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톺아보기
세련되고 기능적인 고대의 디자인,
백제 무늬 벽돌
글.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소장, 디자인 브랜드 홋 컬렉션 대표
디자인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백제의 무늬 벽돌’

부여 외리 절터에 출토된 백제의 무늬 벽돌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현대의 벽돌보다 디자인적, 기능적으로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무늬 벽돌 하나에 당대의 미학적 취향이나 다양한 문화적 상징, 좀 더 깊게 살펴보면 역사와 합리적 태도까지 담아낸 솜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 유물들은 출토 당시 바닥에서 일렬로 발견되었다고 하니 쉽게 오늘날의 보도블록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크기나 모양을 봐도 유사하다.

부여 외리 절터 무늬 벽돌 출토 당시 모습

디자인적인 관점으로 보면 바닥에 깔린 무늬 벽돌의 뛰어난 점이 더욱 잘 보인다. 먼저, 두께가 심상치 않다. 밟고 다니기에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두께는 마당 바닥에 깔렸을 때의 무늬 벽돌을 생각하면 꽤 깊은 생각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 오는 날 마당 바닥의 빗물과 질퍽한 진흙을 피하기 위해 땅바닥보다 높아야 하지만, 맑은 날을 위해서는 적당한 높이여야 한다. 너무 높으면 발이 걸려 넘어지기 쉽다. 바닥 무늬 벽돌의 두께에는 이 두 가지 요구사항이 잘 배합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의 보도블록도 비슷한 높이로 만들어져 있다. 이 스펙이 최적이기 때문이다.

윗면은 반듯한 정사각형의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래야 여러 개의 블록을 깔더라도 문제가 없다. 백제의 무늬 벽돌에는 다양한 모양의 부조 조각이 되어있는데, 어떤 모양들을 조합해 깔더라도 반듯한 모양을 유지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발의 평균 길이 보다 약간 커서 밟고 다니기가 편한 길이이며 면적 역시 인체공학적으로 많은 고려가 담긴 결과이다.
바둑판처럼 깔지 않고, 징검다리처럼 깔아 놓더라도 블록 하나가 발을 안전하게 받쳐줄 수 있기 때문에 맑은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 빨리 뛰어가도 크게 불편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무늬 벽돌은 현대의 보도블록으로서도 부족함 없이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유물들도 그렇지만 백제의 무늬 벽돌의 당시 사용법을 생각하며 살펴보면 무늬 벽돌 그 자체만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이나 그 주변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 연꽃이 새겨진 무늬 벽돌
  • 구름모양의 패턴이 아름답게 디자인된 무늬 벽돌
  • 산수모양이 독특한 조형적 구조로 디자인된 무늬 벽돌
  • 백제시대의 독특한 디자인의 용 모양이 새겨진 무늬 벽돌
  • 날개가 구름 모양으로 디자인된 봉황이 새겨진 무늬 벽돌
  • 요즘 괴수 캐릭터 같은 모양의 동물이 새겨진 무늬 벽돌
오늘날 충남 부여군에서 볼 수 있는 무늬 벽돌을 응용한 보도블록

무늬 벽돌 윗면에 조각된 형태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 한 가지 디자인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모양들이 있어서 좋은데, 백제의 많은 절이나 궁궐 마당에 다양한 무늬 벽돌이 깔려있었다고 생각해보면 엄청난 장관이 그려진다. 특히 살펴봐야 할 부분은 여러 무늬 벽돌들의 네 귀퉁이에 만들어진 꽃 모양이다. 무늬 벽돌의 네모서리에는 대부분 4등분된 작은 꽃 모양이 새겨져 있다. 이로 인해 모서리에는 완전한 하나의 꽃이 활짝 피어오른다. 이를 통해 여러 무늬 벽돌이 동시에 구성되는 것까지 고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무늬 벽돌은 그것이 놓인 장소를 종교적 숭고함과 귀족적 품격을 피워 올리며 공간과 공간을,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무늬 벽돌과 어울려있는 건물은 또 얼마나 화려했을까? 그리고 그런 건물들로 채워졌을 당시의 부여는 또 얼마나 웅장했을까? 문화는 어느 한 부분만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보도블록과 같은 무늬 벽돌이 이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졌다면 건물이나 도시도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하게 된다. 그것을 생각하고 보면 이 백제의 무늬 벽돌들은 백제의 건축이나 도시의 풍광과 함께 생각해야 할 무언가다. 그것을 유추해 보면 아마도 당시 백제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화려했을 것이다.

4개의 무늬 벽돌들이 모여서 만든 아름다운 꽃 모양

이렇듯 유물을 미술에서 그치지 않고 쓰임새에서부터 그 존재감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하는 말을 더 많이, 더 정확하게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화랑에서 미술품을 보는 것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게 되는 게 아니라,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삶 속으로 빠져들어 갈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순간, 이 무늬 벽돌과 같은 유물들은 박물관에서 조명을 받으며 전시된 유물에서 더 나아가 보는 사람을 과거로 데려가 주는 타임머신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