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시간 - 여기, 박물관
1,500년 전 어느 어린 영혼의
발자취를 따라
글. 신광철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능묘 특별전 4 <금령金鈴, 어린 영혼의 길동무>
2022. 11. 22. ~ 2023. 3. 5.
국립경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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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조명하는 금령총의 진가眞價

곱은옥이 없는 작은 금관과 길이가 짧은 금허리띠
사람과 옷, 말갖춤이 잘 표현된 ‘말 탄 사람 모양 주자注子’ 한 쌍
금관이 출토된 능묘 중에 가장 작고, 유일하게 지하식 매장주체부를 지닌 무덤
껴묻거리와 무덤의 크기 등을 토대로 어린 왕자가 묻힌 것으로 알려진 무덤….

허리춤에서 출토된 금방울 때문에 〈금령총〉이라는 이름을 얻은 신라능묘에 대한 지난 100년의 인식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금령총에 대한 전부일까? 국립경주박물관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금령총을 재발굴한 결과를 정리하고, 일제강점기에 수습된 유물에 대한 각종 분석·복원 작업을 통해 유물의 원형을 되살렸다.
이러한 그간의 조사 성과를 담은 금령총 출토품 3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극히 일부만 소개됐던 금령총의 진가 眞價 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하였다. 무덤의 이름이 된 금방울을 먼저 소개한 뒤 1924년 일제강점기 발굴품을 전시하였다. 뒤이어 무덤 주인의 화려한 착장품과 내세로의 여정을 위한 상형토기, 장식토기를 한곳에 모아 당시 어린 영혼을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한 마음을 엿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마지막으로 재발굴 조사 성과와 각종 분석·복원된 자료를 소개하고 국립박물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제강점기 자료공개사업의 성과와 의의를 되새기는 것으로 전시를 마무리하였다.

프롤로그 ‘금령총,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전시 도입부에서는 금령총을 둘러싼 기존의 인식을 소개하고, 금령총의 이름을 얻게 해준 작은 금방울을 선보인다.

금방울金鈴 6세기 초, 지름 1.4㎝, 본관9689

1부 ‘1924년: 금령총, 세상에 드러나다’

1부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발굴된 금령총 수습품을 다룬다. 짧은 기간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열차 칸 1량을 가득 채울 만큼 많았던 당시 발굴품 중에서 엄선하였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금관이 출토된 다른 무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점에서 금령총 무덤 주인의 신분과 권위를 엿볼 수 있다.

말 탄 사람 모양 주자騎馬人物形注子 6세기 초, 주인상 높이 26.8㎝, 본관9705
1부 ‛1924년: 금령총, 세상에 드러나다’ 전시실 전경

2부 ‘내세로의 여정을 같이하다’

2부에서는 무덤 주인이 누워 있던 관과 껴묻거리용 상자에서 확인된 유물을 소개한다. 금관(보물)과 금허리띠, 금가슴걸이, 금귀걸이, 금팔찌, 금반지 등 무덤 주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을 금제품, 말 탄 사람 모양 주자(국보)와 같은 무덤 주인을 위해 만든 각종 상형토기와 장식토기, 무덤 주인의 저승길에 동행자가 되었을 순장자들의 장신구 등으로 전시 공간을 꾸몄다. 목곽木槨 내부처럼 연출한 전시 공간에서는 유물의 출토 맥락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재발굴품인 흙 방울 소리를 모티프로한 ‘토령가土鈴歌’(김신 작곡)와 함께 저승으로 향하는 무덤 주인의 여정을 영상에 담았다.

2부 ‘내세로의 여정을 같이하다’ 전시 전경

3부 ‘2018년: 금령총, 다시 들여다보다’

3부에는 재발굴 성과와 이를 계기로 진행한 자연과학적 분석 및 복원 처리 결과를 담았다. 호석 외곽에서 확인된 큰 항아리와 그 안에 담겨 있었던 각종 공헌물, 소형 그릇 등을 소개한다. 특히 발굴 수습품으로는 가장 큰 말 도용도 주목된다. 복원 처리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말다래와 금동신발,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이른 사례로 추정되는 진주珍珠, 금령총 일대의 고지형 분석 및 지하물리탐사 결과도 같이 공개하여 다각도로 금령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말 도용〉 발굴 수습품 복원 전시 모습

에필로그 ‘재발굴이 가져온 1,500년 만의 만남’

끝으로 1924년에 발굴된 굽다리 긴 목 항아리 몸통 및 2019년과 2020년에 발굴된 굽다리 조각이 결합된 사례를 통해 금령총 재발굴이 갖는 의의와 성과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굽다리 긴 목 항아리臺附長頸壺 6세기 초, 높이 12.2㎝, 몸통: 고적2269, 굽다리 조각: 재발굴품

금령총이 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인 수백 점의 전시품은 1,500년 전 부모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난 어린 영혼을 위한 선물이었다. 우리가 감탄해 마지않는 찬란한 금제품뿐만 아니라 호석 외곽에서 수습한 흔한 토기 한 점, 바스러지기 쉬운 조개껍데기 하나도 모두 똑같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통해 유적과 물건에 담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곱씹어 보았으면 한다. 1,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만난 자리에서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슬픔을 이해하고, 잠깐이나마 아주 일찍, 부모의 곁을 떠나야만 했던 어린 영혼의 길동무가 되어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