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치의 보존과 존속

    이건무(前 국립중앙박물관장)
    『박물관신문』 1981년 9월 1일(제121호)

근년近年에는 산업화의 진전으로 각종 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당해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유적의 보존문제 또한 대두되고 있다. 유적의 보호는 개인재산이나 공익존중이라는 면에서 조정이 배려되어야 하며 또한 개발은 ‘가치 있는 옛것의 보존’과 ‘새롭게 창조되는 것’의 조화를 고려해서 행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적의 보호로는 소극적인 방안이기는 하지만 소실消失되는 유적을 최대한으로 구제할 수 있는 긴급발굴조사를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유적의 보호와 긴급발굴조사는 과거부터 제외국에서도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겪어온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만 해당되는 특수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유적은 일단 소실되면 다시는 그 원상을 복구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그 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고 존속시키도록 힘을 기울여야만 한다. 1960년대에 이집트에서는 다목적용으로 아스완댐을 건설하였는데, 이로 인해 유명한 아부심벨사원이 수몰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당시 이집트정부에서는 예산의 부족으로 이 유적의 이전을 포기한 상태에 있었다. 이에 유네스코에서 주축이 되어 약 5년간에 걸쳐 이전작업을 진행한 뒤 원위치에서 약간 떨어진 구릉에다 이 사원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는 데 성공하여 이 일이 문화재보존사업으로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것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얼마 전 국립박물관에서 실시했던 강진 고려청자요지 발굴조사도 저수지축조로 인해 수몰되는 지역에 대한 긴급발굴조사의 하나였는데, 조사결과 고려청자의 신비를 푸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는 완형에 가까운 양호한 상태의 가마가 확인되어 학계는 물론 관계자들을 흥분케 하였다. 당관에서는 이 가마의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가마를 분단 해체하여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래 유적은 현상불변경원칙하現狀不變更原則下의 보존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미 당지역의 제방이 80%이상 진척된 상태에 있고 또한 이 저수지가 준개용수의 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농민의 소득증가라는 공익성을 생각할 때 인근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선에서 조정되어야 하겠다. 비록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최초로 행해지는 유적의 이전·복원에 기대해 보며 이를 계기로 문화재보존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두더지의 辯’은 1970년 『박물관신문』 창간과 함께 수록된 박물관 사람들의 현장 에세이입니다.
본 원고에서는 원문을 현대 표기법에 맞춰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