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방
유물에 진심인 박물관,
취향에 진심인 MZ와 만나다
글. 편집팀
광고인 박웅현과 TBWA 주니어보드 신용호, 이화정, 송의현

광고인 박웅현

광고인이자 작가로 현재 TBWA KOREA의 조직문화연구소를 맡고 있다. 수십 번의 광고상 수상은 물론, 국내 뿐 아니라 칸 국제광고제 등 세계 유명 광고제에서 초청 강연과 심사위원 활동을 한 바 있다.

MZ세대의 호응을 이끌기 위해 노력해온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번에는 MZ세대와 직접 머리를 맞대어 ‘20대가 방문하고 싶은 박물관’을 목표로 새로운 홍보 콘텐츠를 발굴해 운영한다. TBWA의 ‘주니어보드’ 사업을 통해 총 4개의 프로젝트로 만나게 될 MZ의 입맛에 꼭 맞춘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한 이들을 만나 이번 사업에 담긴 ‘진심’을 들었다.

‘TBWA 주니어보드’(이하 주니어보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웅현 : TBWA KOREA가 광고인을 지망하는 대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광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크리에이티브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운영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공공기관과 함께하는 것은 종로구청, 한국문화재재단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네요.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웅현 : 지난해 한국문화재재단과의 주니어보드 사업으로 〈비어있는 전시회〉를 진행했을 당시, 방문객 명단에 박물관 관계자가 몇 분 계시더군요. 전시를 유심히 살펴보고 가셨다고 전해 듣고서 다음 프로젝트는 박물관이랑 하면 어떨까 싶었죠. 그 길로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를 만나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같이 하면 어떻겠느냐 제안했어요. 박물관이 원하는 것 한 가지만 얘기해 달라 하니 “젊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그렇게 주니어보드에게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MZ세대는 막강한 파급력으로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대중문화 주도층이다. 이에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MZ세대를 분석하고 이들을 공략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지만, 그러한 시도가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왜일까? 이에 대해 광고인이자 TBWA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박웅현 대표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사업 중 MZ세대의 목소리가 직접 반영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되묻는다. ‘기성세대의 시선으로 재단’한 MZ세대를 겨냥한 사업이 ‘진짜’ MZ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전부터도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해왔습니다. 주니어보드가 과거 박물관의 사업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나요?

박웅현 : 가기관의 특성상 젊은 세대의 톡톡 튀는 감성을 재빠르게 수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니즈가 있어도 관록 있는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사업이 기획/진행되고, 또 복잡한 내부 결재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요. 조직 내 20대가 의견을 내거나 외부로부터 의견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죠.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20대를 주축으로 이루어지는 주니어보드 사업은 독보적입니다. 감각 있는 대학생들이 박물관에 직접 목소리 낼 수 있는 기회죠.
박물관 관계자에게 기존 사업 중 무엇이 가장 문제인지 물어보니까,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야간개장’을 하는데 반응이 미미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를 활성화할 방안을 고안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살아-잇다’, ‘야간괴담회’, ‘핼러윈’ 총 3개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그와 더불어 20대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온라인 콘텐츠 ‘마음복원소’도 마련되었죠.

이번 프로젝트가 일종의 화자(話者)라고 한다면 청자는 관람객, 국립중앙박물관, 주니어보드(대학생) 3가지 부류가 있을 텐데요. 프로젝트 종료 후(이야기가 끝난 후) 각 청자에게 남아야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박웅현 : 우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실 관람객 여러분께는 ‘박물관이 말을 좀 할 줄 아네?’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놀이동산처럼 편하게 방문해서 놀다 갈 수 있는 장소라고 말이죠.
주니어보드 학생들에게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실무 경험의 기회가 될 거예요. 공모전에 참여하더라도 아이디어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전부가 아니라 그것을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져갈 메시지는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의미만 있으면 지루하고, 재미만 있으면 허무해요. 두 가지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야 합니다. 이번 주니어보드 사업 역시도 그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습니다. ‘놀이처럼 구성되어 있지만 알고 보니 이런 의미가 담겨 있었네(살아-잇다)’, ‘유물의 정보도 알 수 있지만 나의 마음 상태에 따라 이렇게 느껴볼 수 있는 재미가 있구나(마음복원소)’하고 말이죠.

국립중앙박물관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등장할 새로운 젊은 세대에게 열린 박물관이 되기 위해서 도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박웅현 : 박물관이 메시지를 발신하는 입장(Sender)이라면 메시지를 들을 젊은 세대(Receiver)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찾으세요. 그것이 제가 지난 30여 년간 광고를 만들어오면서 배운 바입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수신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메시지를 전하는 발신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주니어보드 사업처럼 타깃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있으면 좋겠지요.
시스템이 무서운 이유는 첫째, 시스템이 움직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둘째, 한번 움직이면 속도가 바로 따라붙는다는 점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큰 조직을 움직이려면 천천히 공들여 움직여야 하지만, 한번 가능해지면 그다음은 가속이 붙을 거예요. 주니어보드 사업이 기폭제가 되어 이후에는 박물관 자체로 자구책을 잘 마련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변화에 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강한 의지와 주니어보드 참여 학생들의 재기발랄함과 적극적인 태도, 그리고 양측의 활발한 교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매주 치열한 아이디어 회의와 더불어 격주로는 박물관 관계자가 참석하는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수정, 보완을 거듭해가며 완성되었다. 주니어보드로 참여한 신용호, 이화정, 송의현 씨는 그간의 과정에 대해 “박물관은 주니어보드의 진심을, 주니어보드는 박물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떠셨나요?

신용호 :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어요. 지난 31기에 협업했던 한국문화재재단 프로젝트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국립중앙박물관은 딱딱한 장소인데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있었어요.
이화정 : 당시엔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지가 정말 오래 되었었거든요. ‘프로젝트 과정이 과연 재미있을까’, ‘우리가 어디까지 날뛸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의현 : 또래 친구들을 박물관에 올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나라면 과연 갈까?’ 싶더라고요. 그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박물관을 바라보는 시선에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화정 : 국립중앙박물관이 알고 보니 정말 ‘힙(hip)’한 공간이더라고요.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전시도 보고 장소 곳곳을 둘러보면서 박물관이 여느 인스타 ‘핫플(hot place)’ 못지않게 감각적이라고 느꼈어요. 사유 공간 찻집부터, 신설된 메소포타미아실이나 특별전, 상설관 등 공간별로 개성을 잘 살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콘텐츠를 마련하고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박물관 자체를 많이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의현 : 담당 관계자분들이 기대 이상으로 우리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셔서 놀랐어요.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여쭐 때마다 괜찮다고, 제안해주면 검토해보겠다고 흔쾌히 말씀해주셔서 우리 진심이 통했구나 싶었고 또 감사했습니다. 우리가 겪어보기도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런 곳일 거다’하는 편견에 갇혀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용호 : 학예연구사분들이 유물에 얼마나 진심이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유물에 대해 놓친 정보가 있으면 학예연구사분들이 이 유물은 이런 점이 좋고, 중요하다고 일일이 설명해주셨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소명의식과 유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 감동받았습니다.

주니어보드 사업을 통해 생긴 나만의 박물관 최애 포인트 혹은 소장품이 있다면요?

신용호 : 프로젝트 초기에 신석기실을 가장 열심히 들여다봤거든요. 처음에는 이 돌들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무심했는데, 계속 들여다보고 마음복원소 콘텐츠를 위해 카피를 붙여주다 보니 점점 애착이 가게 됐어요. 실감영상관도 정말 좋았어요. ‘신선들의 잔치’ 영상은 동영상을 찍어놓고 몇 번을 돌려볼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송의현 : 주먹도끼요. ‘마음복원소’ 카피를 써야 해서 이 유물들을 좀 좋아해보기로 마음먹고 바라보니 주먹도끼가 눈에 들어왔어요. 마치 ‘가보자고!’ 하고 파이팅 넘치게 주먹을 쥔 듯한 모습이 귀엽더라고요.
이화정 : 저는 서화에 마음이 많이 갔는데 특히 김홍도의 〈신행新行〉이 좋았어요. 혼례를 치르러 가는 신랑의 행렬을 담은 그림인데요. 어떤 인물은 딴청을 피우고 있고, 또 누구는 옆 친구랑 노닥거리고 있는 등 요소 하나하나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많아서 재미있어요.

마지막으로 주니어보드 세 명의 대학생들과 박웅현 대표는 이번 ‘TBWA 주니어보드’를 통해 탄생한 박물관 홍보 콘텐츠에 대해 추천사를 남겼다. 진심과 진심이 만나 탄생한 결과물이 부디 20대의 마음에도 오롯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용호 : “우리와 같은 또래 20대 친구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놀 수 있는 핑곗거리를 만들어놨습니다. 많이들 와서 충분히 즐기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화정 : “문화생활을 잘 하지 않는 저조차 박물관에 가보고 싶게 만들었어요. 일단 와보면 무조건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리라 장담합니다!”
송의현 : “박물관이 던지는 말이 아니라, 친구가 던지는 말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우리가 여러분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 주세요.”
박웅현 : “이들의 말을 믿으세요.”

[TBWA 주니어보드 사업 세부 내용]

야간개장 문화행사
살아-잇다 김홍도의 〈풍속도첩〉 속 인물들이 현실로 나와 진행하는 연극
9.21.~10.1. 매주 수, 토
야간괴담회 전시관의 유물을 활용한 공포 연극
10.5.~10.26. 매주 수
핼러윈 박물관에서 열리는 핼러윈 파티
10.29.
온라인 콘텐츠
마음복원소 20대의 마음을 치유하고 복원해주는 박물관을 콘셉트로 마음 상태에
따라 박물관 방문 코스를 추천
9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