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시간 - 모두의 박물관
모두를 위한
박물관 교육
글. 옥재원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 학예연구사
‘백 명 중 다섯 명’이 즐겁고 ‘아흔 다섯 명과 다섯 명’이
어울릴 수 있는 박물관

최신 통계자료(2021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264만 5천여 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전체 인구 가운데 약 5%에 달하는 사람들이 지체·시각·청각·언어·지적 등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현황을 나타낸다. 백 명의 사람 중에서 다섯 명이라면, 이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이번 여름, 꽤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아왔다. 관람자들은 무더위가 들어서지 않는 곳에서, 일상의 시간과는 거리가 꽤 먼 옛 전시품들을 감상하며 여유를 누렸다. 그런데 문화취약계층 교육을 담당하는 눈으로 유심히 보았지만 장애인 관람자의 모습은 드물어, ‘백 명 중 다섯 명’에는 크게 못 미친 듯하였다.

문득 시각 장애 청소년 체험 교구를 개발하면서 만난 맹학교 선생님의 한 마디가 떠올랐다.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방문하기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 장소가 있어요. 바로 ‘박물관’과 ‘아쿠아리움’요. 가거든 유리만 만지다 돌아오니까요.”
국립중앙박물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으로서, 국민 누구나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용·향유할 수 있게끔 공간을 갖추고 기회를 늘려야 할 의무를 갖는다. 특히 박물관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가장 많이 겪고 있는 방문 계층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시품을 자유롭게 해석하는 학습지

현재 박물관은 모두를 포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와 ‘무장애 환경’(Barrier Free)에 기반을 둔 공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여러 부서가 힘을 모아, 전시실과 교육실 곳곳을 개선하며,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자료와 교구들을 마련하면서, 박물관의 사회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교육 부문에서 살펴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2002년부터 장애인 대상 교육을 진행해왔다. 용산으로 이전 개관한 2005년 이후에는 장애 유형을 기준으로 대상을 나눠, 시각 장애인이 참여하는 ‘출발! 우리 보물 손끝 탐사대’와 청각 장애인이 참여하는 ‘병풍 속 동화세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여기에 장애인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모두를 위한 박물관 교육의 기초를 세웠다.

박물관 속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는 시간

이를 이어 박물관은 대표 소장품·전시품들을 복제하여 장애인 학습자의 경험에 깊이를 더했으며, 점자책을 제작하고 배포해서 박물관을 찾기 힘든 학습자들의 편의를 키웠다. 아울러 장애인의 체험에 유용한 학습 공간을 만들고 여기에 전자음성 안내 시스템도 갖췄다. 지금은 지체·청각·발달 장애인 대상의 ‘박물관, 우리들의 꿈마루’와 치매 노년층 대상의 ‘문화재 오감표현’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시각 장애 청소년 문화재 체험 교구를 개발하여 맹학교에 전하고 이와 연계한 ‘우리 문화를 꿰뚫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장애인 박물관 교육의 발판을 다듬어 나가고 있다.
이렇게 이어져온 노력들은 박물관이 모두를 포용하고 누구나 이곳을 찾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앞으로는 모든 장애인이 신체의 성격에 상관없이 박물관을 언제든지 찾아와 공간을 거리낌 없이 이용하고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의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앞두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박물관 교육은 디지털 콘텐츠와 온라인 네트워크가 수많은 사람들을 빠르고 촘촘하게 엮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 속에서, 장애인들이 그 관계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그물을 더욱 꼼꼼하게 짜야 하겠다.

꾸민 장식을 뽐내는 박물관 우리들의 꿈마루
복제품으로 체험해 보는 문화재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문화재 오감표현 참가자

이 시간에도 박물관의 여러 부서들은 각기 고유한 사업에 매진하는 동시에, 촉각체험물들을 각 전시실에 들이고 주요 전시품의 점자감각책과 수어 영상물을 내며 스마트 강의실을 짓고 있다.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 응한 장애인들은 ‘촉지도’로 공간 구성을 미리 익히고 전시안내 앱의 음성해설로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그리며, 〈동자석〉 촉각전시품으로 대상을 느끼고 〈추성부도〉 수어영상으로 가을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전시를 입체적으로 감상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한뜻으로 누구나 함께하는 모두의 국립중앙박물관이 되고자 하는 열의에서 나왔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발맞춰, 국립중앙박물관은 가만히 선 등대가 아니라 앞장서는 등불로서 걷고 있다. 박물관의 교육부서 역시, ‘백 명 중 다섯 명’이 즐겁고 ‘아흔 다섯 명과 다섯 명’이 어울릴 수 있는 계획들을 열심히 실천해나가고 있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의 전시 1실,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촉각전시품을 감상하는 관람자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의 수어를 삽입한 전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