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시간 - 여기, 박물관
수집가, 전통을 보는 눈
글. 권혜은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2022. 10. 5. ~ 2023. 1. 29.
국립광주박물관
전시 바로가기

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 10월 5일(수)부터 2023년 1월 29일(일)까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진행하고 있다. 이 특별전은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와 저변을 확대하고자 기획된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기증품의 첫 번째 지역 특별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프롤로그 ‛맞이하며’ 전시 전경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기증품의 첫 지역 나들이

지난 4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고故 이건희李健熙(1942~2020) 회장의 기증 1주년 기념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공동 개최하였고, 4개월간 온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성황을 이룬 바 있다.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소개되었던 우리 문화재들을 토대로, 한국 전통 미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도록 새롭게 구성하였다.
이번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에는 정선鄭敾(1676~1759)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를 비롯한 국보·보물 등 16건 31점의 국가지정문화재와 함께 총 170건 271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에는 39건 62점의 새로운 전시품을 공개하였다. 빛에 취약한 서화 유물 보호를 위해 서화 전시품을 전면 교체하여 전시하고,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정리 중인 이건희 기증 고려청자를 추가하여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대代를 이은 수집의 기쁨, 감상의 즐거움

이번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은 고故 이병철李秉喆(1910~1987)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 그리고 홍라희 여사에 이르기까지 수집가의 취향과 안목으로 완성된 이건희 기증 문화재의 이야기에 주목하였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에 관한 안목眼目은 선친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의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나는 수집 자체보다 문화재로부터 마음의 기쁨과 정신의 조화를 찾는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옛 미술품에 심취하여, 탁월한 안목으로 다양한 미술품들을 수집하였다. 문화재를 수집하고 감상하는 즐거움은 고 이건희 회장에게까지 이어졌다. 이건희 컬렉션의 특징은 특정 시대나 사조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고 수준 높은 컬렉션을 수집한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이후 근대 수장가들이 조선 후기 서화나 청자나 백자 등에 집중한 데 반해, 고 이건희 회장은 부인이자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기록물, 불교회화나 장식화, 분청사기 등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여 기존 고미술 수장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도자의 경우 아버지 이병철 회장은 고려시대 비색청자를 애호하였다고 전하며, 이건희 회장은 조선시대 백자를 아꼈다고 전한다. 또한 이번 전시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벅수와 같은 다채로운 석조물은 이건희, 홍라희 부부가 각별히 아꼈던 수집품으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 삼국시대 6세기, 높이 8.8cm, 국보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조선 18세기, 높이 32.5cm, 보물

수집가의 정신 깃든 취향과 안목

이번 특별전은 수집가의 초대를 받은 관람객들에게 수집가의 ‘취향’과 ‘안목’으로 나누어 다채롭고 수준 높은 문화재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먼저 ‘수집가의 취향’ 주제에서는 특정 시대나 사조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전통 문화재들을 아끼며 감상하였던 수집가의 다채로운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주제에서는 고 이병철 회장이 애호했던 청자와 고 이건희 회장이 즐겼다는 백자, 분청사기 등 다양한 도자들을 선보이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 이어 백자 달항아리를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예향인 호남에서 열리는 만큼 조선 전기부터 근대를 대표하는 서화가들의 아름다운 서화 전시품을 새롭게 공개한다. 조선 전기 화원畫員 이상좌李上佐의 《이상좌불화첩李上佐佛畫帖》(보물)을 비롯하여 조선 중기 궁중에서 열린 불교 행사를 그린 〈궁중숭불도宮中崇佛圖 〉, 김홍도金弘道(1745~1806 이후)의 〈답상출시도踏霜出市圖〉, 최북崔北(1712~1786?)의 〈한강조어도寒江釣魚圖〉, 홍세섭洪世燮(1832~1884)의 10폭 〈화조도 花鳥圖〉 등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기증품 중 22건 34점의 회화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임으로써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서화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수집가의 안목’에서는 오랜 기간 남다른 감식안으로 수집한 전통 미술품 중 훗날 그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은 총 16건 31점(국보 5건 8점, 보물 11건 23점)의 국가지정문화재들을 소개한다. 우선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에 이어 김홍도의 마지막 기년작인 〈추성부도秋聲賦圖〉(보물)는 각각 4주간 광주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오랜 세월 제 주인을 만나지 못하다 그 진가를 알아본 이건희 회장 일가의 수집품이 되어, 훗날 국보로 지정되었다는 사연이 담긴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국보)도 함께 선보인다. 한편 〈정효자전鄭孝子傳〉과 〈정부인전鄭婦人傳〉은 다산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전라남도 강진 유배 시절에 쓴 글로, 강진 사람 정여주의 부탁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효심 깊은 그의 아들 정관일과 홀로 남은 며느리의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다. 우리 지역과 관련이 있는 만큼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 이어 각각 4주씩 선보이고 있다.

‛수집가의 취향’ 전시 전경
‛수집가의 안목’ 전시 전경

이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가의 높은 안목과 취향으로 모인 아름다운 옛 미술품들은 지금의 우리에게 시공간을 초월하여 예술을 감상하고 즐기는 법을 일깨워주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기증품의 가치와 의미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이어, 개막 1개월 만에 이번 특별전을 방문한 113,000여 명에 이르는 관람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호응으로 설명될 것이다.
광주를 시작으로 수집가의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모쪼록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기증품의 첫 지역 나들이인 이번 특별전에서 우리 옛 문화재를 감상하며, 수집가가 그러하였듯 마음의 기쁨과 정신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