다음 주자는 나한(Move over, Squid Game: Arhats are the next thing out of Korea)’이라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특집기사 제목과 같이 ‘창령사 터 오백나한’은 최근 위상이 높아진 한국 대중문화에 더해 한국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해외에 소개하고, 강한 힘을 가진 한국 문화의 넓고 깊은 뿌리를 인식시켰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앞으로도 ‘창령사 터 오백나한’을 다양한 나라와 문화권에 소개하고, 아직까지 역사적 의미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문화재의 조사·연구를 지속하여 또 다른 ‘창령사 터 오백나한’을 찾아가는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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