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읽어드립니다 - 공간
글과 그림과 벽돌과 점토판이 이야기해주는
메소포타미아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메소포타미아실’ 산책
글. 양희정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부 학예연구사

2022년 7월 22일 세계문화관에 새 전시실이 생겼다. 메소포타미아의 문화유산 66점을 1년 6개월 동안 선보일 메소포타미아실이다.

  •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된다. 문화 혁신을 이야기하는 1부는 공간적으로나 내용에서 전체의 절반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 1부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대표적인 건축 자재인 벽돌의 사각 형태를 모티프로 삼아 진열장의 크기와 벽체의 디자인을 모듈화했다. 크기는 작지만, 세부 표현이 정교하고 내용이 풍부한 전시품을 가까이 감상하기 좋게끔 설계하는 것이 이 공간을 조성할 때 가장 신경 쓴 점이었다.

  • 3F 메소포타미아실

메소포타미아는 5000년 이상 존속했고 지역적으로는 오늘날의 이라크를 중심으로 이란, 시리아, 튀르키예, 이집트 일부까지 아울렀다. 그 방대한 역사를 모두 다루려 하면 자칫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질 수 있어서 도시, 문자, 원통형 인장, 종교, 부장품, 초상 미술, 궁전 장식 부조, 벽돌을 주제로 내용을 전개하고, 주제별 흐름 속에서 각 작품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이야기하여 왕조나 왕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그 역사적 의의를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기획했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점토판 문서에 빼곡히 적힌 내용이 궁금한 관람객들을 위해 문서의 전체 내용을 볼 수 있는 키오스크를 마련하고, 원통형 인장을 실제 어떻게 찍었고 원통형 인장이 메소포타미아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영상을 준비해 핵심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메소포타미아실 1부 전경
날씨 신과 새머리를 한 정령 등을 새긴 원통형 인장
Cylinder seal with weather gods framing heraldic griffins 기원전 약 1720-1650년, 고-시리아 시대, 시리아 출토, 적철광, 높이 2.54cm, 1989년 Martin & Sarah Cherkasky 기증,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1989.361.2)

2부는 메소포타미아 미술에서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과 상像을 대하는 관점을 두 축으로 하여 우르 왕실묘의 부장품, 초상 조각, 왕의 건축 관련 명문 등을 소개한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외양을 그대로 본뜨는 것보다 개인이 정체성과 연결 짓고 싶어 하는 속성을 조합하는 것이 대상의 본질을 충실히 재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정체성이나 상에 대한 관념과 태도는 2부뿐만 아니라 전시 전체에 적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2부에서는 제시되는 핵심 개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장 색채를 단순화 하였다.

메소포타미아실 2부 전경
통치자의 두상 Head of a ruler 기원전 약 2300-2000년, 초기 청동기 시대, 이란 또는 메소포타미아 출토, 구리 합금, 높이 34.3cm, 1947년 Rogers Fund로 구입,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47.100.80)

2부와 3부 사이를 잇는 4m 높이의 미디어큐브 ‘쿠쉬룩’은 슈메르어로 ‘상자’라는 뜻이다. 전시실 모듈 디자인에서 시작된 정사각형의 이미지를 연장한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이룬 성취가 한눈에 담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것임을 크기로도 전달하고자 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점토판 문서지만 모두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 현대의 QR코드와 닮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영상의 마지막에는 점토판 문서 사례 9개를 QR코드로 제시했다. 이 에피소드들이 전하는 메소포타미아인의 희로애락은 놀랄 만큼 지금 우리의 감정, 관심과 바로 맞닿아 있다.

미디어아트 ‘쿠쉬룩’

3부는 메소포타미아의 역사 후반부에 해당하는 기원전 1000년 이후 등장했던 신-앗슈르 제국과 신-바빌리 제국의 예술을 궁전 장식 부조와 벽돌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앗슈르 제국과 바빌리 제국이 각기 어떤 방식으로 압도적인 예술을 만들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고대 세계에서 ‘불가사의’로 꼽혔던 바빌리의 대표적 건축물인 ‘이쉬타르문’과 이어지는 ‘행렬의 길’을 장식했던 〈사자 벽돌 패널〉도 이곳에 전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시품이 건축물의 일부였기 때문에 모션이미지를 활용하여 입체적인 공간감을 만드는 등 다른 공간에 비해 건축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연계하였다. 이쉬타르문을 상징하는 게이트는 〈사자 벽돌 패널〉이 가지고 있는 컬러 스킴을 활용하여 연출하였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벽돌 네 점을 제시하였다. 이 문명이 그리고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림으로써 높은 예술적, 문화적 성취에 이를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자는 취지에서다. 전시 제목처럼 ‘저 기록의 땅’, 글과 그림과 벽돌과 점토판이 이야기해주는 먼 땅을 이렇게 소환해 본다.

조공 행렬에 선 외국인 마부
Foreign groom in a tributary procession 기원전 약 721-705년, 신-앗슈르 시대, 코르사바드 출토, 설화석고, 49.3x79.5x10.4cm, 1933년 John D. Rockefeller Jr. 기증,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33.16.1)
파종 축제 때 바치는 동물의 수에 대한 장부
Record of deliveries of animals for the festival of sowing seed 기원전 2043년경, 우르 3왕조 시대, 드레헴 출토, 점토, 11.6x6.9x2.7cm, 1911년 교환 구입,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11.217.29)
메소포타미아실 3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