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읽어드립니다 - 사람
‘수장고에 있을 때가
정말 편해요’
김세원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 학예연구관

김세원 연구관은 종류와 재질에 따라 분류된 총 21개의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를 철저한 시스템 아래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뿐만 아니다. 수장고의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는 박물관의 접객담당이기도 하다. 타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맞이하는 손님은 사람이 아닌 유물, 누군가의 소장품이자 문화재 시장의 상품이라는 점이겠다. 유물의 면접관이자 지배인, 맞이하고 최선을 다해 관리하는 박물관의 숨은 이야기꾼과 만나보자.

박물관의 소장품 수집은 1) 구매 2) 수증·수탁으로 나뉜다고 들었습니다. 작품 및 유물을 수집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수집하여 전시에 활용할 수 있는지와 조사 연구 대상인지’에요. 전시 활용 여부란 특별전, 기획전 등 향후 전시 계획이 있거나 상설 전시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말합니다. 보통은 연초에 수장품 수집 계획을 짜는데요, 관련 부서에서 ‘특별전에 대비하기 위하여 어떤 유물에 대한 구입(수집)이 필요합니다’하고 의견을 주는 때도 있어요. 그래도 관련 경매나 시장에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몰라 예측할 수 없으니 수집이 계획에 딱 맞게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든요. 그러니 즉시는 아니더라도 곧 전시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주로 경매 출품 문화재나 개인 소장품 중에서 불교미술, 도자공예, 회화류 또는 역사자료 위주로 우리 관 설립취지에 맞는 전시 활용도를 우선 고려하여 구입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1. 수립한 계획에 따른 전시 활용도 2. 조사연구 활용도 크게 2가지 기준입니다.

‘故 이건희 회장 컬렉션’은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총 9797건(2만1600여 점)으로 개관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기증입니다. 기증품의 인계 및 관리 과정 역시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또한 진행 예정인가요?

일반적으로 기증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면 기증 대상품 관련 전시 부서에 연락해 기증 의뢰 대상품에 관한 확인을 요청하고 ‘전시 활용이 가능함’이라는 회신이 오면 저희가 직접 대상품을 받으러 가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 기증 사례는 아시는 것처럼 규모도 크고 예외인 경우였어요. 인수인계 작업과 비용까지 기증자 측에서 다 진행해주셨고, 인수 후의 확인작업까지 배려하듯 감사하게도 개별포장으로 보내주셨더라고요. 역대 최고급 규모인 데다 일일이 포장까지 해 보낸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등록은 올해 2월부터 시작해 현재 93% 정도 진행되었어요. 정말 열심히 꾸준히 안전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올해까지는 등록을 끝내는 게 박물관의 목표예요.
내년 1월에는 대국민 공개가 가능하도록 작업하고 있어요. 대국민 공개란, 우리 관 e-뮤지엄(www.emuseum.go.kr)을 통한 공개를 말해요. 우리가 문화재 표준관리시스템에 소장품 등록 정보를 넣으면 e뮤지엄에 공개가 됩니다. 소장품 코드가 ‘건희’여서 코드를 검색하면 유물 사진과 유물번호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년 1월 이후부터는 故이건희 회장 기증품에 궁금해 하시는 많은 분들을 위해 아주 기본적인 정보와 다소 해상도가 낮은 이미지라도 우선 대국민 공개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후속 작업으로 내년 말까지 고해상도 사진으로 전부 보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故 이건희 회장 컬렉션 전담팀의 팀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이 업무를 담당하던 기존 인원 4명에 등록팀 10명, 그리고 촬영팀까지 더해져 구성되었어요. 앞으로 소장품 정보를 종합 관리하는 아카이브센터 운영을 계획 중에 있거든요. 앞으로는 이 인원이 자료관리까지 동시에 하게 될 거예요. 故 이건희 회장 컬렉션 등록 작업 이후에도 관련 작업을 고려해서 팀이 꾸려진 거죠.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자를 위한 예우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기증이라는 건 정말 큰 뜻을 가진 게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 같아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포함한 기증인인) 손창근 선생님도 그렇고, 이번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해주신 故이건희 회장 유족이신 홍라희,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을 대표하여 홍라희 여사님 역시 정말 아무런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셨어요. 사실 그래서 더 무겁고 큰 책임감이 느껴져요. 선뜻 기증해주시고, 기증 뒤에 연락도 잘 하시지 않아요. 알아서 잘 해주리라 믿고 모든 것을 국가에 다 내어놓았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대가를 바라는 게 아니라서 예우를 바라시는 것도 없어요. 그저 국가가 안전하게 관리해주고 전시에 잘 활용하고 대대손손 박물관을 찾는 아이들 공부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기증하셨다고 말씀하세요. 근데 그 작은 바람이 사실 정말 큰 뜻인 거죠.
기증이란 정말 아무런 대가 없이, 모든 소유권을 국가에 주는 거잖아요. 그 고귀한 뜻을 기억하기 위해 기증관 입구에 명예의 전당, ‘기증자의 벽’을 만들었어요. 이 기증자 명패는 기존의 것을 개선하여 2020년에 새로이 설치했어요. 처음에는 다른 장소에 조금 더 작게 만들었는데, 잘 보이지 않았는지 관람객들이 놓치기 쉬워 기증관 옆에 잘 보이게 설치하면 좋겠다 해서 지금처럼 다시 만들었어요.

〈박물관신문〉을 통해 관람객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관람객들, 아이들이 숙제하겠다고 오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의 활기가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아 반갑고, 안도감이 들어요. 박물관은 각 분야에서 열심히 또 묵묵히 자기가 맡은 업무에 임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곳입니다. 늘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항상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