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읽어드립니다 - 사람
시간을 디자인하는
유물 마법사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장

국립박물관 상품의 온·오프라인 상점, 뮷즈(MU:DS)의 인기가 연일 상승세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시리즈는 물론, 자개소반 휴대전화 충천거치대, 고려청자 무선이어폰 케이스 등 의외의 조합과 감각적인 유물 디자인이 세대를 아울러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진중함을 덜어내되 의미를 더욱 살린 제품 스토리와 실용적인 쓰임새로 박물관 상품 진화를 이끌어가는 주역.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장을 통해 박물관 상품의 다채로운 세계를 들여다본다.

상품기획팀 주요 업무 및 관련 업무 경력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팀은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시한 박물관 상품을 많은 분이 이용하실 수 있도록 마케팅, 홍보 전략을 함께 기획하고요. 그 과정에서 외부 업체 및 미디어와 협업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음료 및 식품관련 기업에서 오랜 기간 상품 기획 및 마케팅 업무를 진행했었어요. 2016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입사한 뒤부터는 이전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우리 문화재를 모티프로 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 혼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체 상품의 경우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물관 상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재단에서 자체 기획하고 디자인하여 생산 공장에 제작을 의뢰하는 자체상품과 역량 있는 업체, 작가 또는 브랜드와 공동 기획을 통해 개발하는 협업상품이 있습니다.
자체상품 기획은 유물 선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유물 고유의 특징과 고객의 니즈, 시장 트렌드 등을 고려해 상품 콘셉트와 품목을 정한 뒤 디자인에 들어갑니다. 기획한 대로 상품이 제작되도록 생산처를 정하고 감리하는 것도 저희 몫이에요. 공동기획으로 개발하는 협업상품도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및 품질 관리 등 모든 과정을 관계사와 협업으로 진행하는 점만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외부에서 판매 중인 아이디어 상품을 발굴하기도 하는데 주로 정기 공모전을 통해 접수 및 심사를 거쳐 선정합니다. 시장조사를 통해 박물관 상품으로 적합한 우수상품을 수시로 찾기도 하고요.

직접 참여한 상품 중 ‘인생 굿즈’를 꼽는다면. 아울러,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상품은?

지금 인터뷰 진행 장소인 ‘뮷즈 브랜드 홍보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가사유상 굿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아주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어요. 재단에 입사하던 때에도 반가사유상은 이미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유물로 내부에서는 꼽혔어요. 당시에는 관련 상품이 많지 않은 데다 대외적으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저에게도 하나의 큰 도전이자 과제로 여겨졌습니다.
반가사유상 자체가 가벼운 콘텐츠는 아니기 때문에 주로 사진이나 노트 등 무난하고 일반적인 용품에 적용되었는데 그 틀을 깨는 것이 도전이자 모험이었어요. 하지만 확신도 있었습니다. 해외 박물관 사례 등 시장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피규어에 대한 니즈가 상당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반가사유상에 컬러를 입히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면서 저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심했습니다.
처음에는 온라인 뮤지엄숍을 통해 소량만 출시했는데 빠른 시간에 품절이 되어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때마침 세계적인 K-POP 스타인 BTS의 멤버가 뮤지엄숍을 방문해 미니어처를 구매한 것이 알려지면서 품절 연속행진을 이어갔어요. 지금도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계속 새롭게 진화하고 있으니 인생굿즈로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에 위치한 ‘뮷즈 브랜드 홍보관’

개인적으로 상품기획에 필요한 영감을 얻는 방법이 있나요.

유물은 오랜 시간을 품은 매우 귀한 물건이었을 가능성이 커요. 과거에 그 유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바라보았을지 상상하면서, 요즘 시대라면 어떤 아이템으로 변화되었을지 연결해보곤 합니다. 유물에 얽힌 뒷이야기가 궁금하면 연구사님들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콘셉트가 떠오르면 잠재 고객들에게 의견을 묻고 시장성 조사와 내부 회의를 거친 뒤 상품 기획 단계로 발전시킵니다. 가끔은 휴일에 박물관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을 전환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마음과 생각을 비우고 보면 의외의 조합이 번뜩 떠오를 때가 있거든요.

최근의 문화 관련 상품 디자인 트렌드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평소 박물관뿐 아니라 시장의 변화나 유통 트렌드를 읽기 위해 현대적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백화점을 둘러보거나 인기 온라인숍을 살펴보며 흐름을 파악합니다. 최근의 동향을 살펴보면 상품 그래픽의 차별화보다는 몰드 개발, 소재 연구, 상품에서 어떤 가치를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티프가 되는 유물을 어떤 방식으로 창조적으로 해석하느냐가 결국 상품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상품으로 염두에 둔 유물이 있는지, 또는 평소 관심 있는 유물 분야가 있다면.

회화실의 다양한 그림들에 요즘 관심이 많이 갑니다. 모든 유물이 과거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인데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와 컬래버레이션 하면 어떨지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박물관에 있는 조선시대 회화를 현대 화가들이 재해석한 아트프린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업무에 있어 가장 보람된 순간이 궁금합니다.

젊은 세대가 뮷즈 상품을 통해 우리 문화에 관심이 생기고 잘 알아가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어느 소비자는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주변에서도 구입 문의가 들어왔다고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저희 상품기획팀의 고민과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어 더욱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무엇보다 팀원들에게도 이 기회를 통해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끝으로 「박물관신문」 애독자를 포함하여 문화와 전통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연말연시 상품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해마다 재단에서 달력을 개발해 판매하는데 올해는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콘텐츠를 활용하여 2023년 달력을 출시했습니다. ‘기록’을 담은 의궤전의 의미처럼, 새해에 좋은 일들만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소장 또는 선물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선조들이 사용한 유물로 상품을 만들고, 그 상품을 현대의 우리가 사용한다는 것은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설렘과 흥분을 선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여겨집니다. 박물관 상품으로 우리 문화재를 일상 속에서 더욱 가까이,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