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시간 - 여기, 박물관
팔공산 속 은빛 바다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공간
글. 한길중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 <영남의 명찰순례Ⅱ: 팔공산 은해사>
2022. 11. 8. ~ 2023. 2. 19.
국립대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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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경상북도를 아우르는 팔공산은 통일신라시대부터 이름난 명산名山이었다. 그래서인지 너른 산자락에는 그 명성만큼 유서 깊은 사찰이 수없이 많다. 그중에는 ‘은빛 바다’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산사山寺도 있다. 은해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되어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법등法燈을 이어왔다.
은해사는 아미타불을 모신 미타도량彌陀道場으로 잘 알려졌다. 동시에 오랜 역사 속에서 인종의 태실을 수호하는 사찰로,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묵향墨香 가득한 ‘화엄누각’으로, 팔공산 자락에서 점점이 빛나는 수행처들의 구심점으로서 오늘날 은해사를 떠올릴 수 있는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영남지역의 명찰순례 두 번째 시리즈로 〈영남의 명찰순례Ⅱ: 팔공산 은해사〉를 개최한다. 전시는 11월 8일(화)부터 2023년 2월 19일(일)까지 열리며 은해사 괘불, 은해사 청동북 및 북걸이 등 4점의 보물을 포함한 126건 363점의 전시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은해사성보박물관을 비롯하여 19개 기관이 힘을 보탰으며 은해사와 관련된 각종 문화재와 기록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Ⅰ부 야단법석을 아십니까

전시는 총 5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1부는 전시의 도입부로서 〈은해사 괘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괘불은 조선 후기 사찰에서 야외 행사에 사용한 대형불화이다. 중앙홀에 자리한 괘불은 우리가 ‘은해사’라는 공간에 들어왔음을 알려주며, 미디어타워에서 상영하는 ‘꽃과 부처’는 괘불을 자세하게 볼 수 있도록 돕는다.

Ⅰ부 ‘야단법석을 아십니까’ 전경

Ⅱ부 시작하고 연을 맺다

2부에서는 은해사의 옛 흔적이 남아있는 기록을 통해서 과거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이탄지 묘지명>도1은 은해사라는 이름이 최초로 등장하는 기록이다. 이탄지는 은해사를 ‘위치가 수려하고 탁 트여 티끌이 미칠 수 없는’ 이상향으로 묘사한다. 또한 파계사의 <어압완문>은 은해사 완문完文처럼 1712년에 발급받은 영조의 서명이 남아있는 문서이다. 이를 통해서 현재 전하지 않는 은해사 완문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도1. 이탄지 묘지명李坦之 墓誌銘 고려 1152년, 35.0×66.5×2.3㎝, 국립중앙박물관

Ⅲ부 만나고 모이다

3부는 은해사라는 공간에서 만나고 모였던 다양한 사람들을 살펴보는 장이다. 은해사는 고려시대부터 이상향으로 여겨졌지만, 조선시대에 이르면 선비들에게 유람의 명소이자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하게 되는 장소였다. 이 과정에서 은해사를 묘사하는 시詩와 유산기遊山記가 만들어졌으며, 현판의 글씨를 써주기도 했다. 『치재유고』와 〈대웅전 편액〉은 선비와의 교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은해사로 모인 사람 중에는 진영으로 그 모습을 알 수 있는 이들도 있다. 은해사와 산내암자인 백흥암에는 모두 32점의 진영이 있는데, 전시에서는 은해사가 소장한 13점의 진영이 공개된다.

Ⅲ부 ‘화두의 끈을 잡고’ 전시 전경

Ⅳ부 은해사를 이루다

4부에서는 팔공산 자락에서 별처럼 빛나는 산내암자를 소개한다. 지난 1년간 팔공산을 오르내리며 촬영했던 자연과 암자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보여준 다음 은해사만큼 오랜 역사가 있는 암자와 관련된 문헌 및 불교회화를 살펴본다. 산내암자의 불교회화 중에는 최근 우리 곁으로 돌아온 <백흥암 신중도>도2와 <운부암 지장시왕도>도3도 포함되어 있다.

도2. 백흥암 신중도百興庵 神衆圖 조선1782년, 198.0×196.0㎝, 은해사성보박물관
도3. 운부암 지장시왕도雲浮庵 地藏十王圖 조선 1747년, 128.0×127.0㎝, 조계종총무원

Ⅴ부 수행하고 염원하다

5부에서는 불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행과 신앙을 담았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독립된 공간에서 만나는 <거조사 석조오백나한상>과 <은해사 아미타삼존도>도4이다. 은해사의 수행과 신앙을 대표하는 두 전시품은 독립된 공간에서 영상과 함께 만날 수 있다. 특히 친근한 표정의 거조사 나한상 30점이 첫 박물관 나들이를 한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거조사 석조오백나한상>은 2023년 1월 15일(일)까지만 전시된다. 이외에도 승려장인 퇴운 신겸이 수년에 걸쳐 직접 글씨를 쓴 󰡔대방광불화엄경소초󰡕와 󰡔묘법연화경요해󰡕는 은해사의 수행자들을 대표한다.

도4. 은해사 아미타삼존도銀海寺 阿彌陀三尊圖 조선 1750년, 481.5×324.5㎝, 은해사성보박물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Ⅴ부 ‛거조사 오백나한의 나들이’ 전시 전경

전시의 마지막에는 추사 김정희의 <산해숭심 현판>도5을 만난다. 현판은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라는 뜻처럼 팔공산 속 자연과 어우러지는 은해사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꽃과 부처’, ‘은해사를 이루는 소리’, ‘은해사의 하루’, ‘삼라만상’, ‘염불은 극락에 이르는 지름길’, ‘두 부처의 만남’ 등 다채로운 영상으로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전시하지 못한 문화재를 소개한다.
〈영남의 명찰순례Ⅱ: 팔공산 은해사〉는 공간과 사람에 초점을 맞춘 전시이다. 오랜 역사 속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은해사의 모습과 팔공산의 풍광이 펼쳐지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선사하는 휴식처와 같은 공간으로 다가가길 기대한다.

도5. 산해숭심 현판山海崇深 懸板 조선1786-1856년, 41.0×157.5㎝, 은해사성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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