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박물관
“국보 반가사유상”
디지털 실감콘텐츠 제작기
글. 신명희 국립중앙박물관 미래전략담당관 학예연구사
사진 제공. 문화기술연구소(TRIC)
디지털 실감콘텐츠로 만나는 국보 반가사유상
인천국제공항 미디어타워

박물관, 디지털 실감콘텐츠의 시대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관은 많은 사람들을 박물관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 디지털로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는 문화재도 이제 누구나 디지털로 체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국립박물관은 그동안 디지털 혁신 기술과 문화유산을 접목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제작하여 전용 영상관에 상영하면서 새로운 문화 체험 기회를 선도적으로 제공하고 박물관 관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외 다양한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문화유산 콘텐츠는 역사의 현장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공감력이 높기 때문에 박물관이나 전시관, 유적지 등에서 선보이는 사례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이 보고 감탄할 수 있는 장소가 욕심(?)이 났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진 다른 주제의 다양하고 참신한 실감콘텐츠는 이미 국내 명소뿐만 아니라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빌딩과 같은 해외 유명 광고판에서 선보이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미디어타워에 ‘국보 반가사유상’ 상영하다

2021년 6월 인천국제공항 탑승동에 인천공항박물관이 개관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동으로 3년간 준비하여 전시관을 만들고, 금 귀걸이, 청자 향로, 백자 항아리 등 우리 문화재 진품을 전시하였다.
그러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국제공항도, 전시관도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중앙 밀레니엄 홀은 천장까지 통층 구조로,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높이 27m의 미디어타워가 자리하고 있다. 미디어타워는 초대형 8K 고화질 LED 전광판으로 화려한 색감과 선명한 이미지를 자랑하며, 공항공사 홍보 영상과 다양한 문화콘텐츠, 상업광고가 반복 상영되는 곳이다. 공항에 들어서면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기도 하다.
공항박물관 건립을 위해 수시로 드나들던 박물관 사람들의 시선에 미디어타워가 들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전 세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24시간 드나드는 우리나라의 최대 관문. 우리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기에 이보다 안성맞춤인 곳은 없을 것이다.
박물관에서는 미디어타워에 박물관의 디지털 콘텐츠 상영을 제안하였고, 문화예술공항으로서 브랜드 강화를 위해 노력하던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박물관과 한마음이 되어 박물관 실감콘텐츠 상영을 흔쾌히 수락하였다. 주인공은 당연히 ‘국보 반가사유상’이다.

이즈음,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가 준비 중이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에 버금가는 “반가사유상”을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자’라는 의지 아래 국보 반가사유상 2점을 나란히 전시하는 ‘사유의 방’을 조성하고 있었다.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며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새로운 관람 문화에 맞추어 박물관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고, 박물관 최초로 건축가와 협업을 시도하여 전시품과 공간이 하나가 되는 전시실을 마련한 것이다. 더불어 국내외에 반가사유상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브랜딩 사업을 전개하던 중, 인천공항 미디어타워의 반가사유상 실감콘텐츠 상영은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미디어타워 실감콘텐츠 현장 테스트 회의 모습

실감콘텐츠 제작 고난기

국보 반가사유상 실감콘텐츠는 문화유산기술연구소TRIC의 문화유산 디지털트윈(현실세계 기계·장비·사물 등을 컴퓨터 가상세계에 구현) 기술을 적용해 국보 반가사유상 2점을 실물 그대로 디지털 공간에 옮겨 메타버스나 실감콘텐츠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리얼타임 애셋으로 최적화 하였으며, 이 애셋 데이터를 100% 활용하여 제작하였다.
3차원 정밀촬영(3D 스캔) 과정을 거쳐 만든 기본 자료에 다양한 효과를 더하고 이미지를 입혀 반가사유상의 생성에서부터 완성, 그리고 오랜 시간의 흐름을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역동적이고 섬세한 이야기로 엮었다. 영상의 한계를 넘어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각도와 환경, 재질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하였다.
제작과정과 작품의 특징을 몇 줄의 글로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특히 많은 제작팀원과 관계자의 노고를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반가사유상 3차원 정밀촬영(3D 스캔) 모습
반가사유상 3차원 정밀촬영 모습
금 박락 장면 제작 과정
금 박락 장면 시뮬레이션

정밀하게 디지털화한 ‘문화유산 디지털 헤리티지’를 활용한 작업에서 미소의 생생함을 담아내고, 빛과 각도의 변화에서 오는 재질의 질감을 고스란히 표현한다는 것이 고도의 집중력과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지난한 싸움이었다는 것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기획에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에 이르기까지 가장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구현하고 이를 영상화하며 계속 협의와 수정을 거치는 제작팀의 모습에서는 집념과 투지마저 느껴졌다. 일부 장면에서 한계에 부딪쳐 심지어 장면의 삭제・변경까지 고민했으나,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성해냈다.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고화질, 고용량의 디지털 콘텐츠이다 보니 수정되어 새롭게 렌더링하는 동안에 기다리다 지치기를 반복한 애타는 심정은 직접 작업을 하는 제작팀과 비교할 수 없으나, 그 또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마지막 단계인 현장 테스트.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크기의 미디어타워 LED 화면에서 반가사유상 실감콘텐츠의 정확한 색상 구현은 쉽지 않았다, 모두가 먼 길을 달려 인천까지 여러 차례 오가며 완성도를 높이기에 애썼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공사 미디어타워 담당직원들은 여러 차례 테스트를 위해 매번 대기해주고 시스템을 조정해 주었다. 지금의 결과는 관계자 모두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많은 이들의 노력에 다시 한 번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미디어타워 실감콘텐츠 상영 현장 테스트 모습

미디어타워 실감콘텐츠, 다음 주인공은?

지금도 많은 문화유산이 디지털 콘텐츠로 선보이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겪다 보니 기획하시는 분들의 고민과 제작하는 분들의 노고와 열정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이러한 문화유산 디지털 콘텐츠를 보고 감동하며 호응해 주는 관객들에게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더 나은 창작물을 위한 고민이 더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국보 반가사유상 실감콘텐츠’의 인천국제공항 미디어타워 상영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연차적으로 제작하여 보다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도록 선보일 계획이다. 과연 다음 주인공은 어느 문화유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