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호부터의
    현장 에세이를 전해 드립니다

    1970년 시작된 이야기
    박물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다

전통의 빛을 담고 자라는

남궁승(前 국립부여박물관 학예연구사)
『박물관신문』 1984년 8월 1일(제156호)

올여름은 자연 기온을 상승시킨 더위 외에도 또 하나 마음의 열기가 있었다. 우리 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미국의 L.A에서 전해져온 젊음의 열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먼 곳에서 혼신의 힘과 땀을 쏟아 싸우고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며 선수들은 전율에 차 복받쳐오는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환희에 찬 웃음을 짓기도 했다.
올해의 연 30도가 넘는 복중(伏中)에 각 박물관에서는 청소년문화교양강좌를 치루었다. 꿈단지들인 고교생들에게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박물관이란 무엇을 하는 곳이며 박물관의 전시유물과 좀 더 나아가서는 지역의 역사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박물관과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애향심을 갖고 우리 것을 나의 가까운 곳에서부터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지역사회의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탓으로 조금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없지는 않았지만, 예상외로 호응도가 좋아서 어떤 학교에서는 제한된 인원보다 더 보내면 안 되겠느냐는 문의 전화도 있었으나 한정된 수용시설로 인해 응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도 컸었다.
하지만 그러한 적극성에 두더지는 알고 싶어 듣고자 하는 더 많은 청소년에게 들려주고 싶은 입장이었기에 마음으로 뿌듯함과 보람마저 느낄 수 있었다. 불편한 좌석과 무더운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태도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강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언뜻 푸른 대밭에서 이슬 머금고 쑥쑥 자라나오는 죽순을 연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진정한 우리 지난 일을 안다는 것이 실로 어렵다지만 이번 청소년문화교양강좌를 들은 모든 학생이 적어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傳統文化만이라도 잃지 않고 보전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기회가 좀 더 확대되어 머지않은 장래에 그들이 전통의 빛을 잃지 않은 채 우리의 곁에 다가와 우뚝 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더지의 辯’은 1970년 『박물관신문』 창간과 함께 수록된 박물관 사람들의 현장 에세이입니다.
본 원고에서는 원문을 현대 표기법에 맞춰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