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1,600여 년 전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의 모양에 담긴 의미를 따라가다.
글 | 이상미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2023. 5. 26. ~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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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시는 흙으로 빚어 만든 토기 중에 고대 신라와 가야의 무덤에 사용되었던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번 전시에는 인물, 동물, 사물의 모습을 한 토기와 토우들이 가득한데 모두 1,600여 년 전 장송의례에서 사용된 특별한 의미의 제의용 그릇들이다. 상형토기는 그 자체로 그릇의 기능을 가진 토기이지만, 토우장식 토기는 그릇의 표면에 장식된 것으로 기능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 전시는 비슷하지만 좀 다른 두 유물의 모양을 따라가면서 그 형태에 담긴 본질적인 의미를 헤아려 보는 전시이다.

1부. 영원한 삶을 위한 선물, 상형토기

인생의 마지막 통과의례는 살아온 삶을 정리하고 사후의 세계로 가는 장송의례이다. 고대의 장송의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다음 세상에서 현세의 삶이 이어진다는 계세사상繼世思想과 연결되어 있다. 신라와 가야지역에서 거대한 무덤에 많은 껴묻거리와 함께 장례를 치르는 후장厚葬 풍습도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신라와 가야의 무덤에서 나온 여러 모양의 상형토기는 죽은 이의 다음 삶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제의용 그릇들이다.
신라와 가야에서는 새, 상서로운 동물, 뿔, 말, 수레, 배, 집, 등잔 등의 상형토기를 무덤에 부장품으로 묻었다. 여기에 죽음을 삶과 연속된 세상으로 바라보려 했던 1,600여 년 전 사람들의 내세관이 표현되어 있다.

상징을 담은 다섯의 상형토기

상형토기에 담긴 내세관과 장송의례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이 함안 말이산 45호이다. 함안 말이산 정상에 솟아있는 거대한 무덤에는 아라가야를 통치했던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 말이산 45호 무덤에서 사슴모양 뿔잔, 배모양 토기, 집모양 토기 2점, 등잔모양 토기 등 모두 다섯 점의 상형토기가 한꺼번에 발견되었는데, 한 무덤에서 원형 그대로 가야의 상형토기 장송의례 전통이 보존되어 그 가치가 더욱더 높게 인정되었다.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 상형토기 일괄 사슴모양 토기(가운데), 높이 19.2cm, 함안박물관, 보물

하늘로 연결하는

오래전부터 농경사회에는 새를 숭배하는 전통이 있었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에 따르면 고대 사람들은 영혼을 하늘로 날아가게 하려고 새 깃털을 장례에 사용했다고 한다. 새모양 토기는 3세기 후반 무렵 경주에서 시작되어 4세기 이후 주변 지역으로 퍼졌으며, 모양은 대부분 오리와 유사한 모습이지만 시기나 지역에 따라 표현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하늘의 신성함을 나타내는 또 다른 상상의 동물 용과 뿔잔도 상형토기로 제작되었다.

함께 가는

삼국시대는 국가 간 대외교류가 활발하여 중국과 일본까지 빈번하게 왕래하던 시기이다. 4~6세기 무렵 말은 고대 사회에서 최고의 교통수단이자 중요한 전쟁의 수단이었다. 크고 작은 전투가 많았기 때문에 교통과 운송 수단은 매우 중요했다. 5세기에 들어와 상형토기는 신발, 말, 수레, 배 등을 본떠 만들었는데 죽은 이가 머나먼 길을 떠날 때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조력자의 의미였을 것이다.

편안한 쉼을 주는

집과 등잔은 다음 세상에서도 계속될 따뜻하고 안락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다. 집모양 토기는 의례용 그릇이지만 기둥과 출입문, 지붕 등 건축 요소가 잘 표현되어 고대 건축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무덤에는 어둠을 밝히는 도구인 등잔모양 토기도 넣었다. 이처럼 집과 함께 등잔은 영원히 살아갈 공간에서 편안하게 쉼을 주는 의미일 것 같다.

상형토기(새, 배, 말, 신말 모양) 새모양토기(좌), 높이 36.0cm, 국립중앙박물관, 창원대학교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2부. 헤어짐의 이야기, 토우장식 토기

사람이 죽으면 무덤을 만들고 매장을 하며 일정한 절차에 따라 의례가 진행된다. 그 의례는 한 사람을 떠나보낸 상실감을 노래와 춤으로 함께 극복하고 삶을 회복하려는 축제 같은 의식도 있었다. 신라의 토우장식 토기에도 이러한 공동의례 장면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장송의례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남아있다. 토우장식 토기가 만들어진 때는 신라에 불교가 도입되기 전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전승되어온 장송의례의 모습으로 보인다.

토우장식 토기와 장송의례

토우장식 토기는 상형토기와 마찬가지로 장례를 준비하며 만든 제의용 그릇이다. 음식이나 음식 재료를 담아 의례에 사용한 후 무덤에 넣었을 것이다. 주로 신라의 경주지역 대릉원 일대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으며 토우장식 토기가 넣어진 무덤은 돌무지덧널무덤과 돌덧널무덤이다. 최근 경주 쪽샘유적 B-6호 무덤에서 토우장식토기가 한꺼번에 33점이 묻혀 있는 것이 발견되어 주목받게 되면서 경주 황남동 유적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경주 황남동 유적은 토우가 가장 많이 발견된 유적이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 경주역 확장 공사 과정에서 발견되어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긴급으로 수습‧조사했지만, 대략적인 기록만 남아있을 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수년간 기록의 단편과 유물들을 접합·복원하며 무덤의 구조와 형태, 출토품의 특징을 밝혀 나가고 있으며 새롭게 복원된 97점을 전시를 통해 공개하게 되었다.

경주 황남동 유적 출토 토우장식 토기 국립중앙박물관

헤어짐의 축제

장송의례는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의 의식이기 때문에 두려움과 슬픔을 축제 같은 의례를 통해 재생의 의미로 승화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고구려에는 사람이 죽었을 때 처음에는 곡하고 울지만, 장례를 치를 때에는 북치고 춤추며 풍악을 울리면서 보냈다고 한다. 황남동 토우장식 토기에도 의례 장면에는 누군가에게 절을 하는 모습,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함께 했던 일상의 모습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사냥을 하고, 일을 하고, 동물들과 함께 있던 순간들, 주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각종 동물들도 생생하게 토기 위에 살아있다.

  •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과 절하는 사람 토우장식 뚜껑 경주 황남동 유적(5세기), 지름 11.8㎝, 국립중앙박물관
  • 행렬 그림을 새긴 뚜껑 경주 황남동 유적(5세기), 지름 21.5㎝, 국립경주박물관

완성된 한 편의 이야기

토우장식 항아리에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과 동물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한 편으로 연결되어 토우장식 토기의 여러 장면이 여기에서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이것은 당시 신라 사회에서 장송의례와 관련한 정형화된 이야기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구리의 뒷다리를 무는 뱀이 가장 대표적이며, 항아리 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사이사이에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성적인 장면, 지팡이를 든 남성, 새, 물고기 등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 장면의 상징은 죽음 이후 또 다른 삶을 위한 재생과 부활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 토우장식 긴목 항아리 경주 미추왕릉지구 계림로 30호 무덤(5세기), 높이 34㎝, 국립경주박물관, 기탁품, 국보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그 후

6세기에 들어와 중앙집권적 지배체제가 강화되면서 신라는 새로운 통치 이념으로 불교를 받아들였다. 불교적 내세관을 받아들이면서 거대한 무덤과 껴묻거리를 성대하게 묻는 전통은 자취를 감추고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역시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형상의 장송의례용 토용이 무덤에 묻히는 등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은 변화하였다.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은 달라지지만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고대 신라와 가야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고대인이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두려움을 대하는 방식이 지금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것은 그 본질적인 의미를 다 같이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죽음을 다루는 장송의례라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누구나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 관람을 도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하였다. 전시의 도입부의 체험공간 조성과 이해하기 쉬운 전시해설 지원이다. 도입부는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전시 정보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영상과 정보와 체험이 어우러진 공간을 조성하였다. 여기에서 시각장애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검색대를 처음으로 전시에 도입하였다. 전시실 내부에도 이해하기 쉬운 전시해설 점자책을 비치하여 점자 설명을 이용할 수 있으며, 쉬운 전시해설을 QR코드를 통해 각자의 휴대폰으로 음성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새롭게 도입된 전시관람 안내 장치들은 누구에게나 소외되지 않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을 만들어가기 위한 전시기법의 모색이었다. 전시를 통해 고대 사람들이 가졌던 소중한 사람을 보내는 그 마음을 헤아려 보면 좋겠다.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토우 경주 황남동 유적(5세기), 지름 3.2㎝,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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