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우리의 일상을 두드리는
박물관 이야기
글. 전승환 작가
MZ세대를 향한 박물관 출판

전승환 작가

SNS 채널 ‘책 읽어주는 남자’ 편집장이자 작가이다. 대표 저서로 『나에게 고맙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때』,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등이 있다.

앞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말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몇 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은 수많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했으며, 사람들과의 관계부터 일을 하는 방식, 세계를 접하는 방법의 다양화를 경험했다. 그러면서 우리 마음속 어디선가 불안이라는 불청객의 존재가 조금씩 커지고 있음을 발견했고 편하게 누렸던 것들은 그러기 어려워졌고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들은 멀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시간을 버텼고 이겨내려 노력해왔다.
우리는 늘 불안함 속에서도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등 사람들에게 즐거움, 위로, 변화의 계기를 선사하는 책을 출간해온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에서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 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라는 문장을 적었다. 예술 작품을 통해 세상을 여행하고 마음의 위로와 안식을 얻는 것이 답을 찾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 관람객의 시선에서 바라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감상기인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을 읽으며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답답할 때, 무언가에 상처받고 아플 때 스스로를 돌보는 것처럼 우리 고유의 예술 작품과 역사를 책을 통해 바라봄으로써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되었고, 산책하듯 휴식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국립중앙박물관을 직접 둘러봤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이 책에 있었다. 왜냐하면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혼자 더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나아가 내 지난 감상을 찬찬히 곱씹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타인이 그의 시선으로 어떤 예술 작품에 대해 풀어낸 이야기를 볼 때는 더욱 즐겁다. 그것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이거나 그만의 경험들을 적용하여 박물관의 유물들을 설명할 때 특히 그렇다.
“만약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지 말해보라고 했다. 쓸데없이 자꾸 미래만 보지 말고 과거도 생각하자고 했다. (중략) 그중에 제일 진심은 소설가의 삶을 살겠다는 누구였는데 막걸리 잔을 비우더니 그가 외쳤다. 나는 허균이었을까?”
이 책에서 우리의 소소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 바로 조선시대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 이다.

보신각종은 어떨까. 서울시 종로에 있는 보신각의 종이 당연히 진품이라 생각했던 이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보신각종의 진품은 오랜 타종으로 균열이 염려되어 1986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옮겨졌다는 유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저자가 유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이야기에 곁들여 풀어낸다.
“겨울이 얼마나 행복한 계절이었는지를. 둥, 둥, 둥 보신각이 울렸던 계절, 우리들이 서로를 알아가던 계절, 따뜻하게 해줄 것들을 열심히 찾아보던 계절, 길고 긴 밤이 유난히 반짝이던 계절, 겨울은 그런 계절이었다.”
나는 딱딱한 유물 설명이 아닌, 우리에게 잊혀졌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수 있도록 감정과 느낌을 살리면서 박물관의 유물들에 대해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이 책이 참 사랑스러웠다. 어린 시절 보신각종을 보면서 새해를 여러 번 맞이했고,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라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책 속에 있는 박물관의 소장품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다시 살펴보고 싶어졌다. 결국, 책에 담긴 이야기의 힘이 굉장히 강하고 즐겁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보신각종普信閣鍾(옛 보신각 동종), 조선 1468년, 높이 318.0cm, 입지름 228.0cm, 보물

누구나 한 번쯤은 박물관에 가봤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마지못해 가게 됐든, 역사가 좋아 직접 방문했든, 여행지에 간 김에 들렀든, 각기 다른 기억들로 박물관의 모습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대부분 오랫동안 박물관으로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가 문을 두드리지 않는 기간에도 박물관은 늘 살아 움직이고 있다. 이 책처럼 각자의 경험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말이다. 하나의 작품이 다양한 시선에 따라 표현된다는 것이 얼마나 새롭고 신선한지 이 책이 알려주는 것처럼, 박물관은 매 순간 다시 태어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바뀌는 시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위협이 도사리는 오늘날에 오래된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참 중요한 일 같다. 오래 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다녀왔을 때가 기억이 난다. 프랑스 파리를 논할 때, 루브르 박물관의 역사와 스토리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루브르박물관 뮤지엄샵 & 서점 ©루브르박물관

루브르 박물관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등의 유명한 소장품들과 루브르 박물관을 주제로 한 다양한 도서들은 특히 인상이 깊다. 전시와 소장품을 설명하는 도록들뿐만 아니라 루브르 박물관과 예술작품을 소재로 한 아트북, 소설,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통해 그들이 가진 콘텐츠를 다채로운 관점에서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펼쳐낸다. 박물관이라는 콘텐츠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간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하여 국내 박물관에서 접했던 책들은 전시나 유물에 관한 도록이나 전문적인 학술서 등 그 분야의 전문가나 혹은 열렬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가 아니라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책들이었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우리가 각자 전시회를 다녀온 감상을 논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처럼,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이나 MZ세대의 사랑을 받는 인플루언서들이 예술 작품이나 유물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들이 느꼈던 감정을 책으로 읽은 누군가로 하여금 또 다른 감정을 낳아 그 예술 작품을 더 알리게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박물관에 대해 우리가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도서들이 출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도세자 묘지명

끝으로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안부를 묻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충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별일 없이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부를 묻는다. (중략) 사도세자의 묘지를 보면서 슬퍼지기 전에 이름을 아는 사람들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해야지 다짐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작가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사도세자 묘지’를 보고 생각한 문장으로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가 각자에게 안부를 묻고, 다정하고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박물관의 유물에도 친절하고 다정하게 안부를 물을 정도의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그 유물들이 우리에게 안부를 묻지 않겠는가.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줄게. 안부를 물어봐줘서 고마워, 하고 말이다.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사적인 국립중앙박물관 산책기, 발행일 2022년 8월 31일, ISBN 979-11-92512-03-7 0381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소개

“누군가의 현재였던 유물이 나의 현재와 만나면 조금 더 가까워지곤 했다”
방대한 국립중앙박물관을 한 걸음씩 채워간 어느 관람객의 소소하고 색다른 단상.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은 이 시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관람객의 시선으로 사적이고 색다르게 국립중앙박물관과 유물에 접근한 감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