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다음
새로운 길을 찾아서
글. 백승미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박물관과 학예연구사
국립중앙박물관-네이버랩스 AR 실내 내비게이션
M1이 으뜸홀에 도착했다.
360도로 회전하며 온 박물관을 다 찍겠다는 각오로
기세등등하게 전시관 안으로 전진한다.
재빠르게 이리저리 이동하는 M1.
이 때 그를 향해 조용히 다가오는 큐아이.
그리고 울려 퍼지는 음성.
“전시실 내에서는 뛰지 마시고 여유롭게 관람해 주세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우연히도 맞아 떨어진 이 장면은 주변에 있던 모든 이에게 큰 웃음을 자아냈다. 2021년 8월 24일 오전 10시 23분. 네이버랩스의 실내지도 제작 로봇 M1과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팅봇 큐아이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던 바로 그 순간이다.

네이버랩스 지도제작로봇 M1과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팅봇 큐아이의 만남

박물관과 인공지능 로봇의 만남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 로봇을 보는 일들이 잦아졌다. 인간과 기술, 문화와 과학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는 더욱 발전하고 있으며, 박물관은 종종 그 무대의 중심으로 등장한다.
작년 6월, 국립중앙박물관과 네이버랩스는 박물관 서비스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자 약 1년 간(‘21.6.~’22.7.)의 실증 협업에 돌입했다.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3차원 공간 측위 기술로 실내 지도를 만들고, 그 위에 박물관 콘텐츠를 다양하게 접목하여 GPS없이 실내 AR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천천히 둘러보며 사색하고 감상하는 박물관에서 굳이 내비게이션이 필요한가.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른 각도에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이 실증 협업은 오직 빠르게 길을 찾는다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길을 가는 동안 그 길에서 무엇을 보며 지나갈 것인지, 그 공간에서 나의 경험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출발점을 마련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지도제작로봇 M1이 전시장을 촬영하는 장면

미지의 길, 새로운 경험 속으로

먼저 1층부터 3층까지의 상설전시실 모든 공간을 로봇으로 촬영하며 3차원 공간 정보를 구축했다. 또한 3차원 공간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전시실의 정보와 전시품 설명 등을 증강현실(AR) 콘텐츠로 제작했다. 이 결과물로 휴대전화 AR 내비게이션 앱을 만들고, 앱을 켜는 순간 카메라의 작동과 함께 증강현실을 구현한 새로운 박물관이 눈앞에 펼쳐지도록 했다.
모든 지도가 가진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하는 질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두 가지의 질문은 앱을 켜는 순간 바로 해결된다. 나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원하는 유물을 검색하면 3D 방향키가 등장하여 상세히 안내한다. 또한 특정 전시품에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입혀 상상하고 체험하는 새로운 기능을 덧붙였다.
빗살무늬 토기를 비추면 뚜렷한 빗살무늬 문양이 떠올라 실제 유물 옆에 자리한다. 진흥왕 북한산 순수비를 비추면 순수비가 서 있던 본래의 북한산 모습이 사방으로 펼쳐져 마치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장엄함을 느끼게 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복도에서는 출렁이는 금관이 금관실을 안내하며, 조선실 측우기 주변에는 온통 비가 내려 측우기 안에 물이 차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문자로 가득한 의궤의 책장을 비추면 의궤 속 인물들이 솟아올라 가마를 메고 행진한다.
이 모든 것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가능성을 위한 실험이다. 늘 지나던 박물관의 길이지만, 증강현실로 만나는 박물관은 어쩐지 낯선 새로운 세계가 되어 있다.

AR 실내 내비게이션 앱 시연 장면
촬영한 공간 좌표로 구축한 3D 공간 정보

이따금 박물관을 찾는 이들에게 박물관은 거대하고 막막한 미지의 길일지 모른다. 반면 빈번하게 박물관을 찾는 이들에겐 감흥 없이 지나치는 그저 익숙한 길일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은 모든 이들이 새로운 길을 경험하도록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낯선 박물관의 길을 더욱 걷고 싶게 만들며, 지나온 길도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한다. 박물관에서 길을 찾는 것. 어쩌면 그것은 길 자체가 아닌, 길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탐색일 것이다.

*위 프로젝트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네이버랩스가 함께 수행한 시범사업으로, 현재 박물관 정식 서비스가 아닙니다.
한시적 체험행사인 ‘탐험’(11.14.~11.25./12.6.~12.16./주중)에 참여하실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박물관 누리집(www.museum.go.kr)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